항생제 아웃ㆍ식물성 대체육…고기 소비가 달라진다
-진짜 고기 대체하는 가짜 고기…미래 식량 대안 떠올라
-고기 구매시 ‘동물복지 고려’ 응답 36.4%→70.1%
-맥도날드 글로벌 공급망 85%서 소고기 항생제 감축
-동원F&B, 식물성 고기 ‘비욘드 미트’ 독점계약 유통
동물 복지와 미래 식량을 내세운 육류시장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항생제 사용을 전면 감축하고, 진짜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가짜 고기’가 푸드테크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육류 생산과 소비 환경에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동물 복지 움직임이 확산되고 대체육을 생산하는 푸드테크가 각광받으면서 육류 생산과 소비 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비욘드버거 이미지. [제공=동원F&B] |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지난 13일 전세계 시장의 햄버거 패티 소고기에 항생제 사용을 대폭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소고기 공급량의 85%를 차지하는 10대 공급시장이 대상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하는 한국맥도날드도 정책 대상에 포함됐다. 맥도날드 본사는 주요 조달시장에서 항생제 사용량을 파악해 2020년말까지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2022년부터 항생제 사용 감축 경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고기를 선택할 때 동물복지를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식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지난해 70.1%에 달했다. 2012년 조사 결과인 36.4%와 비교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의 고기인지를 따지는 소비가 대표적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2012년 산란계(계란)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 육우, 젖소(우유) 등으로 확대 시행됐다.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등 윤리적 사육 방식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은 현재 199개다. 다만 식용닭과 산란계 농장이 89.4%에 달하고 젖소와 돼지의 비중은 10.5%에 불과하다. 하림과 풀무원, 남양유업 등 업계에서도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을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고기 소비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나 동물없이 고기 자체를 배양해 먹는 배양육 등 ‘가짜 고기’는 푸드테크의 핵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가짜 고기가 채식주의에 따른 영향도 크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미래 식량산업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동원 F&B는 미국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욘드미트’와 지난달 독점 공급계약 맺고 내년 초 식물성 고기를 국내 유통할 예정이다. 공급 대상은 비욘드버거(패티), 비욘드치킨스트립, 비욘드비프크럼블 등 3종이다. 비욘드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맛과 형태, 육즙까지 재현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동원 F&B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아시아 최대 수준이며 최근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육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나라”라며 “이와 함께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식품기술 발달과 함께 대체육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식품업계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16년 5월 실제 고기처럼 육즙이 나오는 비욘드 버거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최대 육가공 회사인 타이슨 푸드가 비욘드 미트의 지분 5%를 인수하는 등 가짜 고기가 진짜 고기 시장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 푸드테크 기업에는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등 저명한 IT 인사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물성 고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0년 12억 달러, 2015년 18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3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정 기자/kul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