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연어도 다르다”…여권 만드는 노르웨이 연어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 몇 년 사이 ‘무한 리필’ 연어 뷔페가 인기를 끌며 연어는 국내에서도 친숙한 수산물이 됐다. 다양한 생산지의 연어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노르웨이 연어의 양이 부쩍 늘고 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연어 중 노르웨이산은 무려 46%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2018년 실시한 한국 수산물소비연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44%가 노르웨이산 연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선호도가 높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 관리 때문이다. 전 세계 연어 소비의 증가로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재평가받는 만큼 연어는 현지에서도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노르웨이에선 안전성, 지속가능성으로 연어 양식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노르웨이 스마트 양식장[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
■ 연어 양식장도 5G 시대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은 ‘스마트 양식’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앤더스 노르도이 스넬링겐 (Anders Nordøy Snellingen)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글로벌 운영 매니저는 “노르웨이의 수산업은 타 국가에서 생각하는 전통적인 1차 산업과는 조금 다르다”며 “단순히 수산물을 어획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되는 수산업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선 다수의 젊은 세대가 수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정도다.
젊은 세대가 수산업으로 몰리는 이유는 노르웨이의 수산업은 ICT,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융합된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노르웨이에선 각종 센서와 5G 망, 4K 고화질 카메라를 이용한 5G 기반 스마트 양식장이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 말에는 플랜트에 2만여 개의 IoT(사물인터넷) 기반 센서를 장착한 차세대 외해양식용 해상플랫폼 ‘오션팜(Ocean Farm) 1호’가 만들어졌다.
연어의 얼굴 인식 과정[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연어 역시 스마트한 방식으로 길러진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이 연어에게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이하 NSC) 관계자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연어는 얼굴에 있는 점의 분포 형태가 각자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기술”이라며 “연어가 부레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 3D 레이저 스캐너가 연어의 얼굴을 인식해 가상의 신분증을 만들고 신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3D 스캐너는 연어 한 마리, 한 마리가 바다 이(sea lice)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바다 이는 전 세계 수억 마리의 양식 어류에 감염되며 집단 폐사를 유발, 매년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한 번 발생하면 빠르게 전염되기 때문에 양식장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폐쇄해야 할 만큼 위협적이다.
NSC 관계자는 “3D 스캔을 통해 바다 이에 감염된 연어를 무리에서 격리해 치료하면 바다 이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 연어 폐사율을 50~75%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어 여권[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
■ 연어에게도 여권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필수품인 ‘여권’. 해외여행 중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는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연어는 한 마리 한 마리가 개별 여권을 발급받아 자신의 ‘신분’과 ‘태생’을 증명한다. 노르웨이 연어만이 가지는 특이점이다.
노르웨이 연어는 얼리지 않은 상태로 불과 36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한다. 연어 역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데, 노르웨이에서 양식된 모든 연어는 연어 여권(Salmon Passport)을 가지고 전 세계로 떠난다.
사실 연어 여권은 연어를 더욱 안전하고 신선하게 관리하기 위한 ‘트래킹 시스템’의 하나다.
NSC에 따르면 유통되는 양식 연어에 고유 바코드를 부여하고, 연어에 대한 여러 정보를 표기해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할 수 있다. 특히 수출되는 연어에는 상자 표면에 연어 여권을 부착해 연어의 생산지, 가공 방식, 수출 회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