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삼성이 ‘1400억’에 사들여 ‘2900억’에 매각했던 땅, 지금은?
삼성그룹 故이건희 회장
미술품 3만 4천여점 기증
이건희 컬렉션 부지 선정
옛 삼성 부지, 송현동 확정
[SAND MONEY] 삼성그룹의 전 총수였던 故 이건희 회장의 사망 후 그가 남겨둔 재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삼성은 그의 재산 중 3만점이 넘는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하면서, 이건희가 수집했던 예술품이 전시될 기증관을 어느 지역에 건립할지를 두고 각 지자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 장소가 최종 선정되어 발표되었는데, 과연 어느 곳으로 결정되었을지 자세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수십 년간 이끌어왔던 故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던 인물이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사망 후 26조 원이라는 상속재산을 남겼다. 상속세만 해도 12조 원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한편 故 이 회장은 생존 당시 미술 분야에 큰 관심이 있던 것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리움미술관을 개관할 때도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대적 의무로 생각하고 앞장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처럼 문화 보존에 대한 사명을 품고 수많은 문화재와 미술품 등을 수집해왔다. 그의 사망으로 인해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국보 등 고미술품이 1만 1,000건, 서양화 등의 미술품이 2만 3,000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삼성가에서는 도합 3만 4천 개에 이르는 이건희 회장의 소장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기증되는 작품들은 감정평가액만 3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했기 때문에 ‘세기의 기증’으로 불렸다.
이에 따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와 보물 2만 1,600점의 고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기증되었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클로드 모네·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 외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이 같은 결정에 문화예술계에서는 성원을 보냈고, 대통령 역시 별도의 전시실이나 특별관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정부에서는 모든 기증품을 통합하여 소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기증관을 짓기로 한 뒤 부지를 검토했다.
역대급 규모의 미술품이 전시될 ‘이건희 기증관’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이건희 수집품이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만큼, 서울-지방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를 주목했다.
하지만 결국 이건희 기증관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세워지기로 결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월 9일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48-9번지 일대의 부지중 9,787㎡를 기증관 터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송현동 부지는 지난 7월 초부터 후보지로 거론되어왔는데,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곳이다.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인접해있으며, 장소성·문화예술연계성·접근성·부지활용성·경관 및 조망성 등의 기준에서 용산 부지보다 더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최종 선정되었다.
이건희 기증관 부지로 선정된 송현동 땅은 현재 소유 중인 한진그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LH로부터 넘겨받은 뒤 다른 국유지와 맞바꾸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해당 기증관의 완공 목표를 2027년으로 잡았다.
한편 얼마전에는 이건희 소장품 전시관이 세워질 예정인 송현동 부지가 특별한 역사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과거 삼성이 보유하고 있던 땅이기도 한데, 1997년 삼성생명은 송현동 땅을 1,400억 원에 매입한 뒤 미술관을 세우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강한 반대에 부딪혀 송현동 부지 매각을 결정했고 이를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 원을 받고 팔았다. 대한항공은 당시 이 땅을 매입해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고자 했으나, 관련 법에 의거해 건립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경영이 악화된 대한항공은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매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걸었고, 서울시는 구 삼성의료원 부지와 교환했다. 이러한 역사를 갖고있는 송현동 땅이 결국 돌고 돌아 이건희 기증관의 부지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서울시의 부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송현동 땅 일부를 국유지와 교환할 계획이다. 이를 연면적 3만㎡규모로 세워 기증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면서 융·복합 문화 활동의 중심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