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사려던 청소년 “70만원 빌렸더니 이자만 200만 원이래요”
고등학교 2학년 A 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를 사려다 용돈이 부족하자 트위터에서 알게 된 ‘대리 입금’ 계정에 돈을 빌려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남겼습니다. 계정 운영자는 A 씨에게 월 30%의 이자율은 제안하며 부모의 연락처, 학교 등 개인 정보를 물었는데요. 최대한 빨리 갚으면 괜찮겠다 싶던 A 씨는 70만 원을 계정 운영자에게 빌리게 됩니다.
계정 운영자가 A 씨에게 제안한 이자율 30%는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330%로 법정 최고 이자율 24%의 무려 97배에 달하는데요. 빨리 갚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갚아야 할 이자만 200만 원으로 늘어나자 A 씨는 결국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고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리 입금은 지각비, 수고비, 급한 불 등 친근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자율과 돈을 빌린 이후 채권자들의 행태는 전혀 친근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3만 원을 빌리면 주당 3만 원의 이자를 요구하는 주당 100%의 이자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각비로 시간당 1000원에서 1만 원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대리 입금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죠. 일부 대리 입금 계정 운영주는 돈을 쉽게 받아내기 위해 여성 청소년에게 알몸으로 찍은 사진을 요구하는 가하면, 이자가 너무 비싸 돈을 갚기 어렵다는 여성 청소년에겐 이자 대신 알몸 사진을 요구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전 예방교육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은 불법 사금융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처요령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지각비, 대리 입금과 같은 은어를 사용하면 일단 불법이라고 의심부터 해야 한다”라며 “대리 입금 피해를 본 청소년이라면 곧바로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대리 입금 범죄에서 가장 큰 문제는 피해를 입었을 시 이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개인 간의 금전거래 시 이자율은 연 25%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는데요. 이는 거래금이 1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터라 주로 10만 원 미만의 소액의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대리 입금은 이자율이 1000%를 넘나든다 할지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청소년은 사기죄에 적용될 우려도 있는데요.
물론 법정대리인의 사전 승인 없는 미성년자의 금전거래는 취소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대리 입금 계정 운영주가 돈을 빌리기 전 제출한 개인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면 ‘법대로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