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야하는 이유
IBM
간혹 어머니들을 상대로 자녀의 올바른 영어교육법 강의 의뢰를 받는다. 강의장에서 처음 내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나라 교육의 피해자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는가?”이다. 답은 IBM. 컴퓨터 회사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이 아니라 ‘이미 버린 몸‘ 또는 ‘이미 버린 머리‘의 약어다. 다소 절망스러운 얘기지만 영문법 위주의 주입식 영어교육 방식으로 평균 10년 이상 공부한 우리는 IBM이다.
비단 영어뿐이 아니다. 우리의 공교육은 모든 측면에서 IBM을 양산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공교육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면, 당신은 오히려 인생역전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덜 망가졌기 때문이다. 주입식 영문법 교육으로 머리가 망가져 있지 않은 당신은 영어도 더 잘할 수 있다!
우리가 교육과정을 가져온 일본도 비슷하게, 이 말은 자동으로 나온다(…) |
더 이상 한국식 교육은 먹히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개발시대 산업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자원을 집단으로, 그것도 대량으로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세기까지는 약발이 먹혔다. 그러나 이젠 새마을 운동식 노오오오오력과 근면 성실만으로는 글로벌 시대 약육강식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 없다. 창의력과 집단지성을 이용할 줄 아는 협력적 두뇌, 그런 생태계가 형성될 문화적 밑거름이 필요하다.
세계적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이미 10여 년 전에 예측했듯 기업은 100의 속도로 달리는데 10으로 달리는 학교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기업으로 공급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다. 세상은 바뀌어 100의 속도로 달리는데 학교와 교사 그리고 위정자들의 머리통은 아직도 10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간혹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기자들보고 질문하라고 하니까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서야 오바마는 깨달았으리라. 한국 교육의 민낯이 드러난, 쪽팔린 상황이었다.
지식인에 속하는 기자들조차 이러하다 |
한국의 교육은 우리를 어떻게 망쳐 놓았는가?
첫째, 우선 질문을 하지 못하게 두뇌 회로를 끊어놨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잘 하지 못한다.
“왜죠?”라는 질문은 중고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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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모든 경험적 교육의 기회를 차단했다.
경험적 교육은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할 시간, 생각할 시간, 여행 갈 시간, 멍 때릴 시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야자를 시키면서 학교에 붙들어 놓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셋째, 열등감을 강화시킨다.
우리의 교육은 서열화가 종착점이다. 내 옆과 뒤를 보는 눈을 가리고 내 위와 앞에 누가 있는지만 보게 만든다. 경쟁심을 동력 삼게 하고자 하는 의도이지만 결국 1등을 빼고 나머지는 열등감을 먹고 살게 만든다.
위의 모든 것을 종합해보건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자아의 존재감이 흐릿해진다는 점이다. 남과 다르게 튀는 행동을 극도로 삼가게 하는 DNA를 우리 핏속에 주입한다. 비슷한 색깔의 차, 천장 높이 2.2m짜리 성냥갑 아파트, 비슷한 유행의 옷… 돈 벌면 차 바꾸고, 집 평수 늘리고… 서로가 비슷하게 집단 속에 묻어간다.
빈약한 자존감의 집단적 반작용으로 우린 같은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칠 때 자아를 찾은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집단 속에 속한 내가 아니면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나를 축구 국가대항전에서 찾게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집단적으로 자가 세뇌를 해 가면서.
처방전: 여행
IBM이 되어 버린 우리. 좋은 처방전이 있다. 생뚱맞지만 가장 가성비 좋은 특효약은 “여행”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행은 “관광”과 구별하여 말하는 것이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이라는 말처럼 독서도 매우 좋다.
그러나 독서를 하더라도 개미 똥구멍만 한 나라, 그것도 그 똥구멍이 반으로 갈린 나라에서 일단 벗어나 여행을 가라 권하고 싶다. 여행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혼자 가면 약발이 더 잘 듣고, 가지고 나가는 돈이 적을수록 약효가 증폭된다.
첫째, 우리나라가 개미 똥구멍만 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우린 삼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가 아니라 위도 막힌 섬나라다. 많은 석학이 한국을 갈라파고스로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갈라파고스 이구아나가 웃을 얘기다. 땅덩어리가 좁기도 하지만 꼭 면적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 다양성 차원의 반경을 얘기하는 것이다.
원래는 3면이 바다였던 것 같지만 중요하지 않다 |
둘째, 처음으로 벌거벗은 상태에서 나를 대면할 기회가 생긴다.
이력서, 재산세 납부 증명서, 자격증, 통장 사본 등 나에 대한 어떤 서류도 필요 없다. 국적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는 여권만 있으면 된다. 너 어느 학교 나왔냐? 너 몇 평짜리 집에서 사냐? 너 연봉은 얼마냐? 니 아버지, 할아버지 뭐 하는 분이냐? 너 니네 나라에서 무슨 차 몰고 다니냐… 어느 누구도 이런 걸 나에게 묻지 않으며 나도 여행지에서 만나 사귀게 된 사람들에 대해 이런 거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인가? 드디어 나와의 정직한 대면을 통해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나는 뭘 좋아하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지?
셋째, 생각한 것보다 내가 잘하는 게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학교에서는 내가 뭘 잘하는지보다 내가 뭘 못하는지에 초점이 맞춰 처방을 내려줬었는데, 그 시선을 확 바꿔준다. 여행은 나를 대상으로 육체적·정신적 실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확히 전달해준다. 내가 못하는 것에는 큰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그게 다 내 일은 아니다. 내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인생 짧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넷째, 세상은 아름답기도 하고 동시에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감사하게 된다.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보게 되면 종교가 없어도 ‘할렐루야’를 외치게 된다. 뉴욕 맨하튼의 시크하고 모던한 분위기에 흥분하다가도, 유럽의 화려한 중세식 건물과 궁궐에 감탄하다가도, 길거리에 널린 홈리스를 보며 우리만 헬조선인게 아닌 걸 알게 된다. “왜”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늘지만 강력한 힌트를 준다.
다양성과 공통성을 동시에 깨닫는 계기, 여행 |
자존감
여행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비약적 궤변을 펼칠 생각은 없다. 한 줄로 서서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한국 교육의 부작용을 중화시킬, 임상실험으로 검증된, 가성비 좋은 처방약 정도라고 얘기하고 싶다.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와 여정을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한 줄로 서서 남의 등짝만 바라보며 살지 않고 서로 등을 맞대고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만 있다면 본전은 뽑는 것 아닐까? 자존감을 요즘 말로 풀어쓰면 ‘자신에 대해 존나 감이 좋은 상태‘라 한다. 여행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자신에 대한 감을 되찾길 바란다.
서울대 천문학과 졸. 우주를 엿보는 천문(天文)을 모르고 사람을 들여다보는 인문(人文)을 논할 수 없다. 영어교육과 여행 분야에서의 혁신적인 사업을 통해 교육개혁 (Reform Education)을 달성한다는 난해한 미션을 내걸고 최근 Travalloon이라는 서비스 출범. 저서로는 게싱게임(Guessing Game,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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