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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면 '탈락'…서울대 입학만큼 어려운 '수능샤프' 고르기

[수능2021]까다로운 규격 만족한 최저가 제품만이 '수험생 손으로'


'필기감' 익히려는 수험생들 "수능샤프 어디서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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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올해 수능샤프는 구했어? 어디 거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다가오면 수험생 사이에서는 이런 대화가 자주 오간다. 같은 제조사 제품을 구해 미리 필기감 등을 익혀 놓기 위해서다. 수능 당일 9시간 가까이 수험생과 동고동락하는 수능샤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3일 문구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수능샤프로 선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특수를 누렸다. 한 문구업계 관계자는 "일명 '수능샤프'라고 하는 제품을 (수험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샤프는 말 그대로 수능에 응시하는 모든 수험생에게 지급되는 필기도구다. 시작은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초소형 카메라 등을 설치한 필기구 반입을 막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부터 지급됐다. 겉면에는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K씨는 "일괄적으로 수능샤프를 지급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과거에는 수험생들이 컴퓨터용 사인펜이나 연필을 개별적으로 준비해서 대입시험을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수능샤프 덕분에 과거 고사장 앞에서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컴퓨터용 사인펜 등을 판매하던 풍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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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유미상사다. 1993년 설립된 유미상사는 연 매출액 10억원대에 영업이익이 1억원에 못 미치는 작은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2006~2010학년도, 2012~2019학년도 수능에서 수능샤프로 선정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2011학년도에는 바른손 '바른손 제니스'가, 2020학년도에는 동아연필 '동아XQ세라믹II'가 선정됐던 것을 제외하면 '싹쓸이'한 셈이다. 2021학년도 수능샤프 역시 유미상사 제품으로 알려졌다.


수능샤프는 규격부터 제조 방식, 샤프심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품질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샤프는 Δ샤프를 눌러 심이 나오는 제품 Δ심경 0.5㎜ Δ상단에 지우개가 부착된 제품 ΔOEM방식을 제외한 국산품이어야 한다.


또한 외관·조립·도금 상태에 이상이 없고 작동이 원활해야 하는 것은 물론 5번 중 4번은 심이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손잡이 부분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부품을 추가해야 한다. 심의 잔존 길이는 15㎜ 이하, 입구 지름 치수는 0.59~0.63㎜ 이내로 세심하게 정해져 있다. 내구성은 샤프를 연속으로 2만 번, 1분에 60회 작동시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샤프심의 경우 HB 농도의 검은색 0.5㎜ 한 종류다. 쓸 때 구부러지거나 쉽게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구부림 강도와 농도는 190MPa(메가파스칼), 0.20~0.36 규정을 만족해야 한다.


평가위원회 기술평가에서 제품 품질 90%, 업체 경영상태 10%를 반영해 만점의 85% 이상을 얻어야만 적격제품으로 선정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술평가 점수 90%에 가격평가 점수 10%를 더해 종합평점 1위를 거머쥐어야만 최종 수능샤프로 선정된다.


평가원은 시험 당일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업체와 제품명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공식적으로 보안에 부치고 있다. 실제로 보안 서약서에는 Δ샤프(심)의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안교육을 해 수능 수험생 사용 샤프(심)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대해 납품 전후 및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할 것 Δ기타 제작물과 관련된 일체의 사항에 대해 납품 전후를 막론하고 보안을 준수할 것 등의 사항이 명시돼 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수능샤프 납품 업체로 알려진 유미상사측 역시 "입찰 여부는 보안사항이라 알려드릴 수 없다"며 "평가원 쪽에서 지침이 내려온 사항이라 저희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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