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한복판에 올린다는 ‘용적률 100%’ 닭장아파트입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 정당들이 앞다퉈 내놓는 정책이 있죠. 바로 부동산 정책인데요. 몇몇 후보들은 고품질의 공공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집값,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어 여론이 악화되자, 도심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어 공급난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 거품을 끄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데요. 이러한 와중 용산 일대 부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습니다.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택 단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건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달 초 국회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산공원 조성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특별 발의해 용산 미군 기지 반환 부지를 공원 외 주택 공급에 활용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둘 수 있도록 했는데요. 현행법상 용산 미군 기지 반환부지는 전체를 용산공원으로만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용도변경이 금지돼 있습니다. 즉 여당에서 주택난을 해소하고자 기존의 법을 뒤집는 개정안을 낸 것이죠. 만일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3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가 주택 공급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요.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 내 원활한 주택 공급이 선행돼야 집값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데 현재 주택을 건설할 택지가 부족하니 부지 전체가 국유지인 미군 기지 반환부지를 활용하자는 것이죠.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강 의원의 구상안은 해당 부지 전체 면적 가운데 20%에 달하는 면적을 활용해 8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 주택을 짓자는 것입니다.
그는 “반환 예정 부지중 20%에 해당하는 60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택지를 조성한다고 가정하면 가구 당 평균 공급을 전용면적 70제곱 미터, 용적률을 1000%까지 올릴 경우 무려 8만 가구를 지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8만 가구는 현재 용산구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수 보다 무려 3배가 많은 신도시급 규모라 할 수 있는데요. 가구 수로만 놓고 보면 서울 송파구에서 대단지 아파트로 이름을 떨친 헬리오시티의 8배 규모입니다. 이처럼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해당 개정안은 도시 계획과 주거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행법은 경관 훼손, 과밀 개발을 우려해 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이에 2배에 달하는 용적률 1000%를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가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소재 대학의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는 역할과 입지적 특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주택 공급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실제로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이 499%에 달해 12억짜리 닭장아파트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이외 서울 용산구 삼각지 역 인근에 위치한 청년 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역시 962%의 용적률이 적용돼 닭장 임대주택으로 악명이 높은데요.
해당 법안 발의를 두고 다수의 네티즌들은 “용적률 1000%로 지으면 옆 동 사람과 창문으로 소통 가능할 듯”, “아파트가 부족해 공원을 짓기로 예정된 땅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논리라면 올림픽 공원, 여의도 공원도 다 밀어버려야 한다”, “공원은 다수가 누릴 수라도 있지만, 해당 부지에 소수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해당 개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인데요. 앞선 정부에서 국토교통부가 용산 기지 전체 반환을 전체로 향후 2027년까지 243만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 만큼 이제 와 공원 조성 계획을 도로 엎을 순 없다는 것이죠. 해당 개정안 발의를 놓고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용산 미군 기지 내 임대 아파트 조성 관련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8년에도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민족에게 1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금단의 땅이었던 이곳이 우리에게 갖는 역사적 의미는 중요하다”라며 “서울에는 녹지공간이 많지 않기에 공원을 조성하는 건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용산 미군 기지 반환 부지를 공원을 조성하는데 활용하기로 한 것은 오랜 기간 국민적 합의 끝에 결정안 사안이라 개정안으로 쉽게 도로 물릴 순 없는 것”이라며 “해당 부지에 공공 주택이 들어서면 용산공원이 갖는 상징적 의의도 크게 훼손될 것”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용산 부지에 공원보단 공공 주택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한국 자산관리 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 값이 자고 일어나면 뛰어 있는 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주택 대량 공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미래를 위해 환경을 보존해야 하기에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하지만 현재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용산공원을 택지로 활용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크게 도움 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용산 미군 기지 반환부지를 놓고 둘러싼 논쟁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과 공공 주택 가운데 어느 것이 들어서야 한다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