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코로나 키트' 무조건 달라…"메이드인 코리아 꼭 표기"
"다른 국가 제품 불량 많아"…유럽서 한국산 구매 요청 쇄도
미국서도 FDA가 직접 긴급사용승인 요청하기도
TOPSHOT-ITALY-HEALTH-VIRUS © AFP=뉴스1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서운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시약 및 키트에 대한 구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한 국가 내 지자체는 국내 기업에 모든 생산 물량을 달라고 했고, 어떤 국가는 수출시 제품에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한국 제조) 표식을 꼭 해달라는 특별 당부도 해왔다. 현장에서 다른 나라 제품을 써봤지만 불량이 많았다는 이유다. 최근 우리나라 방역 행보가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한국산 검사 시약 및 키트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내 '코로나19' 키트 개발 A사 대표이사는 "현재까지 독일과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10개국 정도에서 코로나19 검사 키트 요청 연락이 왔다"며 "어떤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제품 품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며 제품에 '메이드인 코리아' 표식을 꼭 해달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제품 요청은 유럽 각국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난 18일부터 오기 시작하다가 지난 주말에 이어 현재까지 절정인 상황"이라며 "처음엔 RT-PCR(유전자 검사 시약)만 달라고 하다가 검사 수요가 더욱 많아지면서 우리가 추가로 개발한 항체진단키트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RT-PCR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검사법이다. 체내에 들어온 코로나19 유전자를 진단할 수 있어 초기 감염 여부 확인에 유용하다. 항체진단키트는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 생성되는 체내 항체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 검사법이 된다. 특히 검사시간이 RT-PCR 검사법에 비해 크게 짧아,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었을 때 용이하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앞서 항체검사법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요청도 만만찮게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사는 미국 내 ‘빌&멀린다게이츠 재단’과 같은 자산가 단체들로부터 항체진단키트 구매 요청을 받았다.
이 대표이사는 "이젠 유럽보다 미국쪽 연락이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 "미국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리가 어려워, 항체검사도 시행한다고 한다"며 "증상유무를 떠나 먼저 항체검사를 한 뒤 필요시 RT-PCR 검사를 이어서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임신진단키트를 써본 뒤 임신이 확인되면 다시 병원으로 가서 최종 임신진단을 받는 형태란 게 그의 설명이다. A사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에 제품 수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국내 다른 바이오기업 B사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품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 B사는 RT-PCR 장비 시약이 주요 제품이다.
B사 관계자는 "미국에 허가 신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 신청 요청을 받았다"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간편한 절차로, FDA가 승인한 장비에 맞춰 시약을 공급해 줄 수 있냐는 식"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써모피셔사나 애보트사 등 몇 종의 분석장비가 승인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중 써모피셔 장비의 수요가 많다고 보고 여기에 맞춰 임상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완료해 미국에 승인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사는 유럽에서도 수출 인증을 받고, 현재 일부 국가에 시약 초도물량을 보낸 상태다.
그 밖에 다른 몇몇 국내 업체들도 유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수출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23일 오전 7시(동부시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522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누적 확진자 수는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른 상태다. 미국은 지난 14일만 해도 확진자 수가 2034명이었지만 9일간 약 1631% 폭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미국 전역에서 47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5만9138명으로 2위, 스페인은 2만9909명으로 4위, 2만4904명인 독일이 5위에 오르며 유럽 전반적으로 팬데믹(세계 대유행) 현상이 짙은 상황이다.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김태환 기자 = l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