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BLUE SNAKE)'으로 새해 건강 지키세요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역술학에선 뱀띠는 꿈이 크고 원대하며 솔직담백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직관력이 있고 무슨 일이든 심사숙고하는 신중한 성격이 뱀띠라는 것이다. 특히 '푸른 뱀'은 예로부터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의 의미를 가진다. '푸른 뱀(BLUE SNAKE)'의 해를 맞아, 머니투데이가 건강 키워드 9개를 선정했다. 올해 '푸른 뱀'과 함께 재미있고 지혜롭게 건강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B(Biorhythms): 바이오리듬 지키기
바이오리듬(생체리듬)은 사람의 생명 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일정한 주기적인 변동이다.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하루 24시간 단위로 일주기의 바이오리듬을 유지한다. 바이오리듬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숙면이 필수다. 이러한 수면 패턴을 깨고 낮에 자거나, 밤낮이 바뀐 잠을 잔다면 많은 시간을 자더라도 더 피곤할 수 있다. 잠을 몰아서 오래 자 수면-각성 리듬이 깨지면 의욕·집중력·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면 일주기 리듬이 망가져 불면증이 생기거나 대사증후군 발생이 30%, 심혈관질환은 2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대한 '빚'이 쌓인다. 이를 '수면 부채(잠 빚)'라고 부른다. 수면 부채가 생기면 다음 날부터 매일 조금씩 빚을 갚아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갚는 게 좋다는 얘기다. 예컨대 오늘 늦게 잤다면 내일 점심시간에 20분에서 최대 1시간까지 낮잠을 자는 방식이다. 또는 며칠간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평소보다 한두 시간 앞당겨 수면 부채를 갚는 방식도 좋다. 단, 낮잠은 오후 3시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늦은 오후 낮잠은 그날 밤 수면을 방해해서다.
L(Love): 사랑하기
연인과의 애정 관계뿐 아니라 사람들과 사랑을 많이 나눌 때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뇌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 후엽에서 저장됐다가 분비되는데, 뇌에서 신경조절물질로 작용한다. 여성의 경우 분만할 때 자궁경부와 자궁에서 분비돼 자궁 수축을 유도해 출산을 돕고, 수유 시에도 아이의 빨기 반사에 반응해 모유 분비를 돕는다. 이런 옥시토신은 신체와 정신건강에 모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옥시토신은 키스나 포옹할 때도 분비되는데, 2001년 공공과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쥐의 뇌척수액에 옥시토신을 주사했더니 성관계 시 상대와의 애정을 높여줬다. 옥시토신 호르몬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지거나, 어떤 감정에 대한 기억을 더 좋게 만들기도 한다. 국민과학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했더니 엄마와 관계를 잘 유지해온 아들들은 엄마와의 추억이 더 좋게 극대화했다. 나쁜 기억으로 엄마를 비하했던 남성들의 태도도 좋게 변했다.
U(Upgrade BMI): 체질량지수 개선하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3 건강검진 통계 연보'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1746만여 명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은 '비만'은 7.3%로 나타났다. 보통 BMI 25 이상을 과체중, BMI 30 이상은 상당히 비만한 상태로 분류한다. BMI가 30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한다.
특히 어린이일 때 비만하면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80%까지 이른다. 아동기 비만은 대사증후군 등 성인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성인이 된 후 조기 사망률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BMI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법의 하나로 하루 세끼 골고루 식사하기가 권장된다. 하루 3회 이상 식사한 집단은 3회 미만 식사한 집단보다 인슐린 저항성 발생 위험이 약 12% 낮았고, 체중, 공복혈당, 중성지방 수치가 긍정적으로 유지됐다. 중년에 아침 식사를 거르는 습관이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BMI를 개선하려면 여성은 하루 2000㎉, 남성은 2500㎉ 섭취가 권장된다. 아침 식사를 오전 6~7시에 하면 오전 8시, 오전 10시에 식사하는 사람보다 심장병·암 같은 질병으로 조기 사망할 확률이 각각 6%, 1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Entertainment): 즐기면서 생활하기
올 한해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상에서 웃을 만한 즐길 거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재미있는 코믹 영상물을 보며 예상치 못하게 크게 웃을 때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 효과가 의외로 놀랍다. '웃음'은 유머에 대한 우리 몸의 생리적 반응이며, 웃을 때 얼굴·가슴·복부·골격의 근육이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긴장돼있던 근육이 풀어지고, 긴장된 근육으로 생겼던 만성 통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박장대소를 하듯 격렬하게 웃을 때 얼굴·가슴·배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심박수와 호흡률을 높인다. 이를 통해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액 내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신체 활력을 돋운다.
웃으면 면역 체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면역글로불린 A(IgA) 수치는 생활 속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질병이 있을 때 낮아지는데, 유머 영상을 시청한 후 IgA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웃으면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 세포, T림프구(백혈구의 일종)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NK세포는 우리 몸을 탐색하다가 암세포 같은 수상한 세포를 만나면 적으로 간주해 군사작전을 펼친다. NK세포는 암세포 막에 구멍을 뚫고 수분·이온 등을 주입해 암세포를 부풀게 해 폭발시킨다. 또는 암세포에 단백질 분해효소(그랜자임)를 넣어 암세포 자살하게 만든다.
S(Sunscreen): 자외선 차단하기
오랜 시간 햇빛에 과하게 노출되면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 세포기 손상당하면서 피부 노화를 부를 뿐 아니라, 피부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겨울철은 직접적인 자외선 노출 외에도 눈·얼음에 햇빛이 반사돼 몸이 자외선에 노출되는 양이 증가할 수 있다. 외출 20분 전에는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펴 바르는 게 좋다. 자외선을 피할 수 있는 양산, 모자, 소매가 긴 옷,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선크림을 고를 땐 자외선B 차단 효과인 SPF(sunburn protection factor)와 자외선A 차단 효과인 PA(protection for UVA)가 함께 적힌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평소 외출 때는 SPF 30 이상이면서 PA++이면 충분하다. 바다·계곡·골프장처럼 햇빛이 강한 곳에 오래 머무를 땐 SPF 50 이상이면서 자외선A를 막는 PA+++의 선크림을 바르는 게 안전하다. 선크림은 땀이나 물에 지워지기 쉽다. 3~4시간마다 다시 덧발라야 한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 자외선의 80%가 구름을 뚫고 지상까지 내려와서다. 차 안에 있을 때도 선크림을 바르는 게 좋다. 창문 유리는 자외선 B는 차단하지만 자외선 A는 잘 차단하지 못해서다.
N(Nutrient): 영양소 골고루 챙겨 먹기
'배부른 영양실조'의 한국인이 많아졌다. 먹는 음식의 칼로리 총량은 넘치는데, 정작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부족하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시간이 없고, 혼자 밥을 먹어야 해서 식사를 거르거나 편의점에서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게 습관이 되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렵디. 특히 성장기에 단백질·칼슘·비타민D가 부족하면 성장판 발달을 저해하고, 비타민 A·C·D, 아연이 부족하면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심하지 않은 영양실조의 경우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을 기준으로 하루에 탄수화물 60%, 단백질 15%, 지방 25% 비율로 먹는 것을 권장한다. 알코올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영양소 흡수·이용을 방해하므로 과음을 피해야 한다.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고려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무료로 인바디 측정과 영양 상담이 가능하다. 자신의 현재 영양 상태와 기초대사량을 확인한 후 적절한 칼로리 선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식단을 설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A(Anti-aging): 항노화 생활습관
인체도 녹이 슨다. 인체에서 생성된 유해(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하고, 변형을 유도하면서 사람은 늙는다. 하지만 '건강하게' 늙는 것은 각자에게 달렸다. 현대인은 수많은 유해산소에 노출돼 있다. 스트레스는 물론 불규칙한 식습관, 흡연·음주와 과도한 운동 모두가 유해산소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2009년 덴마크남부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쌍둥이 1826쌍을 대상으로 수명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쌍둥이 중 어려 보이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았다. 안티에이징의 기본원칙은 '적게 먹기'와 '운동하기'다. 주 3~4일 고강도 운동을 하면 세포 속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유해산소를 억제하는 방법은 자연에 있다. 식물영양소는 세포 노화를 막고 해독·면역기능을 돕는다. 특히 항산화 기능이 강력하다. 식물영양소가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물에 이어 '제7의 영양소'로도 불리는 이유다. 식물영양소는 채소·과일 같은 식물이 자외선이나 해충·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빨강·초록·노랑·하양·보라색의 물질이다. 양파·사과의 케르세틴, 녹차의 카테킨, 포도의 안토시아닌 등 그 종류만 2만5000가지가 넘는다.
K(K-food): 한식 위주 식단
서구화한 식습관이 보편화했지만, 올해부턴 한식을 비율을 늘려보는 건 어떨까. 한식의 기본 양념장엔 '발효'의 기술이 녹아있다. 고구려 때 참전용사들은 삶은 콩을 지푸라기 주머니에 담아 말 안장에 넣고 다녔다. 이때 사람과 말의 체온으로 콩 발효되는 것을 발견했다. 발효는 콩이 발효 미생물(곰팡이·세균·유산균·효모 등)과 만날 때 진행된다. 이때 비타민B군, 비타민K, 폴리글루탐산, 고분자핵산등 기능성 물질이 콩 발효과정에서 생겨난다.
비빔밥은 산성을 띠는 밥·고기·달걀 등 식재료가 알칼리를 띠는 채소와 버무려진 균형 식품이다. 전통적인 비빔밥은 흰색·초록색·붉은색·노란색·검은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의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붉은색의 고추·홍피망·토마토 등에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한데, 세포의 노화와 암을 막는다. 검은콩·검은깨·들깨의 검은 색은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 스태미나와 면역력을 높인다. 노란색의 당근·단호박·콩나물엔 카로틴이 풍부하다. 시력은 물론 항암 효과가 인정받는다. 취·시금치·무청·부추·양상추·깻잎·열무 등 초록색 채소는 간 기능을 도와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흰색의 무·도라지·양배추·감자·양파·마늘은 폐 건강에 좋다.
E(Exercise): 운동하기
운동을 오랜만에 시작할 땐 가벼운 마음으로 3~6개월에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20분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체중 조절을 위한 운동이거나 대사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적당한 강도의 운동(빠르게 걷거나 가볍게 뛰기)을 매일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하면 된다.
조금만 신경 써서 걷기만 해도 체중을 뺄 수 있다. 일상에서 걷는 정도인 '보통 걷기'는 시간당 240㎉를, 약간 숨찰 정도의 '빠른 걷기'는 300㎉ 이상 소모한다. 1시간만 걸어도 밥 1공기 정도의 칼로리(300㎉)를 태울 수 있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산소를 이용해 탄수화물·지방을 태우며 에너지를 만든다. 이에 따라 걷기는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도 예방한다. 지병이 있어 운동을 선택했다면 약의 가짓수나 양, 복용법을 궁금해하듯 주치의에게 운동의 종류·강도·횟수 등을 처방받는 게 현명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도움말=선우준상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 서수홍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65mc 노원점 채규희 대표원장.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