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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땅으로부터 유추된 3층집, 광주 추사재

치의학 분야 법의학자인 건축주는 퇴임을 앞두고 광주에 집을 짓고자 했다. 오랜 세월 서울에 가족을 두고 주말에 귀경하는 일을 반복해 왔는데, 퇴임을 앞두고 객지인 광주에 집을 짓는 일은 이례적이다. 


건축주는 학교 민주화를 포함해 법의학자로서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활동에 헌신해 왔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핵심 의제는 단연 ‘자연과 책’이다. 


무등산 자락에 오랫동안 눈여겨 봐두었던 곳에 부지를 마련했다. 무등산無等山은 ‘등급을 매길 수 없는’이란 뜻으로 규모와 높이, 지형과 식생의 넉넉함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분야를 넘나드는 다독가인 그의 2만3000권에 이르는 책을 공유하고자 함도 집을 짓는 중요한 이유다. 

대지는 아파트단지를 지나 숲으로 이어지는 무등산 자락 초입에 위치한다. 부지는 평평하지만 주변은 경사와 함께 높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건폐율 20% 이하의 조건은 집이 단순한 오브젝트로 보이지만 숲이 감싸고 있는 마당은 충분히 공간적이다. 


낮은 건폐율로 인해 3층 볼륨이 되었다. 지면으로부터 반 층 아래 있는 현관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작은 다락이 있는 사랑방을 만난다. 


다시 반 층을 더 내려가면 1.5층 높이의 서재 공간이 된다. 서재에는 들어 올려진 슬라브에 면해 설치한 고측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계획했다. 중간층인 1층에 침실 존, 높은 천장이 있는 2층에 식당과 거실을 두었다.   

대지의 구축성 TERRA TECTONIC 

건축은 본래 땅을 파서 동굴을 만들거나, 대지 위에 나무를 세워 거주공간을 만든다. 


숲 사이 추사재는 자연에서 얻은 지혜와 땅으로부터 유추된 ‘대지적 구축성’의 원리로 만들어진다. 대지와 건축이 만나는 두 가지의 상반된 태도다. 


첫째는 대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으로서 땅의 속성을 재현한다. 지표면을 변형하며 대지를 재현하는 구조형식은 철근콘크리트조다. 


반 층 들어 올려진 1층과 반 층 내려간 선큰 형식의 포치는 건축과 대지가 결합하는 새로운 경계면의 제안이다. 이 구조형식은 대지의 영역을 구성하기 위한 담의 재료이기도 하다. 

둘째는 나무는 대지로부터 에너지를 얻지만 최소한으로 접속함으로써 대지를 존중한다. 이처럼 경골목구조와 가변성을 고려한 중목구조를 혼합한 2개 층 볼륨이 하부 구조로부터 수평띠창을 경계로 들어 올려져 있다. 


목구조 볼륨을 싸고 있는 경골목구조 외피는 다양한 폭의 동판 돌출이음으로 마감되어 세월이 더해감에 따라 숲과 동화되기를 기대한다.   


글 = 조남호 소장 /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개요

위치▷광주광역시 동구 운림길

용도▷단독주택

대지면적▷389㎡

건축면적▷77.01㎡

연면적▷221.16㎡

규모▷지상2층, 지하1층

높이▷9.0m

주차▷2대

건폐율▷19.80%

용적률▷38.38%

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 목구조

외부마감▷노출콘크리트 위 불소수지코팅, 녹청동판

내부마감▷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설계▷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조남호)

설계담당▷왕성한, 이희원

구조설계▷세진에스씨엠

시공▷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기계 · 전기설계▷코담기술단

사진작가▷윤준환

다이어그램

<단면도>  1. 다락 2. 가족실 3. 주방 4. 화장실 5. 욕실 6. 침실 7. 게스트룸 8. 서재

<단면도>  1. 다락 2. 가족실 3. 다용도실 4. 갤러리 5. 침실 6. 현관 7. 게스트룸 8. 화장실

배치도

<1층 평면도>  1. 갤러리 2. 화장실 3. 침실 4. 욕실 5. 침실

<2층 평면도>  1. 가족실 2. 다용도실 3. 주방 4. 식당

 <다락층 평면도>  1. 다락

<지하 1층 1 평면도>  1. 화장실 2. 서재

<지하 1층 2 평면도>  1. 현관 2. 게스트룸 3. 서재

건축가 소개


조남호 소장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率土之濱)은 시경(詩經) 북산지계편의 시귀절로써 ‘온누리’라는 뜻이다. 거친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축을 통한 상보가 필요한 반면,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요구로부터 자연을 닮은 인간중심의 환경을 창출해 가는 것이 솔토지빈이 추구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

서범석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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