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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리얼푸드

‘사망률 낮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식단이 뭐길래?

‘빅토리아 시대’(1837~1901)는 영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시대다. 빅토리아 여왕이 63년 간 통치한 이 시기는 ‘세계의 공장’이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이 시대의 사람들의 식단엔 특별한 것이 있다.


최근 영국 왕립 의학 저널(Royal Society of Medical Journals)에는 빅토리아 시대에 지역별 식단이 건강과 수명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빅토리아 중기 시대 지역별 식단을 조사한 결과, ‘영국의 스코틀랜드 본토 및 아일랜드 서부의 고립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한 농민들이 가장 영양가 높은 식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지역은 영국 전체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사망률 낮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 어떻게 먹었나?


논문에 따르면 이들 지역 농민들의 식단은 감자, 채소, 귀리와 같은 통곡물, 우유와 생선 등 현지에서 생산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식품으로 구성됐다. 육류도 섭취했으나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으로 제한했으며,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었다. 또한 고립된 지역이었다는 특성 때문에 가공식품의 섭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식단은 유제품(우유, 치즈, 달걀), 통곡물(귀리, 옥수수), 생선(대구, 무지개송어, 농어), 조개류(경단고둥, 굴, 홍합, 가재, 새조개), 채소(감자, 양파, 양배추, 당근, 비트, 물냉이, 리크), 과일(사과, 배, 딸기, 체리), 육류(소, 돼지, 주 1회 혹은 2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에드워드 스미스 박사는 이 식단에 대해 “채소과 과일, 약간의 육류를 섭취하고 생선, 유제품 등을 섭취하는 것은 지중해 식단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지역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맥주와 같은 주류는 전혀 마시지 않았다.


이들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귀리와 감자다. 특히 이 지역의 경우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히 낮았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적으로 부족한 영양 상태에서 기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결핵은 영양실조,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C가 결핍될 때 결핵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한다. 이 지역의 낮은 사망률은 ‘영양가’ 있는 식단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판단이다.


■ 뭐가 좋길래?


빅토리아 시대 농민들의 식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귀리는 최근 몇 년 사이 건강상 이점이 알려지며 뜨고 있는 곡물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귀리를 장수 국가의 대표 음식으로 발표했다. 

‘사망률 낮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귀리 1/4 컵(39g)은 4g의 식이섬유와 7g의 단백질이 들어있으며 인, 마그네슘, 비타민B, 베타글루칸이 풍부하다. 특히 귀리 속 베타글루칸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식품 과학 및 식품안전성 종합연구(Comprehensive Reviews in Food Science and Food Safet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귀리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을 매일 3g씩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고 심장 질환 위험이 23%나 낮아진다. 베타글루칸 3g은 오트밀 한 컵 반, 요리하지 않은 생 귀리 3/4컵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망률 낮다’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감자 역시 땅 속의 사과로 불릴 만큼 비타민이 풍부하다. 100g짜리 감자 1개에는 36㎎의 비타민C가 들어있다. 사과의 6배에 달한다. 또한 철분이 풍부해 비타민C와 결합해 빈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식단에 포함된 채소류의 면면도 건강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들이다. 양파는 항산화 성분인 케르세틴이 풍부해 요즈음에도 ‘슈퍼푸드’로 꼽히는 채소다. 특히 이 성분은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 예방에도 좋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양파 속 케르세틴이 대장암의 원인이 되는 대장용종의 수와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7번 이상 양파를 먹은 사람은 양파를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절반 이하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근은 우리 몸의 노화를 늦추는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4500여 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연구한 결과, 혈중 카로티노이드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당뇨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는 혈압을 낮추고 혈관에 쌓인 독소 제거에 탁월한 채소다.


리얼푸드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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