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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사려던 청소년 “70만원 빌렸더니 이자만 200만 원이래요”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해봤을 텐데요. SNS의 익명성을 무기로 그간 일어났던 범죄는 무수히 잦았습니다. 최근엔 SNS를 이용해 청소년들을 빚의 굴레로 빠뜨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죠. 시중 대부 업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악독한 이자율에 청소년들이 시달리게 된 이유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A 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를 사려다 용돈이 부족하자 트위터에서 알게 된 ‘대리 입금’ 계정에 돈을 빌려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남겼습니다. 계정 운영자는 A 씨에게 월 30%의 이자율은 제안하며 부모의 연락처, 학교 등 개인 정보를 물었는데요. 최대한 빨리 갚으면 괜찮겠다 싶던 A 씨는 70만 원을 계정 운영자에게 빌리게 됩니다.


계정 운영자가 A 씨에게 제안한 이자율 30%는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330%로 법정 최고 이자율 24%의 무려 97배에 달하는데요. 빨리 갚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갚아야 할 이자만 200만 원으로 늘어나자 A 씨는 결국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고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밖에 재작년 제주에서는 20대 채권자 5명이 고등학생 29명을 상대로 최저 1000%가 넘는 연 이자율을 적용해 돈을 빌려줘 큰 논란이 됐는데요.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한 채권자는 학생 여러 명에게 256만 원을 빌려주고 이자만 105만 원을 챙겼다”라며 “연이율로 따지면 최고 4500%에 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SNS에서 만난 청소년을 상대로 고금리 사금융 범죄를 벌이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주로 트위터에서 이뤄지는 ‘대리 입금’ 거래는 아이돌 굿즈, 콘서트,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때 현금을 빌려주거나 대신 결제해주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손을 뻗습니다. 트위터, SNS 등에 대리 입금, 댈입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3만여 개에 달하는 게시글이 검색되는데요.

대리 입금은 지각비, 수고비, 급한 불 등 친근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자율과 돈을 빌린 이후 채권자들의 행태는 전혀 친근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3만 원을 빌리면 주당 3만 원의 이자를 요구하는 주당 100%의 이자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각비로 시간당 1000원에서 1만 원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대리 입금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죠. 일부 대리 입금 계정 운영주는 돈을 쉽게 받아내기 위해 여성 청소년에게 알몸으로 찍은 사진을 요구하는 가하면, 이자가 너무 비싸 돈을 갚기 어렵다는 여성 청소년에겐 이자 대신 알몸 사진을 요구하는 때도 있습니다.

정부 당국에서도 불법 사금융 범죄에 청소년이 노출된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찾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SNS 게시글은 계정 운영주가 계정을 없앨 시 증거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대리 입금 특성상 채권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죠.

이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전 예방교육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은 불법 사금융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처요령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지각비, 대리 입금과 같은 은어를 사용하면 일단 불법이라고 의심부터 해야 한다”라며 “대리 입금 피해를 본 청소년이라면 곧바로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대리 입금 범죄에서 가장 큰 문제는 피해를 입었을 시 이에 대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개인 간의 금전거래 시 이자율은 연 25%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는데요. 이는 거래금이 1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터라 주로 10만 원 미만의 소액의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대리 입금은 이자율이 1000%를 넘나든다 할지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청소년은 사기죄에 적용될 우려도 있는데요.

물론 법정대리인의 사전 승인 없는 미성년자의 금전거래는 취소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대리 입금 계정 운영주가 돈을 빌리기 전 제출한 개인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면 ‘법대로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금전 피해뿐만 아니라 돈을 빌릴 때 채권자에게 제공하는 신상정보를 통해 개인 정보 유출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한 변호사는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율로 맺어진 계약은 무효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은 가능한 한 빨리 부모, 경찰에 알리고 무료 변호사 지원 제도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문제 해결 의지를 갖추고 있고, 언론을 통해 대리 입금의 심각성이 점차 알려지는 만큼 점차 피해 사례가 줄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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