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밟고" 중환자 앞에서 폭행 일삼은 제주대병원 교수
27일 재활센터 교수 폭행 영상 공개 파문
외부와 단절된 집중치료실에서 주로 폭행
꾹 참고 일해야 했던 치료사들...4명 퇴사
A교수가 환자 이송 중인 치료사의 등을 꼬집고 있다. (사진=의료연대 제주지부 제공) |
제주대학교 병원 재활센터 A교수가 수년간 치료사들을 상대로 폭행을 일삼은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A교수는 집중 재활 치료를 위해 외부와 단절된 '작업치료실'에서 집요하고 은밀하게 이 같은 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옆구리 꼬집고 발 밟고…" 재활환자 이송 중에 폭행
2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교수의 상습 폭행 영상을 보면 A교수는 치료사들을 상대로 옆구리를 꼬집거나 발을 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영상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로부터 받은 영상이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이뤄지던 '환자평가' 시간에 촬영됐다.
보통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회복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촬영이 이뤄지는데, 영상 녹화가 진행되는 걸 알면서도 A교수는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 폭력 행위가 일상화됐다는 걸 방증한다.
재활센터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교수가 환자평가 시간뿐만 아니라 치료사들에게 수시로 폭언, 폭행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큰 문제는 A교수의 폭력 행위가 주로 환자를 침대나 입원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곳은 다른 진료실에 비해 낙상 사고 위험이 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치료사는 "재활센터 내 환자들 대부분이 큰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하면 지금 가진 질환보다 몇 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A교수는 이 과정에서 치료사들에게 수시로 폭행해 낙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대병원 재활의학과에 A교수의 폭행, 폭언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여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외부와 단절된 작업치료실서 주로 폭행
A교수의 폭행 행위는 다른 직원들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주로 집중 치료를 위해 외부와 단절된 '작업치료실'에서 폭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작업치료실의 경우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일상 복귀를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 중요한 치료인 만큼 환자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치료실은 다른 치료실과는 달리 '방'의 형태로 돼 있다. 치료실 안에도 보호자와 치료사, 환자만 들어가게 된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치료사들은 A교수의 상습적인 폭행에 노출됐지만, 환자가 넘어질까 봐 꾹 참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작업치료사 4명이 그만뒀다.
최근 영상을 통해 이 사실을 접했다는 한 치료사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아파도 꾹 참아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부터 났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왔다"고 말했다.
"인격모독으로 대인기피증에 정신과 약 복용"
A교수는 폭행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상대로 공개된 장소에서 상습적으로 인격모독도 일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가 있는 치료사는 취재진에게 "교육에 지각했는데 A교수가 청각장애인도 아니면서 알람 소리도 못 들었냐고 아침 조회 시간에 다른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심적으로 힘들어서 정신과 약도 먹었다"고 토로했다.
한 치료사도 "최근 재활센터 확장으로 신입직원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공개된 자리에서 신입직원들을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교육 보낸 게 아깝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치료사는 "회식 자리에 날씨 때문에 조금 늦었는데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만날 때마다 '왜 늦었냐' '일부러 늦었냐'고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 재활센터 직원 등이 병원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갑질 문화 개선 캠페인 통해 수면 위로
A교수의 오랜 폭행‧폭언 행위는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다가 지난 9월 이뤄진 병원 내에서 이뤄진 갑질 문화 개선 캠페인을 통해 드러났다.
병원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고, 재활센터 안에서만 유독 폭행‧폭언 피해 사례가 속출됐던 것.
이후 사실 관계를 확인한 제주대병원은 특별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10월 15일자로 A교수가 있던 재활센터장 자리를 보직 해임시켰다.
이와 함께 재활센터 직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병원 내 다른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완조사를 진행해 사실 관계가 명확해지는 대로 제주대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재활센터 직원들은 26일부터 제주대병원 로비와 구내식당 앞에서 A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병원 곳곳에도 A교수의 폭행, 폭언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여져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A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병원 입구에 붙여진 피켓. (사진=고상현 기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