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대신 소생…‘세젤예’ 쓰레기가 뜬다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캔 화분을 만드는 장면. [사진= MBC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화면 캡처] |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캔 화분을 만드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가 됐었죠. 탄산음료를 먹지 않는다는 이영자 씨는 배달음식에 딸려오는 음료캔을 버리지 않고, 뚜껑 부분을 잘라내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 유니크한 화분으로 변신시켰습니다. 방송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이영자 씨를 따라 캔 화분을 만들어봤다는 시청자들의 인증샷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왼쪽부터)사용한 칫솔을 이용해 만든 움직이는 레고 모형, 바닷속 깨진 유리를 활용해 만든 목걸이, 일회용 빨대로 만든 행잉 플랜트 팟. [사진=서울새활용플라자] |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새활용)’ 바람이 요즘 뜨겁습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 수는 2011년 11개에서 지난해 기준 100개가 넘었고, 최근엔 가정에서도 손 쉽게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체험 교육이 인깁니다.
#. 쓰레기가 예쁜 소품이 되는 마법
지난해 9월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는 날마다(매주 월요일 제외)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이 실천할 수 있는 새활용 체험 교육이 한창입니다. 새활용 전문 디자이너의 지도로 낡은 칫솔이 움직이는 레고 모형으로, 바닷물에 쓸려 마모된 깨진 유리들이 목걸이로 재탄생합니다. 소파의 자투리 가죽은 빈티지 느낌의 팔찌로, 유통기한이 지난 커피 원두는 기발한 인테리어 포스터로 변합니다. 또, 집집마다 굴러다니는 일회용 빨대가 행잉 플랜트 팟(공중에 매다는 식물 화분)이 되기도 하죠.
양말로 만든 인형 겸 손목 보호대. [사진=래코드] |
타이어, 카시트, 유리병, 단추, 깡통, 우산 등 생각 없이 버려온 쓰레기들이 예쁜 소품으로 변신하는 과정. 5000원에서 3만원 정도면 그 ‘신기함’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120여 개의 체험 교육을 거쳐갔습니다. “쓰레기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새활용이라는 게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랄까…”라는 체험 참가자의 소감에서 업사이클링이 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이 화두인 패션ㆍ뷰티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높아지면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노하우’를 나누는 것이죠. 버려지는 물건을 소생시키는 의미 있는 체험들이 곧 지속가능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큐클리프, 젠니클로젯, 에코파티메아리의 제품들. |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주말마다 업사이클링을 실천해 볼 수 있는 ‘나눔공방’을 서울 명동성당 복합문화공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벌써 5년째인데, 어린 아이부터 장년의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만~3만원 정도의 참가비를 내면 카시트 가죽을 지갑으로, 안 입는 티셔츠를 컵받침으로, 공병을 캔들로 변신시켜 볼 수 있습니다. 공방의 수익금은 서울카톨릭사회복지회, 장애 창작자들의 비영리단체 등에 기부됩니다.
자원 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 도시를 만들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강동구에서는 다음달 ‘에코 디자인학교’를 열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눈높이에 맞춘 업사이클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유치원ㆍ초등학생에게는 환경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놀이 위주 프로그램을, 중ㆍ고등학생에게는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과 이윤 창출 등 진로직업과 연계한 수업을, 일반 주민에게는 제품 제작과 기업 탐방 등의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영등포구에서도 이달부터 초ㆍ중학생 대상 진로직업 체험의 일환으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캔, 페트병 등을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등 제품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업사이클링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 내가 한다고 바뀔까? 나부터 하면 바뀐다!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늘어나는 일, 그래서 ‘착한 소비’가 늘어나는 일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착한 소비가 대중화되기엔 갈 길이 멉니다. 폐자재 수급도 여유롭지 않고, 기존 제품을 해체하고 세척한 후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져 소비자 선택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살리는 일,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길은 일상 속에서 업사이클링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업사이클링) 한다고 환경이 나아질까, 쓰레기로 만드는 게 예쁘면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쓸모있어질까 의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만들다보니까 생각보다 퀄리티도 좋고 너무 예뻐요. 저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분명 환경에도 도움이 되겠죠?” 업사이클링 공방에 들른 한 대학생의 말처럼,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건 ‘나’에서 시작한다는 사실. 그 당연한 진리를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있고난 지금에서야 다시 한 번 곱씹게 됩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