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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열전]김순태 셰프 “요령 피우지 않는 정성이 미식을 완성”

워커힐 금룡 삼일빌딩점 총괄 조리장

음식하다 집에 불낸 ‘요린이’가 중식 대가로

신선한 재료·정확한 개량·조리법 준수 '3박자'

돼지고기 요리 자신…‘맡김차림’으로 차별화

김순태 금룡 삼일빌딩점 총괄조리장.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김순태 금룡 삼일빌딩점 총괄조리장.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지난해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특급호텔들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한창이다. 특히 호캉스 문화의 확산으로 호텔의 미식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면서 도심에서도 호텔의 음식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분점’ 레스토랑 오픈이 유행이 됐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역시 지난 4월 그랜드 워커힐의 중식당인 ‘금룡’의 메뉴와 서비스를 그대로 선보이는 ‘금룡 삼일빌딩점’을 열었는데, 이곳의 주방을 강원도 영월 출신 김순태 총괄조리장에게 맡겼다.


김 조리장은 어릴 때부터 강과 산, 들과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약초나 야생동물, 물고기 등 향토 식재료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들에서 막 딴, 산에서 금방 채취한 다양한 식재료로 맛깔난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셨다. 덕분에 어머니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 넘어로 배우며 따라하기도 했다. 10살 때는 중국식 전유병을 만들려고 팥앙금파이와 찜빵을 후라이팬에 올리다가 팬이 너무 달궈져서 부엌을 다 태워 먹을 뻔 하기도 했다. 그는 “고교 때 자취를 하면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재료로 요리를 하면 친구들이 매번 맛있다고 칭찬을 해줬다”며 “그 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 조리장이 중식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용평리조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만났던 유사부 덕분이다. 양손을 사용해 짜춘권을 능수능란하게 만드는 유사부의 모습을 보고 중식을 배워야겠다고 처음 결심했다. 하지만 다른 내국인 셰프들처럼 중식을 배우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화교 출신 셰프들이 중식 주방을 주도하면서 텃세가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시피를 전수할 때 계량 기준을 자신이 사용하는 국자를 기준으로 알려줘 레시피를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웠다.

금룡 삼일빌딩점 VIP 전용 프라이빗 다이닝 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금룡 삼일빌딩점 VIP 전용 프라이빗 다이닝 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다행히 지난 2000년 그랜드 워커힐이 초빙한 라현당 셰프와의 인연 덕에 그는 기본적인 광둥식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라 셰프는 홍콩 출신이다 보니 다른 화교 출신 셰프들에 비해 다른 문화에 허용적인 편이었다. 특히 ‘중식계의 백종원’이라고 불릴만큼 중식 요리를 쉽게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그가 단시간에 광둥식 요리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그는 “중식을 배우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밤낮없이 요리를 연구하고 손에 익힌 결과 지난 2015년 중국 청도에서 열린 ‘세계 중식요리대회’에서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정성’이다. 그는 요리를 할 때 신선한 식자재를 고르고, 정확하게 개량하고, 조리법을 준수해 요리를 완성하는데, 그 바탕에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기본이라는 게 김 조리장의 생각이다. 그는 “식자재 선택부터 조리까지 전 과정에 ‘요령을 피우지 않는 정성’이 들어가야 진정한 미식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조리장이 가장 잘 다루는 식재료는 중식에서 많이 쓰이는 돼지고기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고객들도 선호하는 식재료다 보니 그가 개발한 메뉴에는 돼지고기 메뉴가 많다. 특히 돼지고기를 고를 때는 육질과 색, 촉감과 탄력도 등을 까다롭게 확인한 후 선택하는 편이다. 그는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라는 말이 있듯 고기 식재료를 선호하고,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며 “동파육은 고객들 뿐아니라 나도 좋아하는 요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식 볶음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생강, 파, 마늘 등 향채 역시 그가 잘 다루는 식재료다. 중식에서는 생강과 파, 마늘이 기름과 잘 어우러져야 중식 특유의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덕분에 그는 돼지고기 만큼이나 향채의 신선함도 꼼꼼히 따진다. 재료 자체가 신선하지 않으면 좋은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중화요리의 기본인 짜장면도 생강이나 파, 마늘 기름으로 볶아야 맛이 난다”며 “마파두부도 신선한 향채로 특유의 향을 잘 내야 자극적인 감칠맛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금룡 삼일빌딩점 점심 코스요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금룡 삼일빌딩점 점심 코스요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그가 신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바로 ‘고객의 반응’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육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 외의 식재료로 개발한 신메뉴가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을 지 매번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에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비건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늘자 이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었다.


그는 “예전엔 요리에 고기가 빠지는 것 만으로 메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비건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 감자 난자완스, 마고탕(버섯 불도장), 채소탕면 등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룡 삼일빌딩점은 제철 식재료와 조리장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맡김차림’이 특징”이라며 “중식 오마카세처럼 매달 새로운 메뉴와 식자재를 경험할 수 있는 맡김차림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비즈니스 다이닝의 기반을 다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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