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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모비인사이드

마윈, “전자상거래는 거들 뿐”

A 나라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철썩같이 맹신하던 왕조가 무너지며 말 그대로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각지에서 할거한 군웅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서로 동맹을 하거나, 대립하며 세를 불려갑니다. 이들은 기존의 질서이던 왕조를 부정하며 전혀 다른 방식으로 힘을 키워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지러운 난세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치열하게 벌어지는 복마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이봐요들, 아무리 난세라고 하지만 병사를 일으키고 싸우고 죽는 것이 얼마나 소모적입니까. 돈은 또 오죽 들어요? 그러니 말입니다. 제가 사실 가상현실 게임을 하나 발명했어요. 여기서 싸웁시다. 편하고 좋아요”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지라, 군웅들은 싸움을 멈추고 대신 남자의 게임에서 피터지게 싸웁니다. 아, 그 중독된 플랫폼 사랑이란.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군웅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모든 전쟁은 그 남자의 손에서만 벌어지며 군사기밀부터 민감한 정보는 모조리 남자의 것이 됐죠. 더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남자는 말합니다.

 

“게임운영도 이제 지겹네, 이건 이제 구시대의 산물이에요. 전 게임 서비스 지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들 열심히 싸워보세요. 전 다른 것을 해보려고요. 더 가치있는 일”

 

남자는 쿨하게 게임의 지배권을 놓아버립니다. 대신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20억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000만 개의 수익성있는 사업을 지원하며 일자리를 1억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아,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어요. 하지만 누가 알고 있을까요. 이제 남자는 게임속에서 세상을 지배하던 것에 신물을 느꼈고… 진짜 세계의 지배자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마윈, “전자상거래는 거들 뿐”

이미지: shutterstock

“전자상거래 사라질 것”

지난 1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린 알리윈 개발자 대회 ‘항저우(杭州) 윈치(云棲)대회’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다소 놀라운 선언을 했습니다.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멘트. 마윈 회장은 “최대 20년 안에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사라지고 신유통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1월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발언이 연상됩니다. 당시 저는 외신을 보지 못하고 내신을 먼저 봤는데, 첨단 ICT의 구글 회장이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원시인 시절로 돌아가자고? 새로운 신자연주의, 러다이트인가? 에릭 슈미트가 경영을 주로 맡는다고 하더니만 맛이 갔나? 설마 에릭 슈미트는 히피의 후예? 쁘락치? 당연히 아니었죠. 사물인터넷 시대를 예고한 겁니다. 이제 연결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며, 자연스러운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마윈 회장의 발언도 비슷합니다. 전자상거래가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하위 카테고리로 스며든다는 뜻이에요. 이는 전자상거래가 특별할 것 없는 삶의 도구가 된다는 뜻과도 연결됩니다. “전자상거래는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라는 에릭 슈미트 회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우리 친절한 마윈 회장은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마윈 회장의 발언은 다각도로 검토해볼 소지가 있습니다. 먼저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 사실 언젠가는 닥칠 미래였습니다. 맞아요. 편의점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편의점에 가다’는 표현과 ‘슈퍼마켓을 가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뉘었으나, 이제 우리는 거리에 널린 편의점을 당연히 물건 사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편의점이 곧 물건을 사는 행위에 녹아들었다는 뜻입니다. 마윈 회장의 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도 비슷한 운명을 밟겠군요.

 

재미있는 점은 전자상거래의 특성입니다. 마윈 회장의 위대함(?)일까요. 경쟁자들을 오징어로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아마존은 차치하고 현재 이 세상에 현존하는 전자상거래 기업들, 그리고 전자상거래에 뛰어들려는 기업들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던 습관을 온라인에 옮기고, 또 빠르고 간편하게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했거든요.

 

쿠팡을 보겠습니다. 예전에 기사로 쓰기는 했지만, 로켓배송의 사람냄새는 쿠팡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얻어 빠르게 운용하는 묘를 더욱 부각시켜야 해요. 월마트요? 월마트의 관심은 제트를 인수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차지하려는 야심 정도에 그칩니다.(물론 플랜B도 있겠지만) 그런데 알리바바는 쿨하게 말합니다. ‘뭣이 중헌데?’

 

중국의 O2O 사업은 결제 모듈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필연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알리바바는 최초 자사 전자상거래의 살을 찌우기 위해 알리페이를 만들었으나, 이제 알리페이는 글로벌 시장을 뚫는 선봉장이자 정보 사냥꾼으로 발전합니다. 클라우드는 어떻고 언론사, 스필버그와의 만남, 가상현실은 또 어떤가요. 알리바바는 빠르게 진격하고 있습니다.

 

마윈 회장에 있어 전자상거래를 슬램덩크의 강백호 멘트를 빌려 표현하자면 ‘거들 뿐’입니다. 처음부터 이리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요. 알리페이만 봐도 처음에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편리함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거든요. 그런데 마윈은 알리페이 지분만 따로 자신이 챙기는 영악함을 또 보여줬으니, 헷갈리기도 합니다. 뭐 어쨌든.

 

마윈 회장은 전자상거래는 신유통이라는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는 단어로 퉁치고, 이제 익숙해진 생활의 플랫폼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정보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기간 인프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신유통이라는 말…별 고민이 없어 보이는 단어로 느끼는 것은 저 뿐인가요? “전자상거래에서 꿀들 열심히 빨아봐.(빨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다른 세상으로 간다”

마윈, “전자상거래는 거들 뿐”

이미지: shutterstock

“와, 무섭네”

성공할까요? 아무도 모르지만, 크게 두 가지 단서를 보면 성공의 가능성에 일단 무게가 실립니다. 먼저 성공의 기본 방정식.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은 누구일까요? 제조사? 건설사? 구글과 애플 등 ICT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바일 혁명 시대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을 더듬었던 기업들이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패러다임의 변화에서도 패권을 쥐고갈 가능성이 높아요. 초연결 시대에도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핵심이고 이미 그러한 변화는 감지됩니다. 구글의 경우 브릴로와 위브를 안드로이드 위에서 돌리거든요.

 

정리하자면 모바일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탄생한 시대의 패러다임은 1차적으로 모바일, 즉 스마트폰 시대를 열며 O2O까지 왔습니다. 이후에 펼쳐지는 사물인터넷 시대는 1차적 변화의 연장선상입니다. 당연히 1차의 강자가 유리하죠. 삼성전자의 타이젠을 걱정하고 LG전자의 웹OS에 눈물을 머금는 이유입니다. 이런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1차적 변화에서 이어진 대단위 플랫폼 전략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최초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수준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 기조는 그대로 갈겁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우주에서 신비한 광물이 떨어져 이를 에너지로 삼는다던가. 갑자기 마나라는 것이 발견되어 세계인이 마법사가 되는 정도일까요?

 

모바일 시대의 혁명이 사물인터넷까지 이어진다면,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은 굳이 전자상거래에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꿀단지를 두가지나 가지고 있거든요. 빅데이터와 플랫폼. 뭘 못하겠습니까. 다들 알아서 내 손바닥 위에서 노는데.

 

나이트 클럽을 열었는데 손님이 대박이고, 심지어 손님의 취향까지 알고 있어요. 대리운전업체와 주류업체들은 알아서 줄 서야죠. 자, 여기서 마윈 지배인…아니 마윈 회장은 다양하고 새로운 산업을 열어 미래를 연다고 천명한 겁니다. 아마존이나 그 정도급의 머리가 굴러가는 기업들 정도가 걸림돌일까요. 무섭네요. 이런 지점에 집중하면 전자상거래를 가진 마윈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안정적인 혁명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소소할 수 있는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마윈 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무슨 국가의 정책이 연상되지 않나요? 일자리가 어떻고 대기업 정책은 어떠하며 너희들은 이렇게, 나는 요렇게….판을 짜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판 먼저 짜는 놈이 장땡

결론입니다. 물론 마윈 회장의 한 마디에서 장대한 역사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어쩌면 지나친 비약일 수 있어요. 세상이 그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고,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비슷한 경쟁자도 있고요. 알리바바가 가지지 못한 시대의 퍼즐 조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윈 회장은 무섭다. 시덥지 않은 상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최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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