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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창시자 '갓갓', 청소년이면 신상공개 못 하는 이유?

[the L] 팩트체크

머니투데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이송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얼굴을 드러낸 조씨는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2020.3.25/뉴스1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신상공개에 이어 'n번방' 최초 운영자 '갓갓'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성착취 영상물 거래의 원조격인 'n번방' 창시자로 알려진 '갓갓'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면서 갓갓이 검거될 경우 조주빈과 마찬가지로 신상공개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갓갓' 청소년이면 '신상공개 불가능'

문제는 갓갓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해 11월 수능시험을 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 가능성이 있다. 갓갓은 텔레그램방에서 "수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성착취를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갓갓이 지난해 고3 학생이었다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18세~19세 사이일 것으로 짐작된다. 갓갓이 의도적으로 나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정보를 줬을 수도 있지만 갓갓이 만19세 미만의 청소년일 경우엔 신상공개가 불가능해진다.


현행법상 청소년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불가능하다. 박사방 조주빈 신상공개 근거법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25조 단서 조항엔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갓갓이 만19세 이상의 성인이어야 신상공개를 논해 볼 수 있다.


게다가 박사방이 개설되기 전부터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갓갓으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했던 '와치맨'(32)은 이미 지난해 10월 기소되면서 신상공개없이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관련 피의자, 피고인 들 중 신상공개가 이뤄진 건 조주빈이 유일하다. 갓갓이 잡히고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더라도 신상공개가 꼭 된다고 볼 순 없는 이유다.

수사기관 재량에 달린 얼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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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공범 박모양과 김모양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살인방조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4.30/사진=뉴스1

2017년 3월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주범 김모양(당시 17세)과 공범 박모양(당시 18세)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어린 초등생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신체를 훼손한 뒤 유기한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거셌지만 경찰은 미성년자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못했다. 관련법률인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 제1항 4호에도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인 경우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피의자 얼굴공개 기준에 대한 논쟁은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돼왔다.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직후 2011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얼굴 공개 기준이 세워졌고 '인권보호수사준칙(현 인권보호수사규칙) ' 등 관련 규정도 마련됐다.


그러나 개정 특례법도 명확한 기준이라 보긴 어렵다. 성폭력·살인·강간·강도 등 특정한 강력범죄에만 얼굴 공개가 허용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얼굴 공개 등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 뿐 '의무'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조항인 제8조의2, 제1항은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조주빈 신상공개 근거법인 성폭력처벌법도 마찬가지다.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건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강력 범죄의 유형과 비난 가능성에 대한 정량적 판단이 아니라 정성적 고려가 들어가고 있다. '만만한' 피의자만 공개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말다툼 끝에 노래방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에 내다버린 토막살인범 변경석의 얼굴과 실명도 유사 사건에 비해 쉽게 공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얼굴 공개여부는 전적으로 수사당국의 재량에 달려있다. 영등포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사건의 김수철, 안산 인질 살해극의 김상훈 등의 얼굴은 공개됐지만 서초구 세모녀 살해사건의 가장과 7세 원영이 학대사건의 부모 얼굴은 비공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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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를 교체해달라는 손님과 말다툼 끝에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변경석씨(34·노래방 업주)가 29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국회, 흉악범 신상공개 의무화법안 4년째 묵혀 곧 '폐기'

20대 국회에서 살인, 강간, 아동성폭행 등 흉악범의 신상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법안이 2016년 7월 발의되기도 했다.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의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다. 현재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는 해당 조항 문구를 "공개하여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남궁석 수석전문위원은 "신상정보의 공개로 인해 헌법이 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며 피의자의 인격권, 프라이버시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들이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적된 바 있다"는 내용으로 검토보고서를 냈다. 이후 법안은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채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고 묵혀있다. 20대 국회가 오는 5월로 종료되면 이 법안은 폐기된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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