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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동해의 가을철 해산물 기행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짚불 꼼장어'/ 연합뉴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짚불 꼼장어'/ 연합뉴스

동해 해산물들은 가을을 맞아 더욱 살이 오른다. 짙푸른 청정 동해에서 갓 건져 올린 해산물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국토 최남단 부산에서 최북단 고성까지 뻗은 7번 국도를 따라 맛 기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자연산 문어를 비롯해 해삼, 소라와 곰장어 등 화려한 해산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 부산 기장군 '짚불 꼼장어'

동해안을 따라 상하로 길게 뻗은 7번 국도. 부산 영도대교 앞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총거리 474.5km에 달하는 이 도로는 그 이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해안을 끼고 달리다 보면 명승지를 줄줄이 만날 수 있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맛 기행의 시작 지점은 부산 기장군으로 잡았다. 이곳에는 타지역과 차별화되는 먹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숱하게 많은 해산물 사이에 먼저 떠오른 것은 짚불 곰장어였다. 기장군에서는 예로부터 짚을 태워 익힌 곰장어를 먹어왔다. 지역민들은 이를 '짚불 꼼장어'라고 부른다.


곰장어는 먹장어목 꾀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표준어 표기로는 곰장어 또는 먹장어로 불린다. 그러나 이 지역 사람들은 모두 꼼장어라고 부른다.


부산시는 수년 전 '살아있네, 부산꼼장어'라는 명칭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개발할 정도로 이 단어에 애착이 강하다.


곰장어 짚불 구이는 먹을 것이 부족한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벼농사 뒤 남은 짚을 이용해 곰장어를 구워 먹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지금처럼 양념이 가미된 것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양념을 추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식당 외부에서 짚불에 구워진 곰장어는 표면이 새카맣게 타버린다. 그래서 식당으로 옮겨지면 겉면을 벗겨내 식탁 위에 오른다. 짚불로 익힌 곰장어는 강한 불 냄새가 특징이다.


고소하고도 기름진 곰장어 맛이 강한 불 냄새와 잘 어울린다. 양념 곰장어를 즐긴 뒤에는 곰장어 볶음밥이 기다린다.


남은 곰장어와 양념에다 밥과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더해 중간 불로 익히면 볶음밥이 완성된다.

◇ 영덕군의 물회 vs 동해시 물회

경상도식 영덕 물회 / 연합뉴스

다음으로는 경북 영덕군을 찾았다. 대게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물회를 맛보기로 했다.


물회는 어부들이 배 위에서 생선과 고추장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던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잡은 생선을 대충 썰어 넣은 뒤 고추장과 물을 부어 비벼 먹었다.


강구면 하저리 앞 도로를 지나치다 우연히 해변 바로 앞의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대게와 물회를 함께 파는 집이었다. 이곳 물회는 매실액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물회와 함께 나온 것은 매운탕이었다.


시원한 물회 맛도 좋았지만, 뜨끈한 매운탕 맛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찬 음식인 물회에 자칫 냉해지기 쉬운 속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같은 동해안이지만, 경상도와 강원도는 물회 먹는 방식이 좀 다르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추장을 회와 비벼 찬물을 넣어 먹는다. 또 영덕과 울진에서는 물회와 함께 매운탕이 나온다.


이번 일정에서는 두 군데에서 물회를 맛봤다. 나머지 한 곳은 강원도 동해시의 한 물회 전문점이었다.


이곳의 주메뉴는 가자미 물회였다. 강원도 물회는 경상도와 다른 점이 육수가 살얼음 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또 매운탕은 제공되지 않는다. 받아놓고 보니 살얼음 아래 가자미 회가 한가득 담겨있다.


가자미 물회는 육질이 쫄깃하고 잔가시가 씹히는 느낌이 매력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옆 테이블의 오징어 물회가 눈에 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더 주문하지 못했다. 아쉬웠다. 가자미와 오징어가 다 들어가 있는 물회는 없나.

◇ 저렴한 울진군의 회 정식

울진군의 후포항은 동해안의 온갖 해산물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산물은 대게와 홍게다.


16세기 인문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지금의 울진에 해당하는 평해군과 울진현에서 대게를 뜻하는 '자해'(紫蟹)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울진에서는 게를 활용한 먹거리들이 많이 개발돼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게 빵이다. 팥앙금이 든 빵은 실제 홍게 가루가 첨가돼 있다. 게를 갈아 넣어 바다 향이 물씬 난다.


필자는 날이 차가워지면 후포항의 작은 단골 가게에서 홍게를 주문해 먹는다.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후포항에서 가성비가 높은 메뉴를 또 만났다.

후포항 전경을 즐기며 맛보는 회정식 / 연합뉴스
후포항 전경을 즐기며 맛보는 회정식 / 연합뉴스

바로 회 정식이다. 후포항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건물이 여럿 보였다. 이 가운데 한 곳을 찾았다. 회 정식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해산물들이 줄줄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주요리인 회의 경우 광어와 우럭 등 모두 3가지 생선이 큼지막하게 썰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소라가 자리 잡았다. 신선한 바다향을 가진 멍게도 빼놓을 수 없다. 전복과 가리비도 나왔다.


함께 나온 동해안 돌문어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맛을 가졌다. 육질은 쫄깃쫄깃하고 씹으면 고소함이 혀를 타고 전해진다. 창 바깥으로 후포항의 전경이 보인다. 눈과 입 양쪽으로 신선한 바다가 밀려들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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