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승리 라멘’으로 연타석 홈런을 노리다

Q. 님, 누구신가요?

 

동남아시아 진출에 필요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푸드컬처랩 대표, 안태양이라고 합니다.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이 몸 등장

Q. -_-;; 토탈 솔루션은 또 뭐죠?

 

말 그대로 굉장히 광범위해요. 해외 바이어를 찾는 일, 법인이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거나 M&A, 상장, 직원 관리 교육, 홍보와 마케팅, 프라이싱, 브랜딩까지 동남아시아 진출에 대한 광범위한 영역에 컨설팅을 하기에 그리 말합니다.

 

Q. 이름이랑은 안 어울립니다. 푸드컬처 랩인데…

 

요식업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외식업 기반의 컨설팅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점점 더 다양한 분야를 다루게 되었어요.

 

Q. 파퀴아오랑 찍은 사진이 돌던데요?

 

현지 기업과 한국 기업이 매니지먼트 사업을 같이 준비하면서 저희가 부동산 찾는 것부터 법인설립까지 도와드렸어요. 그 과정에서 사이닝 이벤트의 행사 운영까지 맡게 되어서^^ 올해는 그 외에도 청우식품, 빅뱅의 승리 라면으로 유명한 ‘아오리 라멘’ 등도 함께 컨설팅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레전설 1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레전설 2

Q. 뭔가 복잡하고 다양한 일을 하는군요.

 

동남아시아에서 사업하고 싶으신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특히 법적인 부분의 문의가 많죠. 바로 대응하실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드리기도 하고, 직원을 뽑을 때 어디에 공고를 하면 좋고, 직원과의 계약은 어떤 걸 유의해야 하며 등등을 알려드리다 아예 컨설팅을 해달라고 해 주신 분들이 많아서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네요.

 

Q.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맞아요. 정보나 경험해 본 분들이 절대적으로 적어요. 여행책은 많아도 현지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사리 접하기 어렵죠. 대기업 주재원, 교수 등 현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없진 않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없어요. 매장을 한두 개 하거나, 부동산이나 건설사같이 작은 기업이 들어갈 수 없는 분야에 있는 분들은 꽤 있긴 한데… 스타트업이나 작은 사업으로 동남아 현지에 제대로 안착해 잘하는 회사는 많지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죠.

 

근데 최근 들어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미국의 경우 시차도 10시간 이상에 현지까지의 이동 거리, 동양인 차별 등 극복해야 할 허들이 굉장하죠. 중국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인구수로도 빅마켓이고, 물리적으로 멀지도 않을뿐더러 인건비도 부담 없고, 무엇보다도 한국과 한국 문화에 굉장히 우호적이기에 ‘해볼 만하다’ 는 시선이 점차 늘었어요.

 

Q.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없다고 볼 수는 없어요, 상위 10%는 우리나라 못지않죠. 다만 확실히 중산층은 약한 것 같아요. 아예 고가 시장이거나 반대편 사이드의 박리다매 시장이거나. 동남아시아에 가보면 고급 외제 차도 굉장히 많거든요. 이게 다 직접 수입으로 들어온 건데, 비싸지만 희소성 있는 아이템이라면 동남아시아에서도 충분히 먹힙니다.

 

Q. 지금 동남아시아에서는 어떤 한국 회사들이 잘하죠?

 

쓰리컨셉아이즈(스타일난다 화장품)도 잘하고, 윙블링도 잘하고 있어요. 윙블링의 경우 ‘짝퉁’, 카피캣도 등장하는데, 이게 본인들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 측면으로 보면 그 제품이 인기가 없으면 복제품이 나타나지 않거든요. 브랜딩, 노출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할 거예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윙블링’은 독특한 스타일로 국내·외를 넘어 큰 인기를 얻는 주얼리 브랜드다. / 출처: Wing-Bling

한식 세계화: 한 번이라도 ‘브랜딩’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 있는가

Q. 어디 진출을 주로 하시나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폴 입니다. 동남아는 거의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다만 처음 셋업할 때 동남아 어디를 가도 먹힐 수 있도록 설정하죠.

 

Q. 다 다른 나라잖아요-_-?

 

말하자면 70:30 매뉴얼이에요. 70은 바꾸지 않고, 30은 로컬라이제이션하는 거죠. 일례로 한국 치킨이다, 하면 바꾸지 않는 오리지널 메뉴가 있어요. 거기 들어가는 레시피는 바꾸지 않아요. 하지만 베지테리언 음식, 할랄 음식 등이나 조금 다른 런치 메뉴, 술 메뉴 등은 바꾸는 거죠.

 

대다수 투자자는 구체적인 레퍼런스를 제시한 뒤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어레인지하기를 원해요. 가격이 100불 언더였으면 좋겠다, 핑거푸드만 만드는 스텝이 있으면 좋겠다, 웨이팅 스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식이죠. 저도 아이디어를 주면 그 도시 부동산 사이즈에 맞춰서 진행하는 편이에요.

 

Q. 너무 많이 잡고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한국 음식 잘 모르는 중국 투자자가 왜 한국 음식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할까요? 한국 레스토랑이 비즈니스적으로 돈이 되거든요. 옛날에는 어려웠어요. 일식, 베트남 음식은 유명한데 한국은 K팝처럼 음식이 유명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요새는 대중적으로 이해도도 높아지고 거부감도 줄었어요. 기존의 아시아 음식에 좀 지친 상태죠. 그래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거예요. 다만 김밥천국 같은 건 아니고, 정식당 같은 하이엔드를 원해요.

 

Q. 한식 세계화는 실패한 것 같다는 국내의 여론이 있는데요.

 

글쎄요… 7~8년 전만 해도 사시미, 스시 안 먹는 사람 되게 많았어요. 로우 푸드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죠. 외국 사람이 육회 같은 생고기 먹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소수의 마니아만 즐긴 정도랄까… 그런데 한국 레스토랑이 점점 대중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일식, 중국음식 말고 다른 아시아 음식을 먹고 싶다는 니즈가 생긴 상태예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한식 세계화: 코리안 애티튜드고 뭐고 국적 불명의 음식들이 늘어서 있다…

Q. 불고기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거죠?

 

음… 한식 세계화를 하려면 그 나라 외국인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해요. 외국인이 한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맛은 정말 주관적이에요. 한국 사람의 ‘맛있다’와는 달라요. 내가 맛있다 해도 누구는 맛없다 할 수 있고, 정통 이탈리아 피자도 맛없을 수 있어요. 한식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음식을 대하는 애티튜드를 이해해야 해요.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밑도 끝도 없이 김치 몸에 좋다, 불고기 맛있다고 들이대는 건 힘들어요.

 

Q. 흐음…

 

건강 단어도 생각해봐야 해요. 외국에서 건강이라는 단어는 매우 조심해서 써야 해요.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거든요. 김치 소금에 엄청 절이잖아요? 다이어트 하면 가장 먼저 끊잖아요? 야채 먹었다고 건강해지나요? 고기 먹었다고 건강을 잃나요? 건강하다는 단어에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해요. 건강을 챙기는 외국인은 한식을 먹는 게 아니라 야채를 먹을 거예요. 그러니 한국음식을 팔 때는 스토리를 먼저 챙겨야 하는 거죠.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킴취 맛있어요 몸에 좋아요”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

Q. 스시 같은 거 사람들은 그냥 먹잖아요?

 

아니죠. 아주 예전부터 많은 작업을 했죠. 광고, 신문, 잡지, 기업 다 계속 해왔어요.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 문화를 접해요. 일본은 정부·기업 할 것 없이 다 밑작업을 많이 했어요. 일식 먹으러 가보면 그 사람들만의 애티튜드를 지켜주기를 원해요. 포크로 초밥 안 찍잖아요? 일식은 찹스틱 잡는 방법이 매우 트렌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거 안 했어요. 그러니까 해야 한다는 거죠.

 

Q. 그런데 왜 한식 세계화는 이 모양…?

 

내가 안 해서 모르겠(…)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이분이 함^ㅁ^

Q. 고급 레스토랑이나 먹히는 것 아닙니까?

 

K-pub BBQ는 제가 만든 고기 뷔페예요. 비싼 게 13,000원이고 더 비싼 건 25,000원이에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같이 주문하면 그 정도 되겠네요. 그 정도면 현지에서 평균 소득 받는 사람들도 충분히 사 먹을 수 있어요. 그 친구들에게 늘 소개한 게 그런 거예요. 쌈 싸 먹는 방법. 잘 싸서 먹는 모습 인스타에 올리면 경품 주고 그랬어요. 그런 게 외국인들에게 너무 재밌게 다가가요. 음식은 재밌고 즐거워야 해요. 음식은 슬프려고 먹는 게 아니잖아요.

 

Q. 동남아로 진출하는 수많은 브랜드가 망하는 이유는 뭔가요?

 

브랜딩이 안 되니까.

 

Q. -.- 너무 포괄적인 이유 아닌가요?

 

뒤집어서 한국 사람에게 스타벅스 왜 가세요? 라고 묻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외국인도 그렇게 생각해야 해요. 외국인에게 한국 식당 왜 가요, 라고 물으면 맛있고 값싸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명확히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런 게 없이 그냥 진출하니까 문제죠. 가격으로 경쟁하는 건 불가능해요. 거기는 다 현지 조달할 수 있는데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와야 하잖아요. 맛있다는 것도 경쟁 불가능해요. 외국인에게 맛있는지 아닌지 평가할 수 없는 거예요. 그 사람에게 맛없고 내게만 맛있을 수도 있잖아요.

 

Q.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최소한 외국인이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한 줄 정도는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는 그 브랜드가 ‘싸다, 맛있다’ 정도는 기억할 수 있어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엄청 고민해야 해요. 한국 회사 대표님이 직접 가서 회사 사람들 교육하면서 대표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요. 우리 회사는 어쩌고저쩌고야, 말해도 소용없고 아무 직원이나 불러서 이야기했을 때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이 잘 돼야 해요. 같은 배 안에서 노 다르게 젓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겠어요? 최소한 내가 운영하는 코어 팀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해지. 이게 우리의 아이덴티티라고 모두가 동의해야 해요. 대표가 우기는 게 아니라, 코어 팀이 정확히 인지해야 하고, 그것에 입각해서 모든 걸 선택하고 방향성을 잡아야 해요. 우리가 카페인데 주메뉴를 아메리카노로 가기로 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걸로 가야 해요. 다른 사람이 라떼 맛있고 프라푸치노 잘 된다고 해도 그걸로만 가야 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스타벅스를 예로 들면 ‘눈치 안 준다, 콘센트가 있다, 맛이 항상 비슷하다, 초록색(…)’ 정도가 있겠다.

Q. A가 아니라 B 잘 팔리면 그걸로 가야 하지 않나요?

 

그러면 김밥천국이죠. 내 집에서 설렁탕 팔다가 육개장 팔고 싶다, 그러면 그래도 돼요. 하지만 인터내셔널 브랜드 가려면 문제예요. 서브가 메인이 될 수는 없어요. 가지치기는 가능한데, 그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아야 해요. 김밥천국이면 김밥. 사리원 하면 불고기. 어딜 가도 똑같아요.

 

Q. 흠…

 

만약 양념치킨 되게 잘 하는 치킨집이 있다 쳐요? 그런데 필리핀 가니까 스노윙이 되게 잘 된다, 그래도 스노윙 가면 안 돼요.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양념은 그대로 가야 해요. 매출과 아이덴티티가 다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덴티티를 버려서는 안 돼요. 매출 나올 만한 메뉴를 계속 만들어야지, 메인메뉴를 버려서는 안 돼요.

동남아에서 치킨 파는 게 보통 일이 아닌 이유

Q. 어떻게 판매에 성공하셨습니까…

 

한국만 가진 문화를 어필했어요. 예를 들어 쏘맥. 칭따오랑 하이네켄 쓰면 죽여줘요. 거기에 소주만 가지고 쓸 수 있는 스토리도 아주 많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술이죠. 외국인에게 한국 와서 뭐 먹고 싶어? 라고 물으면 10분의 7은 포장마차에서 소주 먹고 싶다 그래요. 실내포차 말고, 플라스틱 그릇 쓰고 천막 펄럭펄럭거리는 리얼 포장마차요. 소주 한 잔에 우동 먹고 싶다 그래요. 그런 스토리를 많이 생각했죠.

 

Q. 노상 그런 거 말입니까?

 

해외는 노상이 안 돼요. 데크 깔아서 법적인 사항을 준수해야 해요. 그래서 야외에서 먹는 치킨 같은 분위기의 가게를 만들었어요. 오빠치킨이라고.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대낮이지만 노상의 즐거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Q. 치킨… 짱이죠…

 

근데 치킨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어요. 이익이 안 나요.

 

Q. -ㅁ- 그 맛있는 것에 대체 무슨 문제가!

 

일반 프라이드 치킨은 한국적인 제품이 아니에요. KFC나 맥도날드나 다 팔잖아요. 간장치킨과 양념치킨이 한국 치킨을 대표하는 메뉴예요. 그런데 이 제품들의 소스는 다 한국에서 사와야 해요. 소스들의 70% 이상이 물이에요. 컨테이너에 실으면 물이 많아서 적재할 때 끝까지 실을 수가 없어요. 컨테이너 무게도 무거워서 시핑 코스트가 커요. 마진을 고민해야 하는데 소스값이 비싸니까 고민이 큰 거죠. 그렇다고 해서 치킨을 두 배 비싸게 팔 수는 없어요.

 

Q. 오… 생각해보니 그렇겠군요.

 

고추장은 paste 형태라 분리가 안 돼요. 그리고 금방 쉬어요. 냉장, 냉동 컨테이너는 너무 비싸니까 일반 컨테이너에 실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쓰면 100도까지 올라가서 부글부글 끓어요. 그러면 맛과 색깔이 변해요. 적재를 완벽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받아요. 그런데 한국 소스가 방부제 같은 걸 많이 안 쓰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기간이 8개월 정도밖에 안 돼요. 배 타고 오가는데 2~3개월. 컨테이너 상태로 허가받는 데 1~2개월. 우리나라 소스는 대부분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데 그 전기세, 관세, 수입, 컨테이너 가격까지… 이러면 치킨을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노답’이 되어버려서…

 

Q. 아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인수를 계획했어요.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사려고 했어요. 예를 들자면 BBQ 한국 프랜차이즈를 사는 거죠. 그런데 아무리 재무제표 뜯어도 돈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 거예요. 소스 만드는 데만 1년 걸렸어요. 메인 원자재만 수입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조달하는 거예요. 이 방식은 KFC와 맥도날드 다 쓰는 거예요. 그런데 해본 적이 없다 보니 70% 이상 맛을 비슷하게 내기 위해 1년 정도 작업했죠.

 

Q. KFC와 비교해서 다른 건 뭐죠?

 

완전 첫 단계에서부터 달라요. 닭을 떠나서 염지에서부터 달라요. KFC는 염지 방법이 달라요. KFC는 뜯어먹어 보면 껍질은 짠데 속은 밍밍해요. 한국은 속이 짭쪼름해요. 안에까지 염지를 한 거예요. 그 방법부터 달라서 염지제, 파우더, 소스까지 다 달라요. 간장, 양념, 스노우… 그 많은 소스가 한국에만 있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Q. 직원은 외국인을 쓰나요?

 

100% 외국인 로컬 직원을 써요. 한 명 정도 한국인 총괄 매니저를 둬요. 진짜 웃긴 게, 한국 음식은 좀 손맛이 있어요. 똑같은 레시피에 정량 저울로 1g까지 맞추는데도 필리핀 친구들이 만들다 보면 좀 맛이 변해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맛 체크를 해야 해요. 심지어 날씨에 따라서 한국에 들어오는 제품들의 컬러, 염도, 텍스처가 달라져요. 매우 꼼꼼하게 체크해야 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필리핀에서 떡볶이를 200인분 팔아 치우고 유명인사가 되다

Q. 어쩌다가 이런 일을…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Q. 본인이 모르면 누가…

 

우연찮게 필리핀 어학연수 갔다는 말은 하는데… 사실 그냥 생각 없이 갔어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필리핀에 간 거예요. 1년 반 정도 살았어요. 어차피 대학 2학년까지밖에 공부 안 해서 휴학 3년을 채웠어요. 그때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제적당할래, 돌아올래? 엄청 고민했어요. 그때가 26살이었는데 학교로 돌아가서 2년 더 다니고 회사 갈 거 준비하면 30살은 될 것 같더라고요. 보아하니 한국에는 날고 기는 유학파 능력자 많은데 나이 서른에 경쟁이 될까 생각했어요.

 

차라리 여기서 승부를 던지자. 지금도 제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게 나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뜯어보는 거예요. 잘하는 거랑 좋아하는 거 구분해서. 노래?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해요. 말하는 거? 잘하지만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뭘까? 이런 공통분모를 따져보고 어떤 퍼포먼스를 잘 하는가 계산해 봐요. 뜯어보니 잘 하던 게, 배고파서 외국인들이랑 한국 레스토랑에 가면 외국 친구들에게 음식 스토리텔링을 해줬어요. 미치도록 좋아하더라고요. 파전, 막걸리, 삼겹살, 소주, 떡볶이, 순대 튀김…… 설명하고 만들어주는 걸 엄청 잘했어요.

 

Q. 그때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게 뭐였어요?

 

파전에 막걸리. 막걸리 흔들어서 돌려서 따는 것. 집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새참처럼 먹던 거. 비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지글지글 끓는 파전이랑 한잔하는 거. 양은 주전자 짠… 이런 것들을 외국인들이 너무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라고요. 소맥 싫어하는 사람 본 적이 없어요. 맛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퍼포먼스가 재미있어서요. 휴지 던지고, 369게임 하고 배스킨라빈스 게임 하고… 외국 애들은 그냥 한두 잔 하면서 얘기할 뿐이지 게임 같은 거 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 한식은 너무 재밌고 즐거운 게 돼요.

 

당시에 필리핀 살 때 돈이 없어서 한국인 초등학생 상대로 개인 과외를 했어요. 하다 보면 1~2시간씩 텀이 생겨요. 집 왔다 갔다 하는 택시비가 아까워서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놀았어요. 중국 사람들이 보통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재료를 사요. 그런데 우리나라 제품에는 다 한국말이 쓰여 있잖아요? 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이어도 추천해 주는 거예요. 초코파이보다 오예스가 더 맛있다. 미친놈 보듯이 봐요. 그래도 말 걸어요. 냉동실에 3분만 넣어서 먹어봐라. 호빵은 물 좀 뿌려서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라. 고등어는 와사비 찍어서 먹어라. 라면은 이렇게 끓이고… 중국인들이 쓸어 담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오면 매출이 는다고 사장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먹을 거 다 주고.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크으 이 끝내주는 게 전 세계적으로 안 먹힐 리가 없어

Q. … 알아도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군요…

 

그러다 보니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내가 알지 못한 내 강점은 아닐까?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내가 너무 잘 하고 또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음식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지금도 돈도 안 주는데, 망해도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Q. 정말 망해도 재미있었을까요(…)

 

(…) 어쨌든 그때가 2010년이었어요. 은퇴자들이 동남아로 많이 넘어왔어요. 그 사람들이 파는 한국 음식은 너무 맛있는데 대부분이 영어를 못 해서 설명이 안 돼요. 그래서 먹고 온 친구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야채, 고기 있고 달달했다. 알고 보니 돼지갈비찜이야. 나한테 물어봐요. 이거 왜 안 매워? 애들도 먹을 수 있어? 이걸 설명해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나의 강점이 아닐까? 마침 그쯤 한식 붐, 케이팝 붐이 일었어요. 시대도 이런데, 한국 여자애가 영어를 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으니 한국 음식 팔면 대박 아닐까?

 

하지만 돈은 없었어요. 음식하는 걸 매우 좋아하지만 3~4인분이나 해봤지 100인분은 아니잖아요. 근데 마침 동생이 한국에서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했어요. 그 회사가 중국 진출하려고 동생을 키우는 걸 빼 왔어요. 그때 가진 돈이 둘이 합쳐 500~600이었어요. 반체토라는 야시장이 있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는 가장 유명하고 잘 됐어요. 금요일 하루 장사 하면 5,000명이 거기 와요. 손님이 너무 많아서 돈을 쓸어모으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루에 10만 원이면 가게 낼 수 있어요. 대신 물과 전기도 안 줘요.

 

Q. 오오… 드디어 성공신화의 시작?

 

그러고 쫄딱 망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아이고…

Q. 잉? 자신이 있었다면서?

 

아직도 기억나요. 2010년 3월 첫째 주 금요일. 600만 원으로 집 구하고 동생 기구 사서 넣었어요. 오늘부터 돈을 쓸어 담겠다는 다짐으로 의기양양해서 들어갔어요. 우리는 싸구려 음식 줄 수 없어, 최고의 음식만 주겠어, 제일 비싼 가전제품 다 가져왔어… 첫날 12시간 동안 2인분 팔았어요. 2,500원짜리 떡볶이 5,000원. 남은 98인분 다 버렸어요. 동생 앞에서는 쿨한 척하느라 장사는 다 이런 거라고 말하고, 그날 밤 내 방에서 이불 덮고 엄청 울었어요. 태어나서 제일 많이 울었어요. 한 푼도 없었어요. 당장 어떻게 살지? 한국으로 돌아갈 돈도 없었어요.

 

Q. 아이고…

 

그다음 주에는 5인분 팔았어요. 그다음 주에는 10만 원… 과외를 더 뛰고 부모님들에게 너무 죄송한데 현금을 오늘 좀 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장사가 안 됐어요. 안 될 이유가 없는 게, 필리핀에서 한국 어린 여자애가 장사하면 인기가 좋아요. 왜 안 되지? 왜?

 

Q. 흐음…

 

3개월 만에 문득 생각났어요. 나는 과연 장사라는 걸 배운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어머니, 아버지, 사돈, 팔촌, 지인, 친구 다 합쳐도 내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결국 TV로 배운 거예요. 음식 맛있으면 줄 세우고, 건물 세우고… 그런 것만 아는 거예요. 그 사실을 깨닫고 인터파크 도서 가서 ‘장사’라고 키워드 넣고 50~60권 책을 사서 부모님 부탁으로 비행기로 받았어요. 책만 엄청 봤어요. 닥치는 대로 다 공부했어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제일 창피했어요.

 

Q. 읽고 나니까 알겠던가요?

 

네. 제일 처음 깨달은 것은 웃는 거. 매일매일 웃는 연습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난 잘 웃겠지, 싶었지만 혹시 모르니 동생에게 내가 웃지 않으면 살짝살짝 치라고 했어요. 장사하는 내내 치더라고요. 열 받아서 그만 좀 치라고 짜증 내고, 그러면 동생은 “언니가 치라며?” 하고(웃음). 그러면 니가 친 모든 순간에 안 웃었니? 안 웃었대요. 소름이었어요. 난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 웃었구나. 장사도 안 되고 몸은 힘들고 손님들은 찔러만 보고 가니까 얼굴에 다 묻어났던 거예요. 다음 날부터 어떻게 해야 예쁘게 웃을까, 그것만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왜 안 살까를 고민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고 맛도 있는데 왜 안 사지? 어차피 버릴 거니까 다 포장해서 야시장 판매하는 분들께 갖다 줬어요. 돈 안 내도 되니까 솔직하게만 이야기해달라.

 

Q. 뭐라던가요?

 

이게 뭔지 모르겠대요. 봤을 때 비주얼적으로 부담스럽대요. 그제야 깨달은 거예요. 떡볶이가 외국인에게는 안 맞는다는 사실을. 맵고 뜨겁고 찐득하고 쫄깃하고…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다 담은 음식인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이길까? 그때 제가 찾은 해답이 바로 케이팝, 문화였어요.

 

Q. 먹을 거랑 케이팝이요?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 방송을 봤는데 이런 음식을 보았다’를 공략하는 거예요. 내 친구들은 이걸 먹고 싶어 했거든요. 오는 손님들과 유대관계를 쌓을 생각을 했어요. 메모지를 두고 손님들의 인상착의를 기억했어요. 바나나 셔츠 입고 갈색 안경을 쓰는 분은 이 근처에서 콜센터 일을 한다, 3시에 오는 손님은 에이핑크의 멤버 누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분들과 유대감을 쌓는 거예요. 에이핑크 노래 좋다고 했지? 이걸 들어봐. 인기가요 봤어. 엑소 걔 멋있더라. 몇 개월 뒤 한국 간다며? 경복궁에는 꼭 가봐. 거기 관광비 아주 싸. 이러니까 손님들이 점점 오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한국에서 온 걸 알아봐주고 라면을 먹기 시작했어요.

 

Q. 필리핀 식으로 맛은 바꿨어요?

 

안 바꿨어요. 자신이 있었어요.

 

Q. 근데 왜 떡볶이였어요-_-?

 

제가 너무 좋아해서…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참고로 떡과 매운 것은 외국인들이 안 좋아하는 한국음식 1~2위를 다툰다(…)

Q. (…) 컴플레인 안 들어왔어요?

 

많았어요. 그런데 자신감이 있었어요.

 

Q. 보통은 로컬라이제이션 생각하지 않나요?

 

하지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데 떡볶이는 빠질 수 없잖아요? 모든 브랜드가 가진 최악의 약점은 뒤집어서 최고의 강점이 될 수 있어요. 그 한 끗 차이가 스토리가 돼요. 야시장은 시끄럽고 주차 안 되고 덥고 길거리에서 먹어야 해요. 이걸 상쇄할 스토리가 뭐가 있을까? 원래 길거리에서 먹는 음식인 떡볶이밖에 없어요. 이건 한국에서도 먹는 리얼 스트릿 푸드인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우리 가게인 ‘서울 시스터즈’ 오는 순간 서울을 경험할 수 있다.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순간 너는 서울에 오는 거다.

 

Q. 오… 말 되는데요?

 

나는 마케팅, 브랜드 말하는 게 쪽팔려요. 정규교육 받은 적 없어요. 맨땅에 헤딩했어요. 가진 건 서울시스터즈 이름 하나밖에 없었고, 고객들은 우리를 한국 여자애들이라 불렀어요. 그래서 6개월 하고 나니까 BEP를 찍었어요. 그때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이제 된다… 그러고서 동생이랑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Q. ㅠㅠ

 

쌕에다 현금을 집어넣는데, 막상 셀 수가 없어요. 너무 피곤해서 쌕 안고 신발장 앞에서 그대로 잤어요. 2~3일은 48시간씩 꼬박 깨어 있어야 했어요. 준비하고, 팔고, 이동하고, 설거지하고, 과외하고… 직원 쓸 돈이 없으니까 모든 걸 제가 다 해야 했어요. 이게 잘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과외를 관둘 수도 없고… 퍼도 퍼도 100명씩 줄을 서니까 나중에는 손이 안 움직여서 죽겠더라고요. 미안한데 너무 힘들어서 더 못 팔겠다, 가라. 동생이 그때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야시장은 공간과 시간이 한정적이에요. 아무리 빨리 팔아도 200~300명이 맥스예요. 그러면 가게 하나를 더 오픈하자. 동생이랑 나랑 찢어져서 두 개의 점포를 담당하기 시작했어요. 야시장 2호점도 3개월 지나니까 매출이 비슷해졌어요. 그래서 3번째 매장을 냈어요. 그런데 매출이 안 오르는 거예요. 똑같은 거 팔고 가격과 맛도 같은데. 그제야 안 거지. 이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나랑 내 동생 얼굴 보러 왔구나, 하고… 아파서 누워 있으면 가게 망하겠네? 그때부터 브랜딩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Q. 어떻게 바꿨나요?

 

서울 시스터즈라는 이름은 그대로 가되, 우리 얼굴을 그린 로고를 만들었어요.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레드 컬러를 정하고, 청결 문제도 있으니 전 직원은 빨간 두건을 쓰기로 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서 어느 날 어느 야시장에 설 건지 공지하기 시작했어요. 서울 시스터즈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인지도가 생기니 새 야시장에서 초빙하는 일도 있었어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The One and Only Authentic Korean Food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었다.

‘동남아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완성되기까지

Q. 그리고 엑싯.

 

4년전 제가 운영하던 매장을 접았지만 한달에 한번씩 서울시스터스 페이스북 페이지로 저희 가게 떡볶이가 그립다고 메세지가 와요

 

Q. 왜 팔았어요? 돈 많이 준다 해서?

 

매장 8~9개 열고 매출 흐름도 나왔어요. 장사가 뭔지는 잘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궁극적으로 돈 많이 버는 떡볶이 장사를 택할 것인가? 다른 거 하고 싶은데 나 도와줄 사람 없나? 그때 전 회사의 중국 회장님이 한국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운영까지 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마침 우리가 TV며 라디오, 신문에 실리던 즈음이에요. 우리를 TV에서 보고 찾아온 거예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나 먹고살 만한데 왜? 세 번째 찾아와서 마지막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동남아시아로 넘어온 화교들은 중국에서 살기 힘들어 건너온 케이스가 많다고. 자기도 필리핀에서 못 먹고 살다가 자수성가한 케이스라고. 너를 보면 예전의 내 모습 보는 것 같으니 내 밑에 들어와서 배워라… 그때 동생에게 허락 안 받고 알았다고 했어요. 대신 조건을 두 개 걸었어요. 서울 시스터즈는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싶으니 판권은 내가 가진다. 대신 잠정적으로 폐업하겠다. 일하는 동안에는 동시에 하지 않겠다.

 

Q. 안 아까웠어요?

 

별로요. 조건도 좋았고 집도 해줬고 차도 해줬고 샐러리도 좋았고…

 

Q. 역시 돈이군요…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저도 욕심이 컸다는 데 있어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야시장 떡볶이로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Q. 일은 할 만하던가요?

 

어우… 4년 있으면서 단 하루도 시달리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내내 불면증에 시달리고 위험하고… 1년에 1주일은 병원 입원하고… 그만두자마자 20kg 쪘어요. 6개월 만에 빼빼 말라서 엄청 힘들어졌어요. 그런데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갈 거예요. 그 회장은 화교가 하는 경영 방식을 밑바닥에서부터 죄다 가르쳐줬어요.

 

Q. 어떤 걸 가르치던가요?

 

화교는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할 때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지 않아요. 그래서 계약 전부터 아주 꼼꼼하게 각자 회사의 고문변호사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양쪽이 그 계약서에 합의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아요. 심지어 계약이 잘못 됐을 경우까지 모든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아주 꼼꼼하게 적어요. 사업 미팅, 출장 때 비서를 데려가는 일도 드믈죠. 비용에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해외출장시 많은 직원들과 비서를 데려가는 것 대신에 최소의 인원만 데리고 가셔요. 돈을 헛투로 쓰는 법이 없거든요. 한국 갈 때는 나랑 부회장만 데리고 갔어요. 진짜 스트레스였어요. 얼마나 짠돌이인지 그렇게 돈이 많아도 맨날 걸어 다녔어요. 그래서 내가 파라다이스 인터콘에서 몇십 번을 묵었는데도 뭐가 있는지 몰라요. 방에 오면 옷도 못 벗고 잤어요. 3시간밖에 못 자고 음식을 엄청 먹고 리뷰, 테스트를 하나하나 다 거쳤어요. 끊임없는 테스트, 시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대안은 늘 가져야 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해요. 동생은 안 그랬는데 나만 맨날 데리고 다녀서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어요. 조금만 잘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줘서 엄청 울면서 배우고…

 

Q. 아이고… 그래서 거기서는 어떤 일을…

 

브랜드 두 개를 냈어요. 오빠치킨이랑 케이펍BBQ. 각각 400석 사이즈고, 1호점은 빌딩이에요. 3호점은 세부에 있고, 총 6호점 있어요. 케이펍BBQ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고깃집이에요. 오빠치킨은 동남아 프랜차이즈 구조예요.

 

Q.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나왔어요?

 

필리핀에서 생활도 만족 스러웠지만 아직 젊고 욕심이 많아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어차피 제 동생은 그 회사에 남기로 결정해서 제가 하던 모든 일과 책임을 동생에게 넘겼어요. 그 회사에서 가끔 필요로 하면 조인해서 도와줘요. 컨택 포인트, 쉐프, 레시피 필요하다 싶으면 다 도와드려요.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이제 안태양 대표는 명실공히 ‘동남아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불리며 여러 활동을 이어간다.

필리핀에서 떡볶이 팔아 대박 친 그녀

최근에는 ‘승리 라멘’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아오리 라멘”의 동남아 진출을 준비한다. 해당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는 건 그녀의 사업 스타일이라고…

Q. 동남아 쪽의 제일 큰 허들은 뭔가요?

 

유통이 제일 힘들죠. 또 어려운 건 자국민 보호법이 존재해서 외국인들이 사업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법인회사, 외국인 자본, 투자 모두 법률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전부 이해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계약서는 20페이지 넘게 만들어지고, 이거 다 리뷰하고, 계속 핑퐁 치면서 고치고 또 고치고…

 

Q. 결국 뭘 해야 성공할 수 있나요?

 

저는 셋 중 하나는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봐요. 우선 자본, 적어도 중국인 정도의 자본력이 있느냐… 어떤 상품이 잘되면 중국인들은 지켜보다가 돈을 쏟아부어서 비슷한 거 만들어 내요. 가게도 여러 개 오픈하고 프로모션까지 쏟아부어서 원래 잘되던 오리지날을 짝퉁으로 만들어 버려요. 머니게임이죠. 자본이 확실하다면 확실한 승산이 있어요.

 

두 번째는 인지도인데, 대표가 빅뱅의 ‘승리’ 정도 되면 충분히 가능하죠. 마찬가지로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 중에 ‘포니’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은 전용기를 보낼 정도예요. 중국 현지 기업과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하고요. 그 정도의 인플루언서라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은 브랜드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왜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여야만 하는가 설명하는 탄탄한 브랜드요. 물론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지만요. 왜 우리 브랜드여야 하는지, .우리만의 강점이 뭐고 약점이 뭔지, 해외고객에게 내세울 매력포인트는 무엇인지, 타깃은 누군지,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확실히 해야죠.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고 충분히 공부해야 해요. 어렵다면 현지에 정통한 기업과 협업이나 컨설팅이라도 해야 해요. 가장 충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필자 리승환 (트위터, 페이스북)

오늘의 실시간
BEST
ppss
채널명
ㅍㅍㅅㅅ
소개글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pps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