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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형 죽인 고유정 엄벌" 첫 재판 앞둔 유족의 절규

11일 피해자 남동생 인터뷰 "우발적 범행 주장에 분노"

"향후 재판서 형의 명예 훼손 될까 두렵고 끔찍하다"

"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지옥"

"사건 이후 시신 발견 뉴스 기다리는 아버지 가슴 아파"

"형 시신 없어 장례 치르는 것도 어려워…봉안탑 고민"

노컷뉴스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방. 작은 상 위에 강 씨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모자와 안경은 강씨가 생전에 쓰던 물건이다. (사진=고상현 기자)

"착한 우리 형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부디 재판부는 우리 가족이 감당할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하게 청합니다."


'고유정 사건' 피해자 남동생 강모(34)씨는 첫 공판을 하루 앞둔 11일 제주시 노형동의 자택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인터뷰 내내 고유정에 대한 분노를, 때론 형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표출했다.


고유정은 공소장에 적시된 '계획 범행'을 부인하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했기에 정당방위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씨는 강한 분노를 내비쳤다.


"형은 뉴스를 보다가 성폭행 사건이 나오면 인격을 말살하는 행동이라고 혐오했어요. 고유정이 피해자가 이 세상에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형에게 그런 누명을 씌우고 있는데 화가 납니다."


특히 강 씨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이 거론되는 거 자체가 두렵고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고유정은 지난 9일 새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며 재판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첫 공판뿐만 아니라 선고 공판 때까지 저를 포함해 부모님 모두 참석하세요. 재판에서 형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듣게 될 테고, 언론에서도 다룰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강 씨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조카(6)의 친권상실 소송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고유정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고유정은 아이를 계속 키우겠다며 강 씨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답변서 내용을 보고 기가 찼어요. 고유정은 아이에 대해 애착조차 없었고,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었던 사람인데 아이를 맡겠다고 하는 걸 보니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고 이용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이 아이를 데려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애를 위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막일이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천만 원 정도 저축했어요. 힘들게 모은 이 돈이 고유정이 친모라는 이유로 가져가게 할 수 없어요. 꼭 조카의 친권을 가져올 거예요."


현재까지 피해자의 시신은 일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지 80일 가까이 지났지만, 강 씨는 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아버지도 사건 이후로 혹시 형의 시신을 찾았다는 뉴스가 나올까 봐서 온종일 TV 앞에만 계세요. 방문이 닫혀 있으면 혼자 울고 계시고요…"


"형이 정말 가족에게 잘했어요. 부모님 생신도 꼬박꼬박 챙겼고요, 저 생일 때도 용돈도 주고, 밥도 사줬어요. 저는 그런 형의 생일상을 한 번도 제대로 못 챙겨줬었는데, 이젠 제사상을 차려주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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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남동생. 뒤로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강 씨는 피해자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여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형의 시신이 없기 때문이다.


"형의 시신을 찾지 못하니깐, 형이 자주 쓴 모자에서 머리카락 7가닥을 찾았어요. 머리카락과 형의 옷이라도 화장하려 했는데, 화장터에선 규정상 시신이 없으면 태울 수 없다고 하네요. 태우더라도 머리카락이나 옷은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는 봉안 탑을 고민하고 있어요. 나중에 형의 시신 일부라도 찾게 되면 화장해서 담을 수 있어서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최선인 거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강 씨는 '고유정 사건'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에 형을 잔혹하게 죽인 고유정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제가 알기론 시신이 없는 사건에 대해 형량이 들쭉날쭉하다고 들었어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서 '시신 없는 사건에 대한 판례가 정립됐으면 좋겠어요. 유족이 납득할 만한 처벌이 이뤄져 법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고유정(36‧구속)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달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적 공분을 산 '고유정 사건' 첫 정식재판은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엔 불참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재판에는 피고인 고유정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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