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얼굴 인식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을 동물에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안면 인식 기술 도입으로 개별 가축이 맞춤형 관리를 받으면, 적은 비용으로 더 건강한 사육이 가능해진다.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얼굴 인식 기술이 돼지 사육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맞춤형 돼지 사육을 위한 얼굴·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얼굴 인식으로 개별 돼지를 확인하고 체중과 병력 등을 관리하고, 돼지 기침 소리 모니터링으로 건강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의 자회사 징둥디지털과학기술(JD Digits)에서 개발한 안면 인식을 통한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카메라로 돼지를 추적하고 식별해, 개별 돼지의 성장을 측정하고 건강 상태를 기록한다.
중국은 매년 7억마리 가까운 돼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의 돼지 생산 비용은 먹이 주기의 비효율성 때문에 미국의 2배에 이른다.
JD Digits과 협력하고 있는 리더파 중국농업대 교수는 “AI를 이용한 더 정교한 분석으로 돼지마다 먹이를 맞춤형으로 줄 수 있다. 그러면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안면 인식을 통해 양돈 농가의 인건비가 30∼50% 감소하고, 사육에 걸리는 시간은 5∼8일 단축된다. 또 전체 양돈업 차원에서는 매년 500억 위안(약 8조4000억원)이 절감된다.
[JD.com 제공] |
특히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치명적인 전염병에도 대응할 수 있다. 병에 걸린 돼지를 신속하게 추적·격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 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중국 기업들이 돼지 건강 진단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전했다.
다른 국가들도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축산업과 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거대 곡물회사 카길이 투자한 아일랜드의 스타트업 케인더스는 젓소의 얼굴을 식별해 개별 소의 건강을 살피고, 우유의 품질을 높인다. 카길은 젖소에 이어 돼지·닭 사육, 어류 양식에도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노르웨이의 양식 기업 세르막은 얼굴 인식을 통해 연어 수백만 마리의 머리부분 정보를 저장해뒀다가 건강 상태를 확인해 폐사율을 낮춘다. 이을 통한 관리를 통해 연어 폐사율을 50~75%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을 반려동물에 적용했다. 스타트업 보눔은 얼굴인식 AI 기술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얼굴 매칭 및 유사도를 분석, 실종·유기된 반려동물을 찾는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하재철 보눔 대표는 “반려동물 얼굴매칭 서비스는 미국 등의 해외에서는 정부 동물보소호와 연계해 상용화된 서비스”라면서 “딥러닝(Deep Learning)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현재보다 높은 정확도와 판별도로 유기·실종 동물 예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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