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고기만 잘라내면 괜찮다?
-직화구이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연기 통해 고기에도 스며들어
-피부에 흡수된다는 해외 연구도 나와
-불판 자주 교환하거나 직화 대신 프라이팬 사용
-채소와 함께 섭취, 찜 조리방법이 더 건강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고기 탄 부분은 잘라내고 먹어” 한국인이 사랑하는 삼겹살이나 갈비를 구워먹을때 자주 듣는 소리다.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고기를 구울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있다. 고기에 스며들었거나 연기 흡입, 또는 피부로도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직화구이, 발암물질로 지정된 유해물질 들어있어
탄 고기를 먹지 말라는 우리의 믿음은 맞는 얘기다. 대한암예방학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한국인 맞춤형 위암 예방 건강수칙’에 따르면 위암 예방을 위해 줄여야 할 식품으로 ‘가공·훈제식품, 알코올’ 과 더불어 ‘불에 태운 고기’가 포함돼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도 그릴에서 높은 온도로 고기를 조리할 경우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고기를 구울때 나오는 유해물질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발생되는데, 고온의 불꽃에서 직접 고기가 닿으면 발암성 물질과 다양한 유해물질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벤조피렌은 악명이 높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직화구이시 생성되므로 탄 부분을 떼어버려도 남은 고기에 묻어있거나 피어오르는 연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일종으로, 이는 담배연기나 자동차 매연에도 들어있는 유해물질이다.
▶“피부로도 흡수될 가능성 있어”
바비큐 파티를 하는 동안 고기를 먹지 않은 사람은 괜찮을까. 피부를 통해 침투한 연기속 유해물질은 코를 통한 흡입보다 더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환경과학과 기술학회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18)지에 실린 중국 지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바비큐 조리 공간에 있던 이들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PAHs 노출이 가장 큰 그룹은 예상대로 바비큐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위와 3위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그 다음으로 PAHs 노출이 컸던 경로는 코를 통한 연기 흡입이 아닌, 피부 흡입이었다. 연구팀은 “바비큐 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어도 고농도의 PAHs가 피부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바비큐 파티가 끝나는 즉시 옷을 세탁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최근에는 PAHs가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된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PAHs 노출 정도가 높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게 나타났다.
▶고기 먹으면서 노출 가능성 줄이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고온 조리의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지만 고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직화구이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두꺼운 불판이나 프라이팬의 사용이 벤조피렌 생성량을 줄일 수 있으며, 이보다는 수육처럼 찜을 해서 먹는 방법이 더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결과, 붉은 고기를 구웠을 때 벤조피렌 양은 0.13~0.77나노그램(ng/g)이지만, 삶았을 때는 0.1ng/g 이하로 줄어든다.
그래도 가끔 직화구이를 먹게 된다면 불판을 자주 교환해주고, 탄 부분은 먹지 않는다. 또한 육즙이 숯불로 떨어지면 유해 연기가 더 많이 생성되므로 최대한 육즙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연기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신경쓴다. 또한 벤조피렌의 독성을 낮추려면 상추나 미나리, 양파, 마늘 등의 채소와 함께 함께 곁들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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