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사용, 왜 논쟁거리일까
-산림 벌채, 생물 다양성 훼손 등 팜유 생산에 대한 비판 이어져
-트렌스지방 대신할 오일로 널리 활용됐으나 포화지방 문제도 지적받아
-환경단체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방식으로 전환되어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식품회사들이 앞으로 트렌스지방을 대신해 사용할 기름으로는 팜유나 콩기름 등이 꼽힌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불과 6년 전에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미국이 가공식품 내 트렌스지방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식품업계는 팜유(palm oi) 사용에 더욱 눈을 돌렸다. 하지만 현재 팜유의 상황은 달라졌다. 환경 단체와 기관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팜유 생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산림벌채, 생물다양성 훼손, 포화지방 함량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팜유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이다. 열대식물인 야자나무 과육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공기 중 산소에 의해 쉽게 산패되는 액상 식물유와 달리 상온에서 산화 안정성이 높다. 토지 이용과 수확량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콩이나 유채씨, 해바라기씨보다 10배 이상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팜유는 과자, 라면, 빵, 마가린, 쇼트닝 등의 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나머지는 화장품이나 세정제, 그리고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팜유의 수익성이 높아지자 많은 팜유 농장들이 경작지를 활용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숲을 없애 팜나무를 심거나 불을 지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온실가스가 방출되며 멸종 위기종들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팜유가 얼마나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지 관심이 부족하다”며 “지구의 허파기능을 하던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고 팜유 농장을 세우면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팜유 활용을 감시하기 위한 네트워크인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RSPO)’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운영 중인 팜유 농장 면적의 4분의 3이 과거 멸종 위기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졌다. 비정부민간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팜유와 생물다양성’(Oil palm and biodiversity ) 보고서는 향후 팜유 재배가 확장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전 세계 멸종 위기에 처한 포유류의 54%와 조류의 64%가 서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잿더미로 변한 숲에서 고립된 채 발견되는 오랑우탄이나 긴팔원숭이 등 전 세계 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이다.
건강상의 문제는 어떨까. 팜유는 악명높은 트렌스 지방을 제거하고 이를 대체할 기름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사실 건강한 기름은 아니다. 식물성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포화지방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다량 들어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경우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과 혈전을 증가시켜 심혈관질환 및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동물성 기름과 팜유·버터·코코넛오일 등이 있다”고 했다.
라면, 감자튀김 등 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팜유가 트렌스지방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터프트대 엘리스 리히텐슈타인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수소를 첨가해 트렌스 지방 함량이 높아진 대두유와 포화지방이 많은 팜유는 다른 오일(카놀라유, 일반 대두유)에 비해 ‘나쁜’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고 팜유 생산을 금지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팜유 문제가 비판에서 끝나지 않고 여전히 논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아직 팜유를 대체할 만한 오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팜유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사무총장은 “전 세계 많은 인구가 식품에 사용된 팜유를 먹고 있으며, 식물성 기름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 면적 등을 고려할 때 팜유를 대체할 적절한 오일이 현재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삼림 벌채가 없는 팜유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와 생산자 및 관계자가 지속가능성을 약속한 팜유를 생산하도록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팜유는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만들 수 있다. 무분별한 팜유 생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팜유 산업은 산림벌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지난해 ‘팜사업 환경 정책’(NDPE 정책)을 선언했다. 이는 산림 파괴나 이탄습지(석탄 이전 단계의 유기물 퇴적층) 파괴, 그리고 현지 주민의 착취없이 팜유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팜유 라운드 테이블(RSPO)’ 기관을 설립했으며, 이를 통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RSPO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상황이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지속적인 방식으로 팜유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포화지방이 높은 팜유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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