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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집값 비싸다”는 파리에서 주택 걱정이 없는 이유

지난 5월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수익 비율은 82.31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수익 비율’이란 주택의 매매가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집값의 거품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수준도 일본 도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한국보다 집값이 비싼 파리에선 오히려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사회주택을 낮춰보는


국내의 부정적 시선


올해 5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배율은 29.29로 비교 대상 주요 도시 중 15위에 올랐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가 71.04로 1위를 기록했고, 고밀도 아파트로 유명한 홍콩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가 서울보다 앞서있었다. 반면 비교 대상이 되는 도쿄의 소득 대비 집값 배율은 14.48로 서울의 절반에 불과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높은 집값과 생활비로 악명이 높은 프랑스 파리가 21.71로 29위에 올랐다.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저술한 최민아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파리로 유학 갔을 당시를 떠올리며 파리와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스템을 비교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회주택을 낮춰보는 시선에 대해 언급하며 “저소득층과 섞이기 싫어하는 분위기와 주택의 질에 대한 편견 때문인 것 같다. 공공임대주택 자체는 늘어나는 게 옳다. 주택을 시장 경제 논리에만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주택을 향해 형성된 부정적 시선에 대해선 1988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단지를 예로 들었다. 최 연구원은 “영구임대주택단지는 대규모라 외곽에 지었고 교통도 불편했다. 임대료가 싸다는 점 말고는 장점이 없었다. 여기서 형성된 ‘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이 지금까지 이어진 걸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지도 좋아지고 사는 사람도 다양한 사회주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지자체, 저소득층이


사회주택 소유하도록 지원


이어 최 연구원은 파리가 주거 안정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먼저 파리의 민간기업은 돈을 모아 질 좋고 저렴한 사회주택을 짓는다. 그다음 지자체가 일정 비중의 사회주택을 의무화하고, 정부는 임대료를 규제한다. 이 제도의 바탕에는 주거권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17%에 달하고, 국민의 70%가 입주 자격이 있다.


또 프랑스엔 ‘0% 이자 대출’, ‘자가 취득을 위한 사회적 대출’ 제도가 있다. 이 방법으로 일부 지자체에선 무주택 저소득층이 사회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만, 이 집을 비싼 값으로 되팔 수는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택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집을 팔고 나오려면 공급기관인 HLM 협동조합에 차익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또 구매한 사회주택을 팔고 싶은데 집값이 너무 내려갔을 경우, HLM이 적정한 가격에 되사준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주택을 팔고 나온 사람이 다시 들어갈 사회주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주거 환경이 안정적으로 조성된다.


독일 시의회, 집값 상승에


임대료 상한제 추진


사회주택의 공통적 특징은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란 것이다. 사회주택의 역사가 깊은 오스트리아의 경우 비엔나처럼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사회주택으로 채우는 사례도 있다. 비엔나의 1인당 GDP는 서울시의 1.5배일 정도로 높은 소득을 자랑하지만, 사회주택 용지를 평당 97만 원~120만 원에 공급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있다.


독일 또한 우리나라처럼 주택 가격이 오르고 서민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독일의 임대료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상승했는데, 독일의 시의회는 이런 상황에 맞서 임대료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다.


왜냐하면 베를린 시민들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분노해 시위를 벌이고 있고, 부동산업체의 이윤추구를 제한하기 위해 임대료 인상률 규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 주택산업인 GdW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택을 확충하고 연방정부가 더 많은 임대료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주택 확대 위해


지속적인 노력 기울여야


다수 국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회주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주택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고, 오히려 자기 보유를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회주택의 임대료는 대체로 실제 비용을 근거로 설정된다. 이는 주택임대료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건이므로, 사업자가 적자를 보지 않는 선에서 가장 낮은 임대료가 책정된다. 사회주택 공급량이 늘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LH 중심으로 도맡아 공급하지만 프랑스는 지자체 중심이다. 설계, 공급 과정에서 민간· 지방정부·중앙정부가 협업한다. 그렇기에 아직 지자체 중심이 되기 어려운 환경인 우리 사회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주택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1.09.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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