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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클코

오직 삼성 임직원 자녀들만이 갈 수 있다는 국내 고등학교의 정체

율형 사립 고등학교 재지정 평가 기준 강화를 두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자사고 지정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일반고보다 앞서 학생을 선발하던 자사고 우선 선발을 금지하는 등 궁극적인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을 향한 조치들을 하나둘 취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도 학교 운영상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서울 소재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한 기업에서 학교법인을 설립하여 개교한 기업형 자사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2019년 현재 6기까지 입학한 이 학교 학생의 70%는 삼성 임직원의 자녀라고 합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충남 삼성 고등학교는 애초에 삼성 임직원의 자녀들을 위해 지어진 학교입니다. 천안·아산 지역에는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에 3만 6천 명가량의 직원들이 재직 중이었지만, 이들의 자녀들이 진학할 학교는 마땅치 않았죠.

교육 문제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무리한 통근을 계속하는 임직원들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삼성은 충남교육청에 공립 고등학교 설립을 요청하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합니다. 예산이 부족한 게 문제라니, 삼성은 직접 학교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자사고 설립 승인을 받아낸 삼성은 학교 법인 충남 삼성학원을 설립하고, 천억 원가량의 기금을 출연해 2014년 충남 삼성 고등학교를 열죠.

개교 목적이 임직원 자녀의 교육문제 해결이었으니 임직원 자녀들에게 충분한 자리를 제공하는 건 당연하겠죠. 충남 삼성고의 학생 비율은 임직원 자녀 70%, 사회배려대상자 20%, 일반전형 10%입니다.

삼성이 재정을 지원하고 삼성 임직원 자녀들이 주로 다닌다고 하니, 일각에서는 ‘귀족학교’라는 비난도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충남 삼성고 측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데요. 이 학교의 학부모들 다수는 삼성 현장직 근로자들이며, 입학 경쟁률도 높지 않고, 강남 등 우수 학군의 학생들은 입학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입학 경쟁률도, 그로 인한 사교육 열기도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무래도 ‘삼성’이 지은 ‘삼성학교’, 그것도 자사고이다 보니 해당 지역의 학생들은 삼성고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봅니다. 개교 3개월 전, 이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단체로 “학생의 70%를 삼성 임직원 자녀로 채우는 것은 평등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죠.

그러나 헌재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줍니다. “자사고는 모집 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자에게 지정하는 것 외에 다른 제한이 없어 법의 허용범위에서 선발권이 행사됐다”며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리죠. 충남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충남삼성고의 입학 정원을 삼성 임직원 자녀 전형 70%, 일반 전형 10% 등으로 승인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것입니다.

삼성고 1회 졸업생 중 9명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합니다. 문 연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에서 서울대생을 9명이나 배출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충남 삼성고는 이후로도 전교생의 1/3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등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박하식 교장은 삼성고가 훌륭한 진학률을 자랑하는 이유로 ‘2~3학년 연속 담임제’를 꼽습니다. 그해 3월에 만난 담임 선생님이 9월 수시 지원 시기까지 학생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무리겠죠. 이 때문에 삼성고는 학생의 특성을 오래도록 지켜본 교사가 진학을 코치할 수 있도록 연속 담임제를 도입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우수한 진학 성적의 비밀은 남다른 삼성고의 커리큘럼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직접 수강할 과목을 고를 수 있는 학생 선택 진로 집중과정, 입학 후 66일간 외부와 차단된 채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는 MSMP(Miracle of Sixty-six days Melting Pot) 프로그램, 매일 아침 운동을 통해 기초체력을 형성하는 1학년들의 모닝 스파크 등, 다른 학교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제도들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는 것이죠.

충남 삼성고는2019년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sccalaureate) 후보 학교’로 선정되었습니다. 토론 논술형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BO에서 총괄, 운영하며 IB 초급과정, IB 중급과정, IB 디플로마 과정으로 나누어집니다. IB 디플로마 과정에서 받은 점수는 전 세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이 되죠.


결국 삼성고는 지난 2020년 4월 인증교 신청을 통해 IBO 검증단의 실사를 거쳐  정식으로 인증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충남 삼성고에 입학하는 학생들 중 희망자는 2학년부터 IB 교육과정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고의 목표는 내년 중 인증을 마치고 2023년에는 첫 IB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충남 삼성고 박하식 교장은 현대 고등학교 교사에서 민족 사관학교 교감을 거쳐 용인 외대 부고 개교 준비 책임 교감, 경기외고 교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고등학교들에서 고루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이죠.

교육열도 높지 않은 지방에 있는 학교에 부임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박하식 교장은 ‘선발 효과가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학교’라는 삼성고의 특징을 꼽습니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선행·보충학습으로 원래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신, 순수하게 학교 교육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아직 개교 5년 차의 신생학교인 만큼, 그 결실을 논하기엔 조금 이릅니다. 박하식 교장의 교육 이념이 계속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다줄지, 국제 바칼로레아 과정은 삼성고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몇 년이 더욱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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