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에 먹는 ‘로컬푸드’가 지구를 살린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식품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는 세계화에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킴 앤더슨은 국가간 거래 비용의 급격한 감소에서 먹는 방식의 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한 겨울에도 마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산 딸기를 구한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철식품 대신 수입산이나 수입 식재료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인의 식탁에는 ‘푸드마일’(food mile, 식료품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이 길어진 식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로컬푸드’(Local Food, 거주지 인근에서 생산된 식품)를 이용하자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시가관 팩키지드 팩트(Packaged Facts)에 따르면 지난 2008년~2014년 미국의 로컬푸드 판매는 50 억 달러(한화 약 5조원)에서 120억 달러(한화 약 14조원)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로커보어(locavore)’를 지향하는 이들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로커보어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먹을 거리를 뜻하는 ‘보어’(vore)의 합성어로,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거나 그런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러한 트렌드는 웰빙 추세와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가지며 확산중이다.
▶온실가스 배출 늘리는 푸드마일=스코틀랜드연안에서 수확된 새우는 6000마일 떨어진 태국에서 껍질을 벗겨지고, 또다시 6000마일 떨어진 영국으로 보내져 판매된다. 음식의 이동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운반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와 비용도 증가됨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화석 연료가 사용되며, 가공·포장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추가로 배출된다. 더욱이 유통과정을 통해 많은 식품들은 버려지거나 썩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생산후 포장된 식품의 약 3분의 1은 버려지며, 음식물 쓰레기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글로벌 식품의 대량 생산은 그에 따르는 환경 비용을 지불하는 중이다.
식량 안보의 위험도 있다. 대규모 식품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식량작물로 사용되던 7000여종의 식물들은 현재 약 150여종만이 상업적으로 중요한 작물이 됐다. FAO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곡물의 종 다양성은 75%나 축소됐으며, 오는 2050년에는 현재 재배되는 작물의 약 3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쌀이나 밀, 옥수수는 전 세계 식량 공급의 6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제철 로컬푸드, 이래서 좋다=반면 지역사회의 소규모 농장은 마트의 요구사항이나 장거리 운송에 필요한 조건 대신, 지역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어 농업 생물의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다. 특정기후나 토양에 가장 적합한 생산방법을 선호하므로 생태 농업에 기반을 둔 생산도 가능하다. 이와함께 농촌 및 소도시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제철에 먹는 로컬푸드는 최적의 영양가와 맛은 물론 가격까지 저렴하게 판매된다.
무엇보다 로컬푸드는 환경문제를 넘어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우선 로컬푸드는 냉동 트럭이나 장거리 컨테이너에서 영양소를 빼앗길 시간이 없으며, 장거리 이동 때문에 추가되는 화학물질도 없다. 식품의 안전성이 더 강화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과학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식습관이 유지될 경우 식품 생산만으로도 오는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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