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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같은 길 걷고 싶지 않아요… 뼛속까지 회사 바꾸는 재벌 3세들

최근 재계 회장님들 사이에서는 구내식당 인증샷이 유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초에 처음으로 구내식당 인증샷을 찍으면서 시작된 이 유행은 롯데그룹까지 번졌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주로 점심 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4일 용기를 낸 직원의 셀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과거 왕처럼 군림하던 회장님들과 달리 최근의 회장님들은 친근함과 소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도 4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에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4세대 경영 시대가 시작된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권위주의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는 회장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만의 경영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 회사를 변화시키고 있을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SK그룹 최태원

SK그룹은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선경직물을 모체로 만들어진 기업으로 창업주는 최종건이다. 이후 2대 회장이자 최종건의 동생인 최종현이 회사를 한국 재계 5위 이내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지금 SK그룹의 회장은 최종현의 아들인 최태원이 물려받게 되었다. 최태원은 직원들에게 친절하던 최종현의 자세를 물려받아 SK 직원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

최태원이 구내식당을 애용하고 검소했던 아버지와 차별화된 점은 직급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그는 우선 부사장, 전무, 상무의 호칭을 철폐했다. 이는 임원이라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기존의 엄격한 위계질서 상에서는 직급 때문에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어려웠다. 최태원 회장은 이를 통해 직급에 따라 인사를 이동하던 기존의 관습이 철폐되어 인사배치의 효율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은 임직원이 일하는 공간 또한 공유 사무실 형태로 혁신했다. 임직원들이 다른 계열사나 다른 부서와 섞여 일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공간만 공유한다고 다른 계열사와 부서가 함께 일하는 효과가 자연히 발휘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 SK는 애자일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자일 시스템은 부서 관계없이 개별 프로젝트에 따라 소규모 팀을 유기적으로 형성해 일하는 방식이다. SK는 의사결정을 위해 4단계를 거쳐야 했던 기존의 방식을 2단계로 줄여 팀원-팀장-CEO로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대팀제도 적용했다. 새로 적용되는 방법인 만큼 최태원 회장은 2019년 동안에만 100차례 임직원을 만나겠다며 ‘100번의 행복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2.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왕자의 난 이후 둘로 갈라진 현대 중 현대자동차그룹의 3대 경영자는 정몽구의 아들인 정의선이 맡고 있다.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정몽구 회장이 회사를 외적으로 성장시켰다면 정의선은 회사를 지적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아우디 디자이너로 유명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고 기아자동차의 경영방침을 ‘디자인 경영’으로 정해 차별화를 이루어낸 것도 정의선의 판단이었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초기 기획 단계부터 주도해 성공적으로 론칭해 능력을 인정받은 정의선은 그룹 시무식에서 현대자동차이 과거의 틀을 벗어나야 함을 주장했다. 정의선은 아버지의 철학 ‘품질, 안전, 환경’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근원적 요소라며 양보하지 않을 것을 그룹 시무식에서 다짐하는 한편, 현대자동차에 과거의 틀을 벗을 것을 주문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카드 수수료 인상 이유에 대해 카드사가 밝히지 않자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3.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두산그룹은 형제경영 방식으로 형제들이 번갈아 그룹의 회장직을 맡는다. 이에 따라 작은아버지에게서 그룹 회장직은 물려받은 박정원 회장은 2015년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때 그룹 회장직에 취임했다. 기존의 두산이 발전 플랜트와 건설기계 등의 굴뚝산업으로 성장했다면 박정원 회장의 두산은 디지털 혁신과 로봇 그리고 연료전지에서 두산의 미래를 찾았다.

2015년 두산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2017년에는 ‘최고디지털혁신(CDO)’이라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분산된 계열사의 기술과 데이터 융합을 꾀했다.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두산만의 ICT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고디지털혁신은 이를 위한 기초로 계열사 간의 협업과 시너지 향상을 위해 두산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의 주체로 작동하고 있다.

4. GS건설 허윤홍

LG그룹의 기회조정실 인사과 과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버지 허창수와 달리 GS건설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허윤홍은 주유소의 주유원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LG상사, LG화학, LG산전, LG건설 등 굵직한 LG그룹의 계열사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아버지와 달리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 GS건설의 대리로 이직하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한 번의 이직 이후 단 한 번도 이직하지 않았다. 대신 주택, 토목 등을 경험하며 GS건설에 14년간 몸을 담아 2018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는 등 건설 부문에서 우직하게 미래를 설계해가고 있다.

5. LS의 장손 구본웅

LS는 LG그룹계의 대기업으로 B2B 기업이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LG그룹 계 중에서 GS 다음가는 기업으로 2018년 기준 재계 17위의 대기업이다. 이런 LS 가의 장손인 구본웅은 정작 LS에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벤처기업 ‘포메이션 8’을 창업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재벌 3세와 달리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이 있다. 아래의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에서의 인터뷰에서 그는”나는 새로운 사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한 현재는 과거 제조업 시대와는 다르다.”라며 기업을 물려받은 아버지와 달리 왜 가족기업에서 활동하지 않는지를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경영진은 이제 2세대를 넘어 3,4세대까지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 와중에 어떤 기업의 후계는 발전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해 구설수에 올랐지만, 어떤 후계는 착실하게 미래를 따라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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