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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대신 '용산참사 DNA 채취' 고집 檢…윤석열은 묵묵부답

두번의 사면과 사과 권고에도 10년째 DNA 채취 요구

"재범 위험도 없는데" 문제제기에 "다시 검토해 볼것"

뉴스1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서 열린 용산참사 11주기 추모제. 용산 참사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철거민 농성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2020.1.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2009년 '용산참사' 사건 당시 철거민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충연씨(47)는 지난 20일 열렸던 참사 11주기 행사를 이틀 앞두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DNA 감식시료 채취 대상자기 때문에 검찰청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연씨는 용산참사 당시 화염병을 던져 망루에 불을 내 경찰관 1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10년 11월 대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1년 전 사건을 들어 DNA를 채취를 요구했다.


하지만 충연씨는 공식적으로 두번의 사면을 받았다. 구속돼 형을 치르고 있었던 2013년 1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됐고 2018년 1월 다시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자가 돼 복권됐다. 그는 스스로 이제 "빨간줄이 완전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도 진상조사를 진행해 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이 있었다고 사과했고, 법무부 또한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철거민들에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었고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검찰과거사위는 검찰총장에게 용산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빨간줄을 자신들의 사건 기록에서 지우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2017년까지 지속해서 날아오던 DNA 채취 요구 문자가 2018년부터 오지 않자 충연씨는 이제 빨간줄이 지워지는 줄 알았지만 3년에 만에 다시 검찰은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충연씨는 "사면을 받았는데도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며 "검찰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힘으로 이런 것을 강제하려는 것에 매우 화가 난다"고 했다.


30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중순 충연씨를 비롯해 용산참사 철거민 2명에게 'DNA감식시료 채취를 위해 출석하라'는 문제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의 요구에 위원회 측은 "일방적인 DNA 채취 통지가 위법하고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용산참사 부실, 편파 수사에 사과해야할 검찰총장이 사과는 없이 여전히 철거민들만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위원회는 검찰의 공식 사과를 받기 위해 지난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을 받지 못했다.


특히 위원회는 용산참사 피해자들이 지난 2018년 신년 특사로 사면됐음에도 DNA를 채취하겠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2010년 7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및보호에 관한 법률'(DNA 법) 시행 이후 반복해서 용산참사 피해 철거민들에게 DNA 채취를 요구했다.


이번 출석요구 이전 마지막 출석 통보는 2017년 8월로 2018년 사면 결정이 난 뒤 검찰이 DNA 채취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위원회는 'DNA 감식 시료 채취 부동의 의견서'를 지난 23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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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13년 3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된 용산참사 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13.2.1 머니투데이/뉴스1

의견서에서 위원회는 용산참사가 강제 퇴거에 맞서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DNA 채취가 필요한 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은 점, 유전자 분석 없이도 범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점, 참사 당사자들이 사면·복권된 점을 들어 DNA 채취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특별사면이라고 하더라도 형을 면제해 주는 것이지 있던 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죄의 위중함 등 여러 사항들을 고려해 지난해 충연씨 등을 DNA 채취 대상자로 재차 지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사면 대상자의 DNA를 과거의 죄를 이유로 계속해 채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는 지적에 대해 "사면된 사건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라며 "제출된 의견서를 확인해서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사면 대상자에게 검찰이 DNA 채취를 계속 요구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검찰의 판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DNA법에서는 범죄의 위중함과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의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어 용의자를 색출하기 위해 DNA를 채취할 수 있게 돼있다"라며 "사면 여부는 채취 결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용산참사 관계자들의 경우 죄가 중대 명백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나는 것이다"라며 "사면이 됐다는 것은 해당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한 것이고 대상자들이 더이상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일부분 인정한 것인데 검사가 이런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지 않고 DNA 채취를 하겠다는 것은 직무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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