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뺨치는 가짜의 반격②] ‘고기 없는 고기’시대 활짝
[리얼푸드=고승희 기자]‘고기 없는 고기’ 시대다. 콩과 버섯, 호박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었는데도 ‘진짜 고기’와 같은 맛을 내는 ‘가짜 고기’ 비욘드미트(Beyond Meat)도 인기다. 빠르게 늘고 있는 20~30대 채식주의자는 물론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 찾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에서도 대체육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고기 없는 고기’가 뜬 이유= 2010년 전후로 등장한 대체육은 현재 전 세계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트렌드‘로 부상했다. 가장 주목받는 대체육 기업 중 하나인 비욘드미트는 2009년 창업, 미국 전역 1만9000개 소매점과 레스토랑에 식물성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비욘드미트의 핵심 상품인 ‘햄버거 패티’는 전 세계에서 2500만개 이상 팔렸다.
대체육 시장은 전 세계 ‘큰 손’들이 장악했다. 비욘드미트만 해도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인 타이슨푸드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했다. 2011년 창업,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임파서블 푸드’는 빌 게이츠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투자했다. 인구 증가와 식품 소비 방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들을 움직인 요인이다.
빌 게이츠는 “가축을 더 키우기 위해선 더 많은 토지와 물이 필요하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효율적인 축산 시스템과 환경 파괴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5억명. 이들이 소비할 육류는 연간 소 1000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인구의 육류 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해마다 2억t씩 육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의 육류 생산 방식으로는 인류와 지구가 식품 소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은 ‘가짜 고기’ 시장을 키운 추동엔진으로 작용했다.
▶ ‘가짜 고기’ 비욘드미트, 얼마나 진짜 같을까= 현재 비욘드미트는 국내 외식업계에서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채식주의자들의 천국’으로 떠오른 이태원 ‘비건 로드’. 이 곳에 위치한 채식 레스토랑 ‘몽크스 부처’(Monk’s Butcher)에선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를 이용해 햄버거와 피자, 헝가리식 랑고스를 선보이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첫인상부터 압도적이다. 빵 사이에 자리 잡은 ‘가짜 고기’는 ‘진짜 고기’와 다르지 않다. 완전히 익혔는데도 ‘미디엄 레어’(medium-rare)로 구운 듯 붉은색이 선명하다. 고기를 자를 땐 서걱거리는 칼질 소리까지 들린다. 무엇보다 100% 식물성 고기인데도 숯불에서 구운 듯한 ‘불맛’과 ‘육즙’이 강점이다.
비욘드미트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동원 F&B 관계자는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섬유질, 효모 등 여러 식물성 원료와 혼합해 실제 고기와 매우 흡사한 맛과 식감을 냈다”며 “뿌리채소인 비트로 붉은 고기의 색감을 살리고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비건 생활 3년차. 한국에서 회원수 7000여명의 ‘서울 베지 클럽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는 캐나다인 마리 프레넷(Marie Frenette) 씨는 “생긴 것도 고기처럼 보여 깜짝 놀랐는데 고기 패티를 먹을 때와 식감과 맛이 거의 유사해 더 놀랐다”며 “채식주의자도 식물성 고기이기 때문에 접근이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홍기주 씨도 “처음 먹었을 때 풍기는 스모키한 향에 놀랐다“며 “기존의 콩고기와 달리 콩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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