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종교내 집단감염', 스님 환자는 0명인 이유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사찰 직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연등에 등표를 달고 있다. 2020.03.18. mspark@newsis.com |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중심에는 종교가 있다. 전체 확진자 중 신천지 관련 환자가 절반을 넘고, 수도권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는 중이다.
정부는 주말예배 취소 등 종교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종교시설은 일정을 강행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행정조치를 경고하며 종교행사 자제를 촉구했다.
‘종교 내 집단감염’ 우려 속에서도 불교계는 스님 환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일선 교회의 경우 목사 개인의 운영으로 인해 통제가 취약한 반면, 사찰의 경우 중앙 종단의 지침에 따라 모든 법회와 모임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 행사 부처님오신날도 연기한 불교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감염병 비상대응본부장인 총무부장 금곡스님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은 3월 20일까지 법회 등 대중이 참석하는 행사 취소를 요청하는 긴급 지침을 전달했다. 중앙종무기관 주요 행사들도 연기했다고 밝혔다. 12일 대구와 경북에 조계종 생수인 감로수 500ml 20만개, 3월 10일부터 말까지 동국대 일산병원과 종로구 선별진료소 의료진에게 사찰음식 도시락을 지원할 예정이다. 2020.03.06. chocrystal@newsis.com |
불교계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 2월 모든 법회와 행사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 각 지역별 사찰로 2차례 발송됐다. 조계종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자 지난 19일 추가 지침을 보내 다음달 5일까지 중단 기간을 2주 연장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모든 법회와 행사, 교육 등 다수가 참석하는 모임을 전면 중단하는 종단의 지침이 3차례 나갔다”며 “전국 24곳의 교구 본사와 각 사찰들에 지침이 전달됐고 철저히 지켜주고 있다. 스님 중에서 환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조계종은 한국불교 최대의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석가탄신일)’ 행사 일정까지 조정했다. 다음달 30일(음력 4월8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인 5월30일(윤달 음력 4월8일)에 봉행하기로 결정했다.
종조가 탄생한 최대 행사를 옮기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불교계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국가적 재난극복에 도움이 되자는 차원에서 결단이 이뤄졌다.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주말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주말 ‘종교 내 집단감염’ 또 이뤄질까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 강 교회 출입문에 16일 오전 교회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3.16. semail3778@naver.com |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전면 중단했다. 천주교 수원교구가 다음달 1일까지 모든 종교행사와 모임을 중단했고, 다른 교구들도 연장할 전망이다. 신자들은 주일미사를 대신해 묵주기도, 성경봉독(평화방송 미사 시청) 등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중심에 있는 개신교계의 경우 개별 교회의 권한이 강해 다양한 방식의 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신도 수가 많은 대형교회는 온라인 예배가 가능하지만, 중소규모 교회의 경우 현장 밀접 예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교회의 경우 헌금 의존도가 높아 주말예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통 종파가 아닌 숨어서 활동하는 사례도 많아 방역당국 입장에선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가치인 만큼 정부로선 강제중단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정부는 "밀폐된 장소에 밀집해 비말을 전파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종교계가 주말 행사 취소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