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풍등 날렸다" 용의자 구속영장 신청
[머니투데이 고양(경기)=이동우 기자] [경찰, '고양 저유소 화재' 최초 연기발생 18분간 안전조치 無 "공사측 관리책임 수사"]
7일 수도권에 기름을 공급하는 경기도 고양시의 저유소(원유나 석유 제품의 저장소)의 유류 저장탱크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
"쉬는 시간에 산에서 풍등 날리다가…"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원유나 석유 제품의 저장소) 화재가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이 호기심에 풍등(열기구)를 날리다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스리랑카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관리 부실 책임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이달 7일 대한송유관공사 경기지사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씨(27)에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9일 밝혔다. 중실화 혐의는 중대한 과실로 화재를 낼 경우 적용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화재가 발생한 당일 오전 10시32분쯤 현장 인근의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리다 저유소 잔디밭에 실수로 불을 붙인 혐의다.
경찰은 사고 현장 주변 CCTV(폐쇄회로화면) 분석을 통해 A씨의 혐의를 특정했다. A씨는 2015년 5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해 해당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날린 풍등은 300미터를 날아가 저유소 잔디밭으로 떨어졌다. 잔디에 붙은 불은 바로 옆에 있는 탱크의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었다. 이후 오전 10시54분쯤 탱크의 상부 지붕이 폭발로 날아가는 등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공사장에 떨어진 풍등을 호기심에 날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해당 풍등은 화재 발생 전날인 6일 저녁 인근 서정초등학교에서 풍등 날리기 행사를 한 것으로 800미터를 날아와 공사장에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화재 발생 당일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다"며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쫓아가다가 잔디밭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저유소가 위험 시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보고 자신이 풍등을 날린 사실도 인정했다.
경찰은 풍등이 잔디밭에 떨어져 최초로 연기가 발생해 탱크 화재로 이어지기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화재 대응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관리부실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물 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며 "당일 6명의 근무자가 현장에 있었던 것을 확인했는데 현재는 피해 규모 위주로 조사를 했고 근무체계 등은 나중에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7일 오전 10시54분쯤 저유소 옥외 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발생한 화재는 17시간 만인 다음날 8일 오전 3시58분쯤 완진됐지만 화재 진압에 난항을 겪었다.
탱크에 남아 있는 기름을 빼내는데 주력했지만 기름 온도가 높아 이 과정도 예상보다 지체됐다. 고성능 화학차를 동원해 일제 진화작업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는 연소 진화 방식으로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불은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만ℓ(리터) 가운데 다른 탱크로 옮겨놓은 180만ℓ의 기름을 빼놓고 260만ℓ를 연소시켰다.
고양(경기)=이동우 기자 cane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