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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의 평생 숙원…삼성도 ‘이기지 못한’ 국내 기업은?

이병철도 이기지 못한 기업

침체되고 있는 조미료 시장 속에서, 미원은 나홀로 매출 상승을 누리고 있다

조미료는 밋밋한 요리를 마법처럼 바꿔준다. 백종원 역시 자신의 요리 채널에서 조미료를 사용하는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미료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미원’이다. 논란으로 잠시 실적이 주춤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조미료 계의 강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미원이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도 탐냈던 미원을 발명한 대상그룹을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보도록 하자.

조미료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미원

아지노모토는 일제강점기 이후 국내에서 철수했으나 여전히 수요가 많았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조미료 시장은 일본의 ‘아지노모토’가 주름 잡고 있었다. 아지노모토는 1910년 대한민국에 발을 디딘 뒤, 광고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소량으로도 감칠맛을 낼 수 있었던 아지노모토는 주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 시작했다. 대상그룹 창업주 임대홍 회장은 그 감칠맛의 비결에 궁금증이 생겼고,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주 성분인 ‘글루탐산’을 연구했다.

(우) 1956년 부산 대신동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와 임대홍 회장의 모습

글루탐산의 제조 비법을 알아낸 임대홍 회장은 1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와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했다. 그렇게 국내 최초의 조미료 미원이 탄생할 수 있었다. 미원은 단숨에 아지노모토를 뒤따라갔다. 1967년엔 시장점유율 55%를 차지하며 조미료 시장의 선두주자로 등극했다. 1972년엔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세계 시장 진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원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평생 숙원으로도 유명하다. 1963년 제일제당은 ‘미풍’을 선보이며 미원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처참히 실패했다.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에 적힌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 골프 그리고 미원이다.”라는 문구를 보면, 당시 조미료 시장에서 미원의 위력을 알 수 있다. 그가 임대홍 회장에게 미원의 비결을 묻자, “우린 이거 아니면 죽지라”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원 이미지 탈피 위해 상호까지 변경

(주)미원과 (주)세원의 합병으로 현재의 그룹면 ‘대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

미원의 성공은 매우 긍정적이었으나, 어떤 사업을 해도 조미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없었다. 1996년 청정원을 비롯한 4가지 브랜드를 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종합식품회사 이미지를 내세워도 미원의 그늘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서울 미원’은 1997년 계열사였던 세원그룹과 합병하면서 현재의 ‘대상그룹’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이때 창업주의 장남이었던 임창욱의 뒤를 이어 전문경영인 고두모 회장이 대상을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좌) 청정원의 ‘건강한 프로포즈’ 광고 캠페인 / (우) chosunilbo

대상은 2000년대 웰빙 바람과 함께 다시 한번 도약하기 시작한다. 청정원의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이라는 이미지가 웰빙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장, 소스 등을 내세우는 순창부터 마시는 발효 식초 홍초까지 모두 대박을 터뜨렸고, 브랜드를 인격화한 ‘정원이’ 광고 시리즈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06년엔 두산으로부터 ‘종가집’브랜드를 인수했는데, 이로 인해 대상그룹의 식품 부문은 청정원-종가집 2 TOP 체제로 종합식품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먹거리 X 파일>은 MSG를 사용하지 않은 식당은 ‘착한 식당’으로 꼽아 논란이 되었다.

MSG는 식약청으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2012년 <먹거리 X파일>의 MSG 특집 방송으로 다시 한번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대상은 2014년 ‘발효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리뉴얼 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2017년엔 ‘픽(Pick) 미원’, 2018년엔 ‘닭 100마리를 살렸다’라는 재치 있는 광고로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정면돌파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재 미원은 국내에서는 연 매출 1200억 원을, 해외에서는 이보다 2배 더 높은 실적을 올리며 여전히 대상의 효자 상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3세 경영, 실질 후계자는 임상민?

매출액은 식품 부문이 더 크지만, 영업 이익률은 소재 부문이 더 높다.

현재 대상 그룹은 ‘대상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식품사업은 물론 소재·유통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소재 사업은 2018년 식품 사업의 영업 이익 549억 원과 비슷한 546억 원을 기록하며 대상을 이끌고 있다. 식품 사업은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좋은 소재 산업이 사실상 대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준다고 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이 대부분 3세 경영에 들어서면서, 대상그룹의 주인 자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 2016년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 임세령과 임상민은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그러나 식품 마케팅 부문에서 머물고 있는 임세령 전무와 달리, 임상민 전무는 식품과 소재 모두에서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상민 전무가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대상그룹의 차지 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상그룹은 미원과 청정원으로 종합식품브랜드로 자리 잡은 후, 바이오 사업과 전분당 사업에도 사활을 걸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로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미원으로 주부들을 사로잡았던 대상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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