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부실수사' 논란…"경찰 못 믿겠다" 말 나오는 이유
[고유정 남편 "경찰 믿을 수 없다. 초동수사 미흡함 덮고자 나를 과실치사로 몰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의문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거센 가운데, 고씨의 현 남편 A씨(38)는 경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이에 과거 '경찰의 미흡한 수사' 사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씨 현 남편 "고유정, 내 아들 살해했을 수도…충북 경찰 신뢰 못해"
A씨는 3개월 전 숨진 B군(4)을 부인인 고씨가 살해했다며 지난 13일 직접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그는 고소장 제출 이후 취재진들과 만나 "충북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경찰 수사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방만 달랐지, 같은 공간에서 잤던 고씨를 조사한 것은 1차 부검 후 5월2일 단 한 차례였다"며 "수사 초점이 나에게만 맞춰진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부실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는 고씨를 범인으로 의심하지 않았다"며 "슬픔에 빠진 유족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수사해왔는데 이제와 입장을 바꾸고 부실수사를 거론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숨진 B군과 함께 잠을 잤던 친아버지이자 유족 대표로 첫 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이후 국과수 부검 결과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나와 추가로 조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고유정이 지난 12일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스1 |
또 지난 17일 청주 상당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군에게서 심폐소생술(CPR)의 흔적이 없었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현장 출동한 구조대원이 작성한 구급활동일지 내용과 현장사진을 공개하며 경찰의 발표를 반박했다.
10년차 소방관인 A씨는 "지난 3월2일 오전 10시쯤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며 "경찰은 오로지 나의 과실치사만 의심했다. 고유정은 단 15분만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하출혈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경찰이 초동수사의 미흡함을 덮고자 나를 과실치사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경찰 측의 주장과 달리 아이가 숨져있던 이불에는 다량의 혈흔이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B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자던 고씨는 A씨의 비명을 듣고 거실에 나와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때 B군은 의식과 호흡, 맥박이 모두 없던 상태였다. 아이 몸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국과수는 "아이가 질식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소견을 내놨지만, 정확한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특이 약물이나 독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비아이 마약 의혹에 "경찰은 뭐했냐"…누리꾼 공분
지난 12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아이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23)가 과거 마약을 구매했다는 의혹과 함께 경찰의 부실수사가 논란된 바 있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경찰은 2016년 8월 비아이가 대마초, LSD 등을 불법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당시 한모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는 과정에서 한씨와 비아이가 그해 4월 마약 구입에 관해 이야기한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비아이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이 입수한 대화에서 비아이는 "나는 그거(LSD) 평생 하고 싶다. 센 거냐", "한 10개 사놓을까? 소유하고 싶다" 등 마약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였다. 또 "딴 사람들이랑 절대 (마)약 이야기 하지 마라"라는 한씨의 말에 비아이는 "너랑은 같이 (약을) 해봤으니까 물어보는 것"이라고 답해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더해 한씨가 "아이콘 숙소 앞에서 비아이에게 LSD 10장을 전했다"고 진술했음에도 경찰은 비아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이와 관련해 사건을 수사했던 용인동부경찰서는 디스패치 측에 "한씨가 3차 피의자 신문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며 "비아이가 (마약을) 요청한 건 맞지만 실제로 구해주진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비아이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비아이는 한씨에게 메신저 앱 '스냅챗'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비아이는 "그냥 채팅하는 건데 대화가 바로 없어져 기록이 안 남는다"고 스냅챗 설치를 지시하며 "지금 X나 위험하다. 일단 이건(대화) 지워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한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에서 해당 내용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한씨는 "안 구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경찰은 이를 믿고 비아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씨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나는 경찰) 조서를 다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무리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했다고 해도 뻔히 마약을 구매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는데 경찰은 왜 (비아이를) 수사하지 않았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 4월, 진주 방화·흉기 난동 사건…"막을 수 있었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17일 오전 4시쯤 피의자 안인득(42)은 경남 진주시의 주공 아파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20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건 발생 이전에 아파트 주민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를 걸고 오물 투척, 폭행 등의 문제를 일으킨 안씨를 8차례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안인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안씨는 이전에도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며 사람이 없는데도 찾아가거나 창문을 열고 고함을 지르거나 오물을 남의 집에 뿌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수차례 경찰에 신고 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비극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사진=뉴시스 |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하루 만에 8만5000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원인은 해당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씨는 올해에만 수차례 신고 당했지만 증거가 없다며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면서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에도 수사했으나 안씨의 정신 병력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의 부실했던 초기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2015년 폭력 혐의로 재판 받았을 때 조현병 판정을 받고 '보호관찰 대상'이 됐다"며 "그런 사람이 또 다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경찰이 알지 못했던 것은 매뉴얼의 문제이냐, 경찰들의 근무태만이냐"고 성토했다.
청원인은 다시 한 번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참사 이전에 있었던 신고에서 관련 경찰들이 정확한 매뉴얼대로 대처하고 조치를 취했는지 엄중히 수사하라"고 적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찰들에게 처벌을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