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지 않는 것이 ‘희생’은 아냐”
30년 채식주의자 언론인의 고백
채식주의는 좋은 신념이나, 강요할 수는 없다. / 픽사베이 |
CNN의 편집자 데이비드 앨런은 채식주의자다. 그가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30년 전 추수감사절 모임에서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동물은 내 친구이며, 나는 친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는 그의 말로 표현하면 “성스러운 척하는” 열정에 사로잡혀 주변인들에게 채식을 강요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채식주의자이지만 당시 자신의 모습을 “거만하다”고 회고했다.
◇ 다른 이를 단죄하지 마라
채식주의를 선언한 그는 줄곧 다른 사람의 식습관을 단죄하는 것에 심취했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는 대학 신문 칼럼에 "수백만 마리의 무고한 새를 대량 학살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좋은 명절이다."라고 기고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설득에 있어 매우 비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채식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비채식주의자와 식사에서는 “끔찍한 대화 주제”일 뿐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자신이 채식주의자로 전향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 윤리적 경계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앨런은 식생활에 대한 윤리적인 기준은 궁극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장 엄격한 극단으로 앨런은 자이나 교도들의 사례를 들었다.
모든 생명에 대한 비폭력(아힘사)을 이상으로 삼는 자이나교의 승려들은 채식은 물론, 실수로 벌레를 삼키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마스크까지 착용한다. 이들에 비하면, 일반적인 채식주의자들의 기준은 널널해보이기까지 한다.
자이나교 승려뿐 아니라 ‘과일 채식주의자’의 존재 역시 식생활에 관한 도덕적 기준은 궁극적으로 주관적임을 드러내준다. 이들은 채소마저도 섭취하지 않고 오로지 과일만으로 생명을 이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우리 대부분이 환경, 건강, 윤리, 비용, 심지어는 단순히 맛 선호에 따라 동물성 제품을 얼마나 먹을지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고기와 동물성 제품 섭취를 줄이는 것은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지구와 개인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기준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채식은 ‘순교’가 아니다
앨런은 “처음 채식주의자가 되었을 때 나는 내 자신을 ‘육식을 끊은 순교자’라고 여겼지만, 실은 여전히 피자, 감자튀김, 맥주로 살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30년 간 식당의 채식 메뉴는 내 입맛에 맞게끔 풍부해졌다.”고 고백했다.
해외 여행시에도 채식주의 신념을 지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20년 간 이곳 저곳을 출장으로, 또 여행으로 다니면서 몽골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쉽게 채식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 그럼에도 채식은 가치 있는 신념
30여 년간 채식주의 신념을 실천하며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런은, 채식은 여전히 ‘옳은 길’이며 가치 있는 신념이라고 믿는다. 채식주의로의 “개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과 지구, 그리고 동물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끝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 여러분 모두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여러분이 어디에 기준선을 긋기로 선택하든 말이다.”라며 채식주의자들을 응원했다.
하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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