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씨월드 폐쇄" vs "오염된 바다 더 위험" 돌고래 놓고 시끌
시민단체 "돌고래 학대시설 폐쇄하고 바다로 보내야"
거제씨월드 "학대 아닌 교감. 건강관리하고 원칙 지켜"
한 성인 남성이 벨루가(흰돌고래)의 등에 앉아 있다. 사진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 뉴스1 |
"사람이 왜 돌고래 등에 타나? 동물학대시설 거제씨월드 폐쇄하고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라."
"여기는 동물과 교감하는 곳이고 건강 관리도 잘 한다. 오염된 바다에서 돌고래들이 더 빨리 폐사한다."
돌고래 테마파크인 '거제씨월드'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관람객들이 벨루가(흰돌고래)와 돌고래 등에 올라타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동물단체들은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제씨월드 측은 "학대가 아닌 교감이고 오염된 바다에서 돌고래가 더 많이 폐사한다"며 계속 시설을 운영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좁은 수조 안에 돌고래 가두고 돈벌이에 이용"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경남도청 앞에서 "거제씨월드의 반성 없는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시설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에 따르면 벨루가는 차가운 야생의 바다에서 무리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해양생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좁은 수조 안에 가둬두고 기계처럼 사람을 계속 태우며 입 맞추기, 껴안기 등의 돈벌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거제씨월드에서는 벨루가 체험을 '동물과의 교감, 행동 풍부화'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위적인 행동을 강요하고 있을 뿐 어떤 국제 기준에도 동물을 타는 행위가 행동 풍부화라고 명시돼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거제씨월드가 2014년 개장 이래 총 9마리 돌고래들이 잇따라 폐사한 것을 들어 "돌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음에도,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 문제 요소가 가득한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앞서 거제시에 이어 이날 경남도에도 거제씨월드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수족관 관리 의무 주체인 경남도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거제 씨월드 폐쇄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경남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폐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7.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거제씨월드 "자연 방생만 답 아니다"…"폐쇄 지나쳐" 지적도
앞서 거제씨월드는 입장문을 통해 "해양동물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행동 풍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USDA(미국 농무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규칙 하에 벨루가를 돌보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돌고래 체험에 활용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 "수조는 유럽해양포유동물협회의 돌고래 사육에 대한 표준 지침에 따라 설계됐으며 체계적인 수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호흡주기, 배설량, 식사섭취량, 활동량 등을 매일 체크하며 해양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씨월드에 따르면 이곳은 미국의 권위 있는 해양포유류 전문수의사이자 국제해양동물의료협회(IAAAM)의 협회장인 마이클 브릭스(Michael Briggs)를 촉탁 선임해 관리하고 있다. 업체 측은 "동물보호법상 동물보호의 기본원칙과 동물학대 등 금지 조항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MMPA 등이 텍사스 해안가에 떠밀려 내려온 돌고래 사체를 연구한 결과 폐사된 돌고래들의 평균 연령이 11.73세로 보고된 것을 들어 "바다의 오염으로 자연에 있는 돌고래들이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방생한 돌고래 역시 실종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연에 내보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제씨월드를 비롯한 수족관 시설은 다양한 해양동물 및 해양생태계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공간"이라며 "동물이 앞으로 살아갈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당사는 해양동물에 대한 생태 설명과 트레이너의 진로체험 강의를 통한 재능기부, 바다 환경 정화 캠페인 등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민단체들의 거제씨월드 폐쇄 주장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동물을 사랑하고 전문 지식을 갖고 동물을 돌보려고 애쓴다. 시설에서 교육도 하고 동물 습성 등 연구도 한다"며 "문제가 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개선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무조건 시설을 폐쇄하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동물 연구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벨루가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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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news1-10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