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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136cm·가슴은 D컵"…'리얼돌'이 위험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아동 형태 리얼돌 버젓이 판매·홍보 중…주문제작도 가능해 논란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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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아동 형태의 리얼돌/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처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 대법원이 최근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리얼돌이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안이라며 환영하는 측과 여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고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후 성인용품 업계가 리얼돌 홍보 및 판매에 적극 뛰어들며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연예인을 비롯해 실존하는 사람의 얼굴로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는 업체가 등장하고,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제작·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리얼돌 수입에 대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얼돌 수입과 판매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26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리얼돌 수입 금지해달라' 靑 청원 등장…반대 측 "최소한의 남성 인권 보장하라" 주장


지난 6월 대법원은 한 성인용품 업체가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업체 손을 들어줬다.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8일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리얼돌은 원하는 머리 스타일, 점 위치, 얼굴 등으로 커스텀 제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도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음란사진에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리얼돌도 안 그럴 거란 보장이 있냐"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했으며, 최종 26만3792명의 동의를 얻고 지난 7일 마감됐다.


'리얼돌 수입 금지' 청원이 20만명의 동의를 얻은 지난달 31일, '리얼돌 수입은 허용돼야 한다'는 청원 글도 게재됐다. 리얼돌 수입 허용을 주장하는 청원인은 "대한민국 남성은 야동도 못 보고, 성매매도 못 하고, 여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 한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이 됐다"면서 "주변 선진국 중 리얼돌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남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남성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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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수입 찬반 청원/사진=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리얼돌 수입 금지 청원에 동의한 직장인 A씨(30)는 "성욕은 기본권이 아니다. 다른 욕구는 억제하고 참으려고 하면서 왜 성욕만 해소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리얼돌 수입이 허용되면 성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성범죄는 리얼돌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걸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B씨(28)는 "리얼돌 수입을 금지하는 건 성욕을 건전하게 해결할 방법을 거세하는 것"이라며 "여성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데도 리얼돌 수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전했다.


맞춤 제작에 아동 리얼돌까지…"최소한의 규제는 있어야"



최근 일부 업체에서 '맞춤형 리얼돌'을 주문제작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업체들은 얼굴, 가슴 등 주요 신체 부위를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제작 비용은 약 300만원. 요구 사항이 많을 경우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고 알린 한 업체는 게시판에 사진 업로드 기능까지 준비해뒀다. 사진 게재를 위한 절차는 따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본인의 사진이 리얼돌 제작에 쓰일 수 있는 구조였다.


이와 관련해 이상진 부르르닷컴 대표는 "실존 인물의 얼굴을 본떠 리얼돌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다. 찰흙으로 만들듯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본떠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를 준비 중인 여성까지 등장하며 리얼돌의 '성 상품화'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 pri0***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점점 남성기의 모습이 아닌 쪽으로 진화하지만, 남성용 성인용품은 점점 여성기 뿐 아니라 여성 그 자체의 모습으로 진화한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 전체를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얼돌로 성욕을 해소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실제 여성과 비슷하게 생긴 리얼돌로 욕구를 해소하다가 실제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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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부르르닷컴 물류창고에 전시된 리얼돌/사진=뉴스1

누리꾼 happ****는 "실제 사람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드는 건 어려운 거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행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유명사이트 등 온라인상에서 아동 형상의 리얼돌이 판매되고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최근 R업체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리얼돌 옵션 중 '신장 136cm, 가슴 67cm(C컵)'이 있다고 홍보해 논란이 일자 계정을 삭제했다.


이 외에도 '신장 136cm, 가슴은 A컵, C컵 중 선택 가능'이라며 리얼돌 판매에 나선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키 120cm·무게 18kg'이라고 홍보하는 곳도 있었다. 여자 아동의 평균 신장이 120~138cm임을 고려했을 때, 이 제품들은 사실상 '아동 리얼돌'인 셈이다.


이에 리얼돌의 국내 유통을 규제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 리얼돌에 대해서는 구매자도 처벌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성적 자유보다 아동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 후 리얼돌 수입 규정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으나 정확히 언제쯤 규정이 완성될 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리얼돌의 형태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규제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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