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빠에게 입양됐다" 귀화신청 중국인, 알고보니…
[the L] 중국인 배우자가 반신불수 한국인 남편 대신 입양신고… "입양 진정성 의심, 거부처분 적법"
한 중국인이 "한국인 아버지에게 입양됐다"며 귀화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그 한국인이 반신불구에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데다 문제가 된 중국인 아들을 둔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는 등 '입양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도 당국의 귀화불허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박형준)는 중국인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귀화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어머니이자 역시 중국인이었던 B씨는 2005년 5월 한국 국적의 김모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는 2010년이 돼서야 당시 17세였던 A씨를 자신의 아들로 입양신고를 한 것으로 기록이 돼 있다.
2016년 3월 A씨는 자신이 김씨의 아들로 적법하게 입양이 됐으니 한국인으로 귀화시켜달라고 신청했다. 국적법은 부모 중 한 쪽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성년자였을 때 입양된 자에 대해 특별귀화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를 의심스럽게 본 법무부 직원이 있었다. 김씨와 B씨의 결혼 뿐 아니라 A씨의 입양신고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우선 김씨가 B씨와의 혼인신고가 되기 전인 2005년 상반기에 중국에 체류한 기간은 단 15일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7일, 8일간 머물렀던 게 전부였다. 김씨와 B씨의 혼인 자체가 진정성이 의심될 정황이 있다는 얘기다. B씨가 한국에 입국한 것도 혼인신고가 있은 지 1년 이상이 지난 2006년 8월이 최초였다. B씨가 한국에 입국한 후 A씨와 동거한 정황도 없었다.
입양신고 시점에 있어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A씨가 김씨의 아들로 입양신고된 2010년은 이미 김씨가 뇌경색으로 반신마비, 언어장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담당 의사는 김씨에 대해 "보행이 불가능하고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김씨는 200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서울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런데 2010년에 A씨가 김씨의 아들로 입양이 됐던 것이다.
더구나 2010년 A씨를 김씨의 아들로 하는 입양을 신고한 이는 김씨가 아니라 B씨였다. B씨가 김씨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입양신고를 진행했던 것이다. 김씨가 뇌경색으로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 A씨를 양육하거나 경제적 도움을 줄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B씨가 김씨를 대리해 A씨를 입양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법무부 직원이 A씨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가 입양한 병원을 찾았을 때, 김씨는 'A씨를 입양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부정하는 의미로 손을 가로 저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법무부는 A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김씨가 나를 진정한 의사로 입양한 게 맞다"며 "법무부 직원이 조사를 위해 김씨를 만났을 때 입양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지만 이는 뇌출혈로 인한 편마비, 간헐적 치매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던 김씨가 잘못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와 B씨의 혼인에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는 이상 김씨가 B씨의 아들인 A씨를 입양한 것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한 것 또한 합리적"이라며 "김씨가 입양사실을 부인하는 등 김씨가 A씨를 입양한 것에 진정성이 없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와 B씨의 입국 후 체류지 주소 등을 보면 김씨와 일반적 가족으로서의 생활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B씨가 김씨의 치료비나 요양원 비용을 부담하는 등 경제적 도움을 줬다는 사정도 없다"며 "입양 진정성을 증명하는 취지로 A씨가 제출한 사진이 한국에서 촬영됐다고 했는데 촬영시점에 A씨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지도 않았다.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귀화허가에 대해 법무부에 비교적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돼 있고 입양의 진정성을 의심할 합리적 사정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법무부의 귀화불허 처분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