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소스로 마라샹궈” 현지 음식에 넣는 K-소스들
팬데믹 후 소스 활용 늘어나며 K-소스도 주목
고추장이나 불닭소스, 양념치킨 소스 수요 높아
서구에선 김치 살사 등 현지 입맛 따라 재해석한 소스
아시아는 오리지널 ㆍ현지 음식에 넣는 경우 많아
불닭소스 마라샹궈, 고추장 면 요리 등 다양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그동안 외국 음식은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먹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는 간편한 소스로 이국 음식을 요리하는 빈도가 늘면서 한국산 소스 또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추장이나 불닭소스, 양념치킨 소스 등 대부분 매운 맛 소스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개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고추장 수출액은 5093만2000달러(한화 약 653억 원)로 전년보다 35.2% 늘었다. 2016년보다는 62.6% 급증했으며, 고추장 수출액이 5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의 불닭소스(좌), CJ제일제당의 갓추(Gotchu)(우) |
이번 보고서에서는 고추장에 대한 해외 인식도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까지 해외 소비자는 비빔밥, 김치, 인삼 등 한식을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접근해왔으나 현재 고추장은 ‘힙한 식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틱톡과 같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듯 재미와 흥미 중심의 소비가 수요 증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서구권과 동양 지역의 소비 특성에도 차이가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박윤진 식품 영양부문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서양권에서는 한국 장 특유의 향과 맛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 오리지널 제품보다 고추장을 현지화한 소스가 더욱 호응을 끌고 있다”며 전통 고추장을 재해석한 CJ제일제당의 갓추(Gotchu)를 예로 들었다. 소스를 음식에 뿌리거나 찍어먹는 미국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으로, 미국 핫소스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샐러드나 타코, 샌드위치 등 현지음식과 잘 어우러지도록 개발된 한국식 소스들이 판매중이다. 김치 살사나 김치 스리라차, 드레싱으로 활용 가능한 고추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순두부, 떡볶이 등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요리를 만드는 동영상 |
K-소스는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동남아가 서구권과 달리 ‘오리지널’ K-소스를 즐기는 성향이 강하며, 이는 한국식 매운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만큼 K-푸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봤다. 현지 음식을 한국식 매운 소스와 곁들여 먹는 레시피 또한 관심을 받고 있다. 박 연구원은 “베트남에서는 스프링롤에 한국식 불고기를 넣고, 느억맘 소스(베트남의 생선 소스, 한국의 액젓과 비슷) 대신 쌈장을 찍어먹거나 반미(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에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섞은 레시피 등이 인기”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유망품목AI리포트-소스류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지역에서 중국은 소스류 수출 잠재력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망됐다. 김판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베이징 지사 관계자는 “한국의 불닭소스나 불고기 소스, 부대찌개 소스, 고추장 소스의 인기가 높으며, 이 외에도 양념치킨과, 떡볶이 소스에 대한 호평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수(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소스 게시글은 약 2만 개를 넘었으며 제품 추천이나 소스를 응용한 레시피 공유가 활발하다.
한국 소스로 새로운 중국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산 불닭소스를 넣은 마라샹궈(매운 마라 소스에 각종 식재료를 넣어 볶아 먹는 중국 사천 지방 요리)가 대표적이다. 불닭소스를 사용하면 기존 마라샹궈와는 또다른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인기 요소이다. 또한 고기볶음 요리에 불닭소스를 넣거나 각종 면 요리에 고추장 소스를 넣어 비벼먹고, 꼬치에는 바비큐 소스를 발라서 굽는 레시피들이 있다.
인도네시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국 요리 레시피 |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허정 aT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사에 따르면 매콤달콤한 소스를 선호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고추장 소비가 가장 많으며, 젊은 층들이 주로 떡볶이를 만들거나 고추장을 밥에 곁들여 먹는다. 한국산 치킨 소스도 인기가 높다. 교촌치킨이나 굽네치킨 브랜드들은 한국산 치킨 시즈닝(양념소스)과 디핑소스(찍어서 먹는 소스)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일본에서도 한국 소스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안성은 aT 도쿄지사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양념치킨이나 고추장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며 “불닭소스의 경우 다양한 종류가 출시되어 매운맛 마니아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성공에 이어 ‘불닭소스오리지널’, ‘핵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등 다양한 맛의 소스들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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