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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문화재청, 돌려받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절도 혐의 무죄라도 소유권과 달라"…실제 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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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 사진제공=뉴시스

"1000억원을 받아도 별로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소장자 배익기씨)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이런 발언을 했던 소장자 배씨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두고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에 맞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씨가 소장하고 있는 상주본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은 크게 ‘예의’와 ‘해례’로 나누었다. 예의는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로 세종이 직접 지었다. '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되는 문장은 예의의 첫머리에 있는 한문으로 된 서문을 우리말로 바꿔놓은 것이다. 흔히 '훈민정음 언해본'으로 부른다.


글자를 만든 원리가 설명된 일종의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창제된 지 3년이 지난 세종 28년(1446년) 발행됐다. 당초 여러 부가 제작됐으나 일제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인 우리말과 글에 대한 탄압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됐다. 1940년 경북 안동의 고가에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이후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형필 선생이 보존한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해례본으로 알려졌으나 경북 상주에 거주하는 배씨가 2008년 7월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이 판본은 ‘상주본’이라고도 불리며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고 표제와 주석이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져 학술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진짜 소유자가 누군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배씨는 2008년 7월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매입했는데, 여기에 이 상주본이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인 조모씨는 배씨가 고서 2박스를 사면서 상주본을 절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조씨가 제기한 민사사건에선 2011년 5월 절도를 이유로 배씨가 조씨에게 상주본을 돌려줘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후 조씨는 문화재청에 상주본의 소유권 일체를 기증했다. 하지만 배씨가 2014년 5월 절도죄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문화재청이 배씨를 상대로 실제로 해당 상주본을 가져오기 위해 강제집행(국가의 강제권력에 의해 의무이행을 실현하는 것)을 하려 하자 배씨는 이에 반발해 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절도죄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해례본의 소유권은 본인에게 있다면서 해례본을 조씨(문화재청)에게 돌려주라는 민사 확정 판결에만 근거해서 이를 돌려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형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민사 판결의 집행력(실제로 해례본을 문화재청으로 돌려줄 수 있도록 판결을 실행할 수 있는 법적인 힘)이 배제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 역시 1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였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배씨의 소송에서 최종 패소를 확정함에 따라 문화재청은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씨의 의사가 강경함에 따라 실제로 문화재청이 무사히 상주본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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