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지만 먹거리는 적었던 MWC 2017
지난 2월 27일부터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렸던 MWC(Mobile World Congress)에 다녀왔습니다. CES 2017에 이어지는 ICT업계의 2017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예년의 MWC와는 다르게 이번 행사는 조금 아쉬움이 남더군요. 부스들은 꽉꽉차고 제품이나 서비스는 가득 했지만 인상에 남는 기술이나 제품은 적었던 행사로 기억됩니다. 몇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MWC 2017의 간략한 후기와 아쉬운 이유들도 정리해보겠습니다.
5G, 상용화를 서두르다
모바일에 무게중심이 좀 더 실린 행사이다보니 아무래도 통신 서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예년처럼 5G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체화된 5G의 장점이나 혜택보다 아직도 준비단계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5G와 관련한 소식 중에서는 KT 황창규 회장이 기조연설이 인상 깊었습니다. 2019년 한국에서 KT가 5G 서비스를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규약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명칭을 명확히 사용할 수 없고 인프라를 갖추기 힘든 상황에서 상황화 시점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목표의 정의가 아니라 평창 올림픽을 테스트베드 삼고 여러 통신사와 협업으로 규약 재정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MWC 2017에서 5G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단말기를 넘어 자동차, 홈 IoT, 방송중계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준비하며 서두르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단지 아직까지는 돈이 될만한 영역에서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생활 밀착형으로 실질적인 혜택은 상업화가 이루어진 뒤에 좀 더 느껴질 것 같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슬슬 꽉 차 오르기 시작한 열매를 따먹기 위한 눈치 작전이랄까요? 제 눈에는 MWC 2017에서도 아직 실체보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더디지만 변화를 추구하다
아무래도 제일 크게 와닿는 부분은 눈에 보이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MWC 2017에서는 삼성의 갤럭시 S8이 빠져서 조금은 아쉬운 빈자리를 느껴야 했습니다. LG G6와 화웨이 P10(P10 플러스),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 등의 제품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목 받은 제품들을 보면서 나름의 변화들이 보였습니다. 스펙이나 성능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용자경험을 선점하기 위한 변화들이었습니다.
이번 MWC 2017에서 보인 스마트폰의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 됩니다. 첫번째는 홈버튼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물리적 홈버튼을 없앤 이후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전체적으로 홈버튼을 없애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LG G6가 대표적인 한 방향으로 홈버튼을 없애고 전면을 화면으로 채웠습니다. 18:9라는 비율을 선택한 것도 변화점이지만 홈버튼이 전면에서 본격적으로 사라진다는 의미도 살펴보면 좋을 듯 합니다.
두번째는 지문 스캐너의 활용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구글이 픽셀에서 조금씩 보여주던 기능입니다. 본격적으로 영역과 활용을 높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화웨이 P10가 대표적인 예가 될 듯 합니다. 홈버튼이 있던 자리에 지문인식 센서를 위치해두고 있습니다. 홈버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문인식 센서로 단순한 터치 입력만이 아니라 동작을 읽어 이벤트를 수행합니다. 소프트키를 대신할 수 있는 정도이고 소프트키와 함께 사용하지는 못하더군요.
제조사 입장에서 제조단가와 AS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많이 채용할 듯한 UI와 디자인이였습니다. 2017년 사용자경험(UX)에서 변화가 일어날 듯 합니다. 속도는 더디지만 조금씩 지금까지의 스마트폰과는 조금 다른 경험들을 늘려갈 듯 합니다.
AI? 자동차?
이번 MWC 2017에서는 CES 2017에서 화두가 되었던 AI와 자율주행등의 키워드는 소흔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잘 찾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부스마다 전면에 내놓거나 자랑하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자동차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중심으로 5G와의 연계 정도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AI도 가끔 머신러닝으로 표현이 되기는 했지만 비중이 낮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의 먹거리에 좀 더 치중, 한걸음 앞선 모습은 아쉬워
MWC 2017의 전체적인 인상은 ‘현재의 먹거리에 좀 더 무게중심을 실어뒀다’로 남습니다. 앞으로의 변화와 트렌드를 이끌 키워드, 서비스, 제품들은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CES 2017에서 선보인 기술들이나 트렌드가 이어지며 중간 과정을 한번 더 찍고가는 느낌입니다. 나름의 변화와 이슈, 정보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MWC는 빛좋은 개살구 마냥 풍성하지만 그래서 더 먹을 것이 적어 보이는 행사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