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이 뚝’…혼자만 집값 하락 중인 지역, 여기입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의 상승세가 지방 주요 광역시의 아파트값에까지 퍼지며, 각지의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집값이 내려간 지역이 있으니, 이는 바로 세종시이다. 현재 세종시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8월 30일 기준, 전주보다 0.01% 하락했고, 이 같은 하락 흐름은 7월 셋째 주 이후 6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 1위(44.93%)를 기록한 지역이란 점이다. 이처럼 세종시 집값이 작년과는 딴판으로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중·대형 더 심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 12단지 중흥S클래스센텀파크 2차 전용 84㎡는 7월 12일 7억 4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월 기록한 최고가 8억 5000만 원보다 1억 1000만 원가량 떨어진 금액이다. 그리고 같은 동 가재마을 9단지 96㎡는 7월 21일 7억 5천만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9억 4천만 원 대비 1억9000만 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중대형 아파트에선 더욱 두드러진다. 6월까지만 해도 14억 4500만 원에 거래된 도담동 도램마을 9단지 106.6㎡(전용면적)는 8월 11일 11억 7000만 원에 거래되며, 두 달 만에 2억 7500만 원이나 급락했다. 인근 도램마을 14단지 99.9㎡ 역시 지난해 10월 12억 8000만 원 신고가 대비, 지난 8월엔 10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2억 3000만 원이나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하락 흐름이 그간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에서 온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는 지난해 정치권에서 시작된 ‘세종 천도론’으로 투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집값의 상승을 견인한 지역이다. 당시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했을 때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라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전했는데, 이후 대규모의 투기자금이 세종시에 몰려들어 공급을 쏟아냈고, 그 결과 집값이 천정 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행복도시 청약 기다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공급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물은 3개월 사이 3763건에서 4127건으로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2·4대책 후속조치로 세종시 연기면에 6000가구, 조치원읍에 70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며, 이 일대의 공급 물량이 쏟아질 것을 예고했다.
이는 그만큼 현재 세종시 주민 중엔 신축 아파트의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도 많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세종시 6-3생활권에 1350가구가 분양되었고, 올 하반기엔 3666가구가 분양예정에 있는데, 한국 부동산원은 세종시 아파트 수요가 “행복도시 위주로 매물 누적의 영향으로 호가 하향 조정되며 상승에서 하락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세종시 아파트가 행정 수도 이전 논의 이후, 한 해 동안 이미 44.93%나 올랐음을 상기시켰다. 다시 말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해당 지역에 관한 복잡한 방안들을 쏟아내, 불안감을 키우고 과도하게 집값을 올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행정 수도 이전 등으로 권력 기관이 움직이면 수도권 등의 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인구·산업이 몰려 집값도 뛰게 된다”고 말했다.
가격 급등 피로 증가
지난달 국회 세종의사당 법 청신호에도 세종시 집값이 반응하지 않자 김동호 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장은 “세종의사당 설치법이 국회 운영 소위를 통과했다고 발표된 뒤에도 간혹 문의만 좀 있을 뿐 거래는 늘지 않았다.”라며 “이미 지난해 7월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반영돼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이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세종시 아파트의 상승 동력이었던 행정수도 이전 효과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에선 최근 투기수요가 급격히 빠지며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세종은 지난 16일 기준 매물로 나온 주택이 총 3천964건인데, 이는 6개월 전(3천280건)과 비교해 21.1% 증가 수치이고, 전국 17개 시도 중엔 3위에 속한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선 세종시의 아파트값 동향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해당 지역의 하락세가, 혹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3기 신도시 등 수많은 물량의 공급이 차례로 나올 것이 기대되는 상황에, 세종시의 케이스가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