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어치 주세요" 면세점 점령한 따이궁
MT리포트
면세 '큰 손' 따이궁, 누구인가
편집자주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은 연간 20조원을 바라보는 한국 면세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따이궁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면세시장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따이궁 대해부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짚어본다.
"하루 면세품 2000만원어치 구매"…따이궁 A씨의 하루
한국 면세시장 매출 73% 차지하는 '따이궁'...최대고객이며 극복과제
"재고가 충분히 있다면 여기서만 400만~500만원어치 정도는 사갈거예요."
지난달 2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시내 한 대형면세점 앞에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장으로 들어가 인기 화장품코너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따이궁 A씨는 "인기 색상 재고를 구하려고 일찍왔는 데도 줄을 섰다"며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동안 롯데, 신세계, 신라면세점 등을 쭉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아침 8시 무렵 한국에 들어와 공항에서 대기하던 '따이궁 등록여행사'의 픽업 차량을 타고 서둘러 면세점으로 왔다. 따이궁을 매장으로 데려오고 구매하게 되면, 면세점 측에서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여행사들은 이에 따라 따이궁들을 대상으로 이동차량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사가 면세점에서 받은 수수료 중 15~18% 정도는 A씨의 몫이다.
인기제품의 경우 따이궁들끼리도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면세점 재고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상품이 동나기 십상이다. A씨는 이 면세점에서 3000달러(약 340만원) 상당 화장품, 명품가방 등을 구매한 뒤 면세점 측에서 10시부터 2시까지만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으러 갔다. 1500달러 이상 구매시 나눠주는데, 이튿날 아침 문을 열자마자 번호표를 받은 300명은 빠른 순서로 입장할 수 있어서 꼭 챙겨둔다. 그렇지않으면 재고 확보를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늘어서기 때문에 한국 면세점들이 마련한 방법이다.
A씨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면세점들을 돈다. 두 시간 가량 롯데면세점 본점을 둘러보고 오전 12시쯤에는 인근 신세계면세점으로 향한다. 요즘은 따이궁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한다. 주구매 대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들에게 정품임을 인증하고,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매장에서 인터넷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SNS에 실시간 업로드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A씨는 "구매 제품들은 대부분 화장품이지만 고가 시계, 가방 등은 미리 선입금을 받아 구매대행을 한다"며 "총 구매금액은 한번 방문에 2000만~5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A씨는 신라면세점에서 후, 크리스찬 디올 등 인기 화장품을 비롯해 최근 유행하는 3000달러 상당의 한국 패션브랜드 핸드백을 구매했다.
신세계면세점에서 나온 뒤 2시 30분쯤에는 근처 분식집에서 간단히 김밥을 산다. 기다리고 있던 여행사 차량에 탑승해 다음 신라면세점으로 이동하며 식사를 하고, 같이 차량에 탄 따이궁들과는 가벼운 얘기를 나누며 정보공유를 한다. 이렇게 저녁무렵까지 쉴틈없이 2~3곳의 강북권 면세점들을 돈다. 밤 9시 이후부터는 동대문 쇼핑몰에서 개성있는 의류, 잡화 등을 추가로 구매한다. 숙소로 돌아오면 새벽 2시. 짐 정리를 하고 몇 시간 잠을 잔 뒤 오전 9시까지 번호표를 들고 시내 롯데면세점으로 다시 향한다.
둘째날은 번호표를 뽑은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뒤 롯데월드타워,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강남권' 면세점을 둘러볼 예정이다. 면세점 간 수수료 경쟁도 치열하고, 마케팅도 달라서 최대한 이득이 되는 곳에서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물건은 중국으로 돌아가 위챗, 웨이보,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 지인, 팔로워들에 판매한다. 한국 제품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믿을 수 있어서' 인기다. 유럽까지 쇼핑을 가면 재고도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은 한 달에 서너번씩 오갈 수 있어 선호한다.
A씨는 "중국에 돌아가면 SNS 팔로워들에 제품을 파는데 지금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고 금방 동난다"며 "한국 면세점 제품은 정품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저렴해도 잘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내일 오후 출국해 다음 주에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A씨의 한국방문은 한달에 최소 서너번. 따이궁 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업'인 경우 대개 그렇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의 여파는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단속이 진행되지만 중국 내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 SNS까지 정부가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A씨는 "웬만한 일을 하는 것보다 벌이가 좋고, 한국에서도 따이궁 시장과 서비스가 잘 형성돼 있는 만큼 당분간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따이궁…전용앱부터 전문짐꾼까지
전용앱으로 수수료 비교하고, 전문짐꾼으로 수하물 한도 해결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 따이궁들이 오픈 전부터 면세점에서 배포하는 입장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불과 3년 만에 '따이궁'(代工·중국인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시장에서 최대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70% 이상을 따이궁이 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국내 면세시장이 19조원 규모로 두 배 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따이궁 때문이었다. 따이궁은 수수료 비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 짐만 날라주는 전용짐꾼 '따이고우'까지 고용하는 등 빠르게 진화하며 큰 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앱 쓰는 따이궁
따이궁 전용앱 '갈매기면세점'(왼쪽)을 통해 각 면세점의 결제 방법에 따른 송객 수수료율(오른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
여행사에서 받는 수수료는 현재 따이궁의 주요 수익원이다.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현지에서 면세품을 판매해 얻는 상품 수익도 상당했지만, 최근 경쟁자들이 크게 늘면서 면세품의 현지 판매가격이 하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받는 구조는 이렇다. 여행사가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송객수수료의 일부를 따이궁에게 떼어주는 방식이다. 수수료율은 상품이나 결제 방식에 따라 다르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13~18%의 수수료를 받는다. 인기가 있는 제품일수록 수수료율은 낮다.
수수료에 민감하다 보니 최근에는 여행사의 송객수수료율을 확인할 수 있는 전용 앱까지 생겼다. 따이궁은 앱으로 직접 송객수수료율를 확인하고, 여행사를 선택해 등록한다. 여행사에 자신을 등록되면 특정 코드를 받는데, 이를 전용 앱에 넣으면 영수증을 업로드하는 페이지가 생긴다. 여기에 구매한 영수증을 입력하면 바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영수증까지 가짜로 만들어 전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으로 면세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 명품은 영수증이 매우 중요하다.
따이궁들이 여행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신뢰다. 단순히 수수료율이 높은 곳을 선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따이궁은 "최근 높은 수수료율 내걸고 사기 치는 사례가 심심치 않다"며 "면세점에서 받은 수수료를 나누지도 않고 '먹튀'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용 앱은 참고사항일 뿐 주로 메신저로 친해진 지인들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할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짐꾼부터 웨이상까지
따이궁 시장이 커진 만큼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문짐꾼이다. 이들의 역할은 간단하다. 맨몸으로 와서 따이궁이 구매한 면세품을 함께 들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 단순한 짐만 나르는 짐꾼인 셈이다.
비행기표는 지원되며 한번 짐을 나를 때마다 약 20만원을 받는다. 지난해 중국 주요 도시 평균 월급이 7629위안(약 128만원)인 걸 감안하면 시간 대비 고소득 직종이다.
이들 짐꾼이 생겨나게 된 건 따이궁의 손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매해야 하는 면세품은 늘어나면서 수화물 무게 한도를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또 혼자 들기 어려울 때도 많다. 이에 따라 짐꾼들은 이제 따이궁의 필수 파트너로 면세점 쇼핑 때마다 언제나 함께 움직인다.
중국 1인 마켓인 '웨이상'(微商)도 따이궁의 덕을 톡톡히 봤다. 웨이상은 2013년 처음 등장했지만, 2016년 사드 보복 이후 숫자가 크게 늘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지얀컨설팅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내 웨이상은 2018만명으로 1년 전보다 약 500만명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의 중국 현지 판매 경로는 크게 직접 위챗을 활용하거나 중간 거래상을 통하는 두 가지 형태"라며 "그러나 결국 최종 판매 통로는 웨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역시 웨이상 합법화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까지 진출하는 따이궁
한국을 점령한 따이궁은 최근 해외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주요 공략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도쿄보다 오사카가 인기다. 따이궁 A씨는 "도쿄는 지역이 넓고, 교통이 불편해 쇼핑을 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오사카는 지하철 노선도 간결하고, 쇼핑할 수 있는 장소가 밀집돼 있어 편하다"라고 말했다. 주요 쇼핑 장소는 드러그스토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산 화장품부터 의약품까지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 중국인이 운영하는 전용 쇼핑몰도 인기 장소다.
A씨는 "여행사를 통해 일본 내 면세점을 갈 수도 있지만, 한국과 비교해 수수료율이 낮아 남는 게 없다"며 "수수료를 포기하고 조금 싼 곳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본은 사후 면세 제도가 활성화 돼 외국인이라면 굳이 면세점을 들리지 않아도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다. 최근 마진을 최소화한 중국인 전용 사후 면세점까지 등장했다.
따이궁 의존 20조 매출, 기형적 韓 면세시장
중국 의존도 73%, 내국인은 20%머물러...따이궁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변화시급, 정부 정책지원 요구도
지난해 우리 면세점 매출은 사상 최대인 19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된 2017년에 비해 4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인 단체여행객 즉 유커(遊客)가 종적을 감춘 와중에 이룬 성과다. 올들어서도 1, 2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성장해 연매출 2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조원에도 못미치던 면세시장이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 뒤에는 중국 따이궁(代工, 대리구매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리스크요인이 자리한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구매객 중 중국인은 1293만3000명으로 전체의 26.9%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이 기록한 매출액은 13조9201억원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73.4%를 차지한다. 중국인 매출액은 3년 연속 증가세다. 2015년 5조2395억원이던 중국인 매출은 2016년 7조8063억원으로 48% 늘었고 2017년에도 22% 올라 9조57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017년보다 45% 증가했다.
지난해 내국인 매출은 3조9598억원으로 비중은 20.9%에 머물렀다. 중국인을 제외한 해외 관광객 매출은 모두 합해도 전체의 5% 정도다. 중국 따이궁이 이탈할 경우 우리 면세산업이 일순간 황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초 중국 당국이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며 따이궁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웨이상(微商,모바일판매상)에 대한 사업자 등록의무화 등 규제에 나서자 면세점 업계에서 위기론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행히 규제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중국 당국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위기론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경제성장률 저하 등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면세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영 중국국제여행사(CITS)의 자회사인 CDFG(China Duty Free Group)는 중국내 5대 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해외 브랜드들과의 교섭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시내면세점도 대거 늘리고 있다. 특히 관광지인 하이난섬의 면세한도를 기존 1.6만위안(267만원)에서 3만위안(500만원)으로 2배 상향하고 모든 중국인 여행객들에게 이를 적용하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면세 수요를 자국안으로 끌어오려는 포석이다. 실제 지난해 하이난의 면세매출은 15억달러를 넘어섰고 이중 CDFG의 매출이 11억달러를 차지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CDFG 찰스 첸 회장이 지난달 9일 세계 면세협회 컨퍼런스에서 "한국 면세시장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이며 "따이궁들에 대해 브랜드들이 신중해야한다"고 도발한 것도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공세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내 면세시장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따이궁 유치전이 심화하면서 리베이트인 송객수수료율은 10~3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만 수수료로 1조3000억원을 지불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 상품 인터넷 판매와 단체비자 발급, 한국행 크루즈 및 전세기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3불(不)' 정책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되면서 한·중간 외교적 해법도 당분간 요원하다. 면세점 업계가 중국 의존을 낮추고 해외고객 유치와 해외 면세시장 진출을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면세업계에 대한 인식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면세점이 주변국과 경쟁하는 수출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규제보다는 지원책을 고심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자국 면세시장 활성화에 열을 올리지만 우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면세점 의무휴업을 논의하거나 시내면세점을 추가개설하는 식으로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면서 "면세업계가 역대 최대 호황이라지만 중국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2년간 발걸음 '뚝" '유커'는 돌아올까?
中 '유커 방한 제재령' 이후 발걸음 '뚝'…중국정부 '찔끔 회유'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
올들어 중국인 입국자수가 큰 폭 늘면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내린 2017년 초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한 '한한령'을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만 15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따이궁들에 더해 유커까지 몰려오면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빗장을 열지 않은 중국정부를 쉽게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인 입국자는 45만33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지난 1월에도 중국인 입국자수가 35%대로 늘어나, 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이 재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면세점들에 중국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것도 '유커 귀환'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0월 600여명 규모 한야화장품 인센티브 관광단이 방문했고, 지난 3월부터는 3700여명 규모 중국 보험사 임직원 인센티브 방문객들이 순차적으로 신세계, HDC신라 등 국내 주요 면세점들을 방문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중 항공운수권 확대, 북·미 정상회담 등의 이슈 등으로 유커 방한에 기대감이 극대화했지만 아직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면세업계의 지배적인 입장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FIT(개별 자유관광객)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고, 지난 2년간 단체 관광객 방문 관련 제재를 중국 정부가 진정성있게 완화한 적 없이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상하이, 충칭, 산둥성 등 6개 지역의 단체관광 비자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을 통한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 한국행 전세기 및 크루즈 운항 등 '3불 정책'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2016년 806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입국자수는 사드 보복이 시작된 2017년 416만 명으로 '반토막'이 났고 2018년에도 478만명에 그쳤다. 올초 큰 폭 방문객 신장이 있었지만 겨울방학 시즌 개별 여행객 증가 영향이 크고, '사드 보복'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유커들이 사라졌음에도 면세점업계가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 자리를 대체한 '따이궁'(보따리상) 시장의 고성장 덕분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방문객들이 늘고, 항공편도 증편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가도 크게 오르는 등 시장 기대감이 크다"며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해제하고, 본격적으로 유커 방문이 늘 것이라고 순진하게 연결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이궁 중심의 시장에서 유커까지 밀려들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이궁 의존 한국 면세시장은 모래성"
따이궁 덕 가장 많이 본 면세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꼴이죠. 이렇게 위로 쌓기만 하다가 언제 무너질지 두렵네요"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중심의 면세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따이궁 덕을 톡톡히 본 면세 업계 내에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현재 면세시장은 따이궁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처럼 따이궁 마저 제재 강화되면 시장은 왜곡된 구조에 따른 부작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건강한 면세 시장을 만들려면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해 여러 국적의 관광객이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 덕에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따이궁에 들어가는 송객수수료 등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많지 않다"며 "이렇게 커진 버블이 언제 터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들은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따이궁 모객을 대가로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달했다. 1년 전인 2017년 1조1481억원보다 14.8%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김태현 기자, 조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