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고 목줄없는 개 수십마리가 점령…장수노인마을 무슨일
70대 남성, 국방부 부지 폐교회 무단점거…50여마리 방임
악취·소음 기본, 닭·오리 등 가축도 물어죽여…주민들 불안
양주시 비암리 일대에서 서식하는 개떼. 개가 점거한 인도변에 '감동양주'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 뉴스1 |
연로한 노인들이 많아 '장수마을'로 불리는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일대를 수십마리의 개떼가 휩쓸고 있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개떼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비암리 일대는 양주시와 파주시의 경계로 시 외곽 골짜기 산간지역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어림잡아 50여마리의 개들은 광적면 비암리 731-4 국방부 부지의 버려진 교회 건물을 거점으로 무리지어 살고 있다.
기자가 다가가자 십수마리의 개들이 짖어댔다. 주변엔 개들이 배출하는 오물로 인한 악취가 풍겼다.
도로를 점거하고 활보하는 개떼 © 뉴스1 |
본래 흰둥이였을 일부 개들은 잿빛으로 털색이 변색됐고 피부가 곪아 건강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이 개들은 도로변에도 출몰했는데 지나가는 차가 경적을 울리면 오히려 대항하듯 맞서 짖어댔다.
주민들은 "마을이 개판이다. 개소리 때문에 생활에 불편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 개들은 들개가 아니었다. 폐교회 내부에는 더러운 개밥그릇이 있었고 물에 불어터진 라면가닥이 있었다. 건물 밖에는 비빔라면 수프 수천개가 쌓여 있어 이 개들이 주식으로 라면사리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떼의 주식으로 추정되는 비빔라면의 스프봉지가 쌓여있다 © 뉴스1 |
23일 주민들에 따르면 한 70대 남성이 10여년 전부터 이 건물을 무단점거하고 개들을 모아 키우면서 개판이 됐다고 한다.
목줄없는 덩치 큰 개들이 낮밤을 안 가리고 동네를 활보하면서 닭과 오리, 고양이 등 가축과 반려묘를 물어죽이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주민 최모씨는 "마을에 노인들밖에 없는데 개떼한테 공격당해 물리기라도 할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개들을 저렇게 방치하는 것은 동물학대다. 개를 데려와 방임하는 사람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소통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개들의 주인은 가끔 이 일대에 나타나 라면을 잔뜩 쏟아놓고는 사라진다고 한다. 개주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알려졌다.
버려진 교회 건물 내부를 거점으로 비암리 일대에서 살아가는 개떼 © 뉴스1 |
주민들은 양주시 등에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하세월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한 동물보호단체에서 개주인을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뒤 "개떼를 처리하기 위해 덫을 놓는 등 노력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일대 무단점거 사항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으로 1심에서 원고인 국가가 모두 승소했지만, 피고가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민의 안전이 달린 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지난 20일 양주시와 경찰에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