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튀기고, 커피 내린다”…요리하는 로봇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푸드코트. 이 곳에서는 커피로봇 ‘바리스’가 전문 바리스타처럼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작은 원을 여러 번 그리는 등 다양한 드립 방식을 선보이고, 물줄기 강약까지 스스로 조정한다.
바리스는 로봇 프로그래밍 전문가와 전문 바리스타의 협업으로 개발됐다. 글로벌 로봇기업 유니버설로봇의 ‘UR3e’를 개조해, 핸드드립 커피 종류에 맞게 물을 붓도록 프로그래밍했다.
커피로봇 바리스 [유니버설로봇 제공] |
이 커피로봇을 도입한 푸드코트 레귤러식스 관계자는 “바리스의 장점은 매번 같은 형태의 핸드드립을 수행해 일관된 커피 맛이 보장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커피는 서빙로봇이 매장 내 고객에게 전달한다.
바리스처럼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협동로봇’이라고 한다. 협동로봇은 공장자동화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공장자동화가 인력 축소를 목적으로 설계되는 데 반해, 협동로봇은 사람이 안전하게 일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게 목적이다.
협동로봇은 사람보다 작고 센서로 주위의 움직임을 일일이 감지하므로, 안전망을 칠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식품 산업에 접목되는 협동로봇이 늘어나고 있다. 설치가 간단하고 안전성이 높은 협동로봇은 반복 작업이 필요한 공정에서 작업자와 협력하며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의 최대 장점은 조리법을 정확히 지켜 일관된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닭 튀기는 로봇 [두산뉴스룸 캡처] |
최근 경북 대구시 동성로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국내 최초로 사람 대신 닭을 튀기는 로봇이 등장했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시간에 맞춰 치킨을 튀겨낸다. 이 로봇은 두산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제품이다.
이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두산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튀기는 일은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고온의 온도에 데이기도 하는 힘든 일인데, 그런 부분을 협동로봇이 대신해주고 있다”면서 “조리법 프로그래밍을 통해 최고의 맛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협동로봇의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두산로보틱스는 식음료 분야 등 협동로봇 적용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는 세척과 건조를 마친 식기를 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협동로봇을 사업장 한 곳에 시범 도입했다. CJ푸드빌도 LG전자와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한 로봇을 연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협동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8000억원 규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은 스마트공장 시장 확대에 따라 연평균 50% 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25년 시장규모는 13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협동로봇업계 관계자는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하는 업무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면서 “최근 식품 업계에서 협동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