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으로 검색창 달군 위메프, ‘특가 전략’ 이어가는 까닭은
다양한 특가 기획전을 앞세운 위메프의 승부수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저가 공세에 힘입어 거래액이 급증하고 실적개선도 일궈냈다.
다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의 지속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흑자전환과 외부투자 유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22일 위메프가 ‘반값특가’ 행사의 대표 상품으로 9만9000원에 내놓은 애플 에어팟이 주말부터 사흘 내내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렸다. 불안한 서버 문제로 인해 '노이즈 마케팅' 논란도 일었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 중인 특가데이·투데이특가 등의 특가딜이 입소문을 탄 결과다.
실적개선 위한 전략적 행보 '효과봤다'
위메프 반값특가[사진=위메프] |
위메프 특가를 통해 일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한 딜은 지난 7월 기준 1239건으로 전년대비 596.1%나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최대 월거래액도 지속 갱신하며 올 여름에는 5000억원을 돌파했다.
‘최저가’에 무게를 둔 사업 전략은 실적개선 위한 전략적 행보다. 위메프는 국내 이커머스의 주요 사업 방식인 직매입과 판매수수료 사업 중 수수료 마진 정책으로 방향타를 틀었다.
경쟁사 쿠팡의 로켓배송이 대표적인 직매입 사업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이에 단기간 수익성 개선효과가 큰 위탁판매 형식의 특가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지난해 위메프의 수수료 매출은 2180억원으로 전년대비 32.3%나 급증했다. 반면 직매입을 통한 상품매출 신장률은 24.8%로 직전해보다 80.6%포인트나 급감했다.
사업의 무게추가 수수료 매출로 옮겨가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4730억원으로 전년대비 28.2% 신장했고, 영업손실은 417억원으로 34.4% 줄었다. 외형성장을 일구면서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보였다.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비효율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특가 정책에 매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해 왔다. 실제 위메프는 신선식품과 생필품 직매입 사업인 ‘신선생’과 ‘원더배송’을 대폭 축소했다. 투입하는 자금력 대비 수익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조직 및 인력 구성도 특가 정책에 최적화 했다. 사업 영역을 본부 단위인 ‘셀(Cell)’ 형태 독립조직으로 개편한 데 이어 지난해 상품사업본부를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선택과 집중'… 신선식품 축소, 특가딜 사업부 강화
잘 되는 조직에 힘을 실어줘 사업 실행 속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상품사업부문이 독립성과 유연함을 갖추면서 다양한 특가딜이 쉴틈없이 쏟아져 나오는 기반이 조성됐다. 특히 올해에만 특가딜 핵심 인력인 신입 MD(상품기획자) 100명을 채용키로 하는 등 MD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사진=위메프] |
특가딜을 통해 실적 개선뿐 아니라 외부투자 유치도 적극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위메프는 거래액을 끌어올리며 양호한 현금흐름을 보였지만 천문학적인 부채는 나날이 늘고 있다.
지난해 위메프의 영업적자는 417억원이지만 영업현금흐름은 591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 마이너스 (-)4446억원, 티몬은 마이너스 (-)221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위메프는 자금 조달 없이 커머스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양호한 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은 악화일로다. 위메프의 유동비율은 51.9%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갚아야 할 부채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유동비율은 보통 200%가 넘어야 지급능력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동비율 52% 자본잠식률 1278%… 추가 자금 유치 '필수'
지난해 위메프 부채규모는 5367억원으로 전년대비 25.3%나 늘어났다. 영업적자를 빚으로 메우다 보니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위메프의 자본잠식률은 1278%에 달한다.
결국 자본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필수적이다. 위메프가 특가딜을 통해 외형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도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만성 적자로 인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외부 투자자 유치도 쉽지 않다. 위메프는 2015년 NXC에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총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이후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박은상 대표가 직접 나서 월거래액 6000억원 달성을 선언한 것도 외부투자 유치를 위한 대외적 어필인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누적 적자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위메프로선 지속 성장을 위한 외부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특가 전략이 적중하며 순탄하게 외형을 확대하곤 있지만, 미흡한 서버관리나 상품 품질 등에서 문제가 지속되면 소비자가 돌아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