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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들과 댓글놀이하던 최태원 회장이 돌연 댓글 창 닫은 이유

그간 사생활을 베일에 감쳐왔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돌연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대중과 적극 소통에 나섰는데요. 대기업 총수의 개인 SNS 개설 소식에 여론과 언론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최 회장은 두 달 만에 5만 5천여 명의 팔로워들을 끌어모았으며, 그가 올린 게시물들은 연일 기사화됐는데요. ‘요거트 뚜껑 핥아드시나요’라는 질문도 ‘그렇습니다’라고 직접 댓글을 달며 유쾌하게 소통 행보에 나섰던 최 회장이 현재 돌연 댓글 기능을 제한했습니다.


그간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댓글 창에 칭찬 혹은 최 회장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질문 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면 어느샌가 동학 개미를 자처하는 이들이 최 회장에게 성난 마음을 댓글 창에 표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이유가 점쳐지는데요. 과연 동학 개미들이 최 회장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전반은 오는 10월 신설되는 법인인 SK 배터리 주식회사에서 전담할 예정인데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의 분사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주요한 목적은 투자금 마련입니다. 분사 발표 당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은 투자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을 시 적시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사업 부문 분리 소식에 주식 시장은 즉각 반응했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할 계획을 발표한 날로부터 3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는 앞서 배터리 사업 분할 계획이 처음 발표된 지난 7월 1일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는데요.

핵심 사업 부문 독립 결정으로 주가가 요동 치자 동학 개미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은 잔뜩 성이 났습니다. 일부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선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그램 계정 주소를 공유하며 집단 항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여럿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큰 손해를 본 주주들은 ‘SNS 신경 쓸 때가 아니라 기업 주가를 신경 써야 할 때다’, ‘주주 등에 제대로 칼 꽂았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등의 항의성 게시글들을 쏟아냈습니다.


실제로 최 회장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회장님도 같이 물리신 거 아니냐, 함께라서 든든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댓글 기능이 제한돼 추가로 댓글이 달릴 수 없는 상태인데요.

동학 개미들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옮겨가 지난 5일엔 ‘주주자본주의를 해치는 대기업(SK이노베이션)의 횡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돼 반나절만에 1500명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해당 청원을 올린 네티즌은 “LG 에너지솔루션과의 기나긴 배터리 분쟁으로 소액 주주들은 그간 계속 맘이 졸여왔는데 분쟁이 끝내자마자 성장이 유망한 배터리 부문만 똑 떼어내 기존 주주들 뒤통수를 쳤다”라고 지적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할 결정을 두고 주주들의 반발이 심한 이유는 동사가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기 때문인데요. 기업분할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도 모회사의 지분 비율대로 소유할 수 있는 인적분할과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100%를 모회사가 소유하는 물적분할로 나뉩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함에 따라 배터리 사업의 유망함을 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정작 배터리 법인 지분은 모회사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래 가치가 큰 배터리 사업으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한껏 끌어올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잔뜩 받은 뒤, 갑자기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고 배터리 독립 법인 주식은 개인 투자자에게 단 1주도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소액주주들을 고려하지 않는 이 같은 관행이 변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제동장치가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표적으로 회사가 투자자의 의사에 크게 반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도입 주장이 제기되는데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이사회 결정 전 보통 1주일에서 2개월간 가격의 평균값으로 책정되기에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갑작스레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손실을 다소 만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해당 제도를 미국은 이미 시행 중에 있는데요.

한편,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독립 결정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는데요.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독립된 신설 법인의 기업공개 전까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라며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놓고 봤을 때 현재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고 짚었는데요.


현대차증권 소속 애널리스트 역시 “배터리 사업은 고성장 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면서도 “향후 신설 법인의 자금 조달은 상장 또는 차입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추정돼 기존 주주들에겐 가치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배터리 사업 부문 독립 결정이 당장은 주가 하락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IBK투자증권 소속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결정은 중장기적인 사세 확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라며 “추후 상장 우려를 반영한다 해도 성장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배터리 분사 결정을 감안해 40%까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추후 배터리 가치 상승을 고려할 때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동학 개미에게 민심을 잃게 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 결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어떤 조치로 동학 개미들의 민심 달래기에 들어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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