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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후 한의대 도전, 무모하다 생각안해"

매일경제

김지원이 KBS를 떠나 한의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진|김지원

2012년 KBS 입사 후 ‘도전 골든벨’ ‘뉴스광장’ ‘뉴스9’ 등을 진행한 김지원(33) 아나운서는 퇴사 소식을 알렸다. 아나운서들의 퇴사와 프리 선언이 흔한 요즘, 김지원 아나운서의 KBS 퇴사는 남다른 다음 행보에서 2030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금 더 나답게, 원하는 모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공부가 꼭 필요해졌다”며 한의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퇴사 후 곧장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김지원을 인터뷰했다.


김지원은 번아웃 증후군과 건강 문제로 휴식하던 중 한의학의 매력에 빠졌고, 한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연차가 쌓이면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년 전부터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공부를 할지 모르겠더라. 계속 고민이 많았고 아프면서 한의학을 만나게 됐다. 한의학을 공부해보자고 결심한 이후부터 퇴사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계기는 번아웃이었지만, 아나운서 커리어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전문 지식을 갖고 있으면, 아무도 하지 않은 영역을 열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아나운서 경력이 아깝다기보다는 더 넓혀가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나 가족들 반응은 어땠을까. 김지원은 “남편은 좋아했다. 남편이 나도 방송할 기회가 온 거냐며 농담으로 부부 예능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남편이 주말에 밥도 해주고, 될 때까지 해보라고 응원해줬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걸 멋지다고 생각해준다. 매일 아침 응원 메시지를 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KBS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종 중 하나인 미디어 군에서도 안정된 직장으로 손꼽힌다. 이 곳을 박차고 나와 다시 수능을 쳐서 한의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부모님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면서도 우리 세대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안 된다고는 못하시더라. 부모님 세대는 평생직장 개념으로 살지 않았나. KBS를 나오는 걸 아쉬워 하셨다"며 "하지만 저의 결정이고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응원해주신다”고 이야기했다.


“아나운서 선후배, 동료들도 응원해줬어요. 근무시간 피해서 야간대학 다니며 공부하는 분도 있고 석박사 공부하는 분들이 있어요. 처음 한의대 간다고 했을 때, 건강 때문에 힘들어한 걸 아니까 놀라면서도 응원해주셨죠. 신여성이라고 과감한 도전에 박수 줬어요. 배혜지 기상 캐스터도 선배 응원한다고 편지를 써줬어요.”


주변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줬지만, 얼굴을 알지 못하는 누리꾼들도 SNS를 통해 응원을 보내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지원은 “상상도 못 했다. 기사까지 나면서 사돈의 팔촌에 아빠 친구분, 엄마 후배까지 연락이 와 응원해줬다. 이제는 붙는 수밖에 없다. SNS 메시지함도 꽉 찼다. 제가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면서 제 얼굴이 있는 문제풀이 장난감이 나왔는데, 아이들이 그 장난감을 들고 응원하는 사진을 아버님이 보내주셨더라. 정말 감사하더라. 마음을 가득 담은 응원들에 가슴이 뭉클했다. 저로 인해 다시 공부해보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정말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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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자신의 인생 2막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김지원

김지원은 퇴사 후 수능 준비에 매진하며 개인 유튜브 채널 ‘지원보감’에서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방송하고 있다.


그는 “퇴사 전 한두 달 정도 준비를 해온 상태라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스터디 위드 미’ 라이브 방송을 켜놓고 9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있다. 댓글에 10시간 넘게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천천히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힘들긴 하다. 그래도 무념무상으로 몰입하는 경험을 하니까 좋더라”며 근황을 공개했다.


이어 “처음에 혼자 공부할 때는 딴생각도 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몇백 명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다. 친구들과 열심히 하고 있나 보러 들어오고 감시하는 눈들이 많아지니 딴짓을 못 하겠더라.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공부가 재미있지는 않다”는 김지원은 “수학이 정말 어렵더라. 머리 터질 것 같다. 그래도 버텨야 승리하지 않나. 아나운서라고 하면 당연히 국어를 100점 맞을 거라고 생각하시더라. 생활 한국어와 수능 한국어는 다르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국어도 열심히 하겠다. 올해 수능에서 못해도 다섯 개 이내로 틀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의대 가는 게 쉽지 않다. 다섯 개 이내로 틀려도 서울에서 못 다닐 수 있더라. 올해 안에 가겠다는 것보다 조금씩 좁혀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영상은 제가 직접 편집하고 있어요. 최근 채널 다자인도 바꿨어요. 공부하겠다고 말한 뒤 많은 분이 찾아와 응원해주고 있죠. 처음엔 내가 가진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어요. 요즘 사람들은 SNS를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니까 저도 그렇게 해볼 생각이이에요. 공부에 도움이 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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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자신처럼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린 사람들을 응원했다. 사진|김지원

방송 활동도 기회가 되면 계속할 생각이다. 김지원은 “방송은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공부로 먼저 성과를 내고 나서 방송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남편의 꿈인 부부 예능을 해볼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 올해 2세를 만들 계획도 있다.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조급해지더라. 올해 당장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선 누워서 공부하는 독서대도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들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원은 KBS 아나운서로 살면서 꿈 노트에 적어놓은 목표들을 다 이뤘다며 “9시 뉴스를 진행하기도 했고, 라디오 진행도 해보고, KBS 월드에서 영어뉴스를 하기도 했다.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기회를 줬고, 상상 이상의 경험을 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엄청난 일인지 몰랐다. 알았다면 더 열심히, 일분일초를 멋지게 살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저는 엄청나게 예쁘지도 않고 목소리도 특별히 귀에 들어오지 않다고 생각했고, 자존감이 부족했다. 그런데 제가 가진 것보다 많은 기회를 얻었고, 더 잘한다고 해주니까 잘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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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KBS 아나운서로 살았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봤다. 사진|김지원 SNS

“회사도 그만두고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김지원은 “엉덩이가 뚫어질 때까지 거북이처럼 천천히 열심히 해보겠다. 이해될 때까지 여러 번 보면서 공부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인생 2막을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처럼 불안함을 느끼는 비슷한 분들도 있더라고요. 시대가 바뀌었고, 인생 길잖아요. 저를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남들과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도전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만약 한의대에 가게 된다면 먼 미래의 최종 목표는 한의학 빅데이터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아나운서가 되기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기도 하고, 그쪽 분야에 계속 마음 한켠을 두고 있기도 했어요. 한의학이 상대적으로 고전 의학이기 때문에 현대에서 대접을 더 못 받는 것이라면 현대의 포맷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처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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