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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상'은 몰라도…어디 아플 상은 알죠

매일경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요즘 사주(四柱)나 관상(觀相)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관상은 이목구비, 얼굴형 등 생김새를 따져 사람의 운명이나 재수를 판단하고 미래에 닥쳐올 길흉을 점치는 일이다. 관상이 우리나라에 전해 들어온 것은 신라 선덕여왕 때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상술(相術)과 상법(相法)이라는 이름의 관상학이 학문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관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특히 연초에 길흉화복을 점쳐 안 좋은 일을 미리 대비하거나 취업이나 이직을 앞두고 관상을 보기도 한다. 좋지 않은 상이라면 호감 가는 인상이나 재물운·취업운·애정운 등 관상에 적합한 상으로 바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관상 성형'이 바로 그것이다. 관상 성형은 주로 50대 이후 말년 운을 개선해보려는 중장년층에서 성행한다. 이마 성형, 쌍꺼풀 수술, 눈매 교정술, 코 성형, 코끝 성형 등이 대표적인 관상 성형이다.


이 때문에 2013년 9월 개봉한 '관상'도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았다. 수양대군(이정재 분)과 김종서(백윤식 분)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사람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들어 있다고 굳게 믿는 천재 관상가(송강호 분)가 조선의 운명을 바꿔보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다. 관상은 다른 종류의 역학과 마찬가지로 과거로부터 축적된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심리적인 부분이나 자신감 상승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의학적 관점에서 관상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얼굴은 그 사람의 건강을 엿볼 수 있다. 소위 망진법(望診法)이다. 망진법은 일본 에도(江戶) 시대 관상가였던 미즈노 난보쿠가 개발했지만, 적지 않은 일본 의사들이 이 진단법에 매료돼 현대 의학에 접목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현대 의학이 발전하는 요즘, 질환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진료와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명을 찾는 게 순리다. 망진법은 질환의 전조 증상을 어느 정도 알려주는 참고용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도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얼굴색, 입술, 혀, 피부 상태 등을 살펴보고 정확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의사 야마무라 신이치로 박사('얼굴을 보면 병이 보인다' 지음, 쌤앤파커스 출간)는 "망진법은 눈코, 입술, 손톱 같은 각 부위를 통해 전체 몸 상태를 파악하고, 허약해진 부위를 찾아내 병을 예방하는 진단법"이라며 "평소 자신과 가족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고, 체내 기관이 얼굴에 발신하는 신호를 살펴보면서 식생활을 개선해 나간다면 이게 바로 건강 비결이자 행복의 열쇠"라고 말했다. 분명히 몸이 아프고 불편한 증상이 있지만 "별 이상이 없다"며 병으로 진단되지 않는 것을 동양의학에서는 '미병(未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서양의학에서 진단하기 어렵다. 서양의학은 검사 수치가 비정상으로 나오지 않는 한 여간해서 병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마무라 박사는 "동양의학은 병이 진행되기 전 상태, 즉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보이는 다양한 조짐을 보고 진단한다. 누구라도 한눈에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망진법이 바로 대표적 진단법"이라고 설명했다.


망진법은 얼굴 피부에서 출발한다. 피부를 볼 때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은 피부 상태, 피부색, 기미나 점 등 세 가지다.


피부 변화는 체내 기관에서 발신하는 대표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몸이 건강한 사람은 피부도 건강하다. 바꿔 말하면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피부 상태도 나빠진다는 얘기다. 우리 몸의 모근 세포는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것들에 의해 형성된다. 편식하거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즐겨 먹으면 세포 집합체인 내장(內腸)에 이상이 발생한다. 고장 난 내장은 몸이나 얼굴에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을 일으켜 자신의 이상을 알린다. 즉 뾰루지, 검버섯, 주근깨 등은 '몸속에 이상이 생겼으니 빨리 치료하라'고 몸 안에서 보내는 신호인 셈이다.


기미나 주근깨는 자외선이나 임신 때 호르몬 영향에 의해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단 과자나 과일에 함유된 당분과 기름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야마무라 박사는 "탄수화물, 백설탕, 꿀, 과자, 기름 등은 위로 올라가 퍼지는 속성이 있어 이들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몸 안에 축적돼 몸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주로 얼굴, 손, 팔, 어깨 등 몸 주변부나 윗부분에 기미와 주근깨가 생긴다. 그리고 겨울보다 여름에 기미나 주근깨가 많이 생기는 것은 이들 식품이 햇빛에 반응하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눈 밑에 거무스름한 기미가 생기면 몸에 피로가 쌓여 콩팥이 허약해진 것이다. 피곤하면 체내에 젖산이 쌓이면서 세포의 염분 농도가 진해지는데, 그것이 기미가 돼 눈 밑에 생기는 것이다. 눈 밑이 툭 불거지면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몸속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거나 지방을 과다 섭취했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콩팥 조직에 지방이 축적돼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귓구멍 입구에 해당하는 이갑개강(耳甲介腔) 부위는 소화기와 호흡기를 나타내는데, 여기에 하얀 뾰루지가 생겼다면 지방과 단백질을 과다 섭취한 것이며, 빨간 뾰루지가 났다면 과음으로 위장과 폐 상태가 나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귀 크기를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 작은 귀를 가진 사람은 행동형으로 대부분 스포츠에 재능이 많고, 귀가 크고 서 있는 듯한 사람은 사고형으로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에 재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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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상태가 좋지 않으면 황달이 생겨 눈과 피부색이 노랗게 되고, 빈혈이 생기면 입술이 창백해진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나타나는 세로 주름은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겨 먹어 간이 부었거나 간이 굳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옛날부터 관상학에서 세로 주름은 '재난의 상'이라고 하여 사소한 논쟁이나 다툼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간이 나쁘면 눈썹과 미간 주변이 메말라 하얀 각질이 일어나며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이는 밀가루 식품이나 동물성·식물성 기름을 과잉 섭취하면서 채소를 충분히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톱에 나타나는 가로 선, 세로 선 역시 간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나타낸다.


위가 나빠지면 콧날 중간 지점과 윗입술에 나타난다. 콧날은 흰빛 혹은 검푸른 빛을 띠거나 반점을 통해 위의 상태를 알린다. 윗입술은 위 상태를 나타내고, 아랫입술은 대장과 연결돼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랫입술 안쪽은 소장에, 주변부는 대장에 해당된다. 입술의 오른쪽 가장자리는 십이지장·간·담낭을, 왼쪽 가장자리는 췌장을 나타낸다. 입술 두께는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조금 더 도톰한 게 이상적인데, 아랫입술이 지나치게 도톰하다면 대장이 늘어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랫입술에 주름이 세로로 선명하게 그어져 있으면 생식선 호르몬이 감소하거나 생식 기능이 떨어졌음을 뜻한다.


야마무라 박사는 "단 음식, 과일, 기름, 매운 음식, 술 등을 과잉 섭취하거나 매일 먹으면 아랫입술이 붓는다"고 말했다. 소장 상태는 이마와 아랫입술 안쪽에 나타나는 만큼 평소 이곳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기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기침이 나는 것 외에도 다리가 붓는다. 발목은 그래도 괜찮지만 발뒤꿈치나 발등이 부으면 큰 병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비장과 췌장 상태가 나빠지면 코 뿌리 부분에 숯으로 그은 듯한 검푸른 선이 나타난다. 이는 특히 저혈당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혈액 속에 당분 양이 급격히 감소해 나타나는 저혈당증은 식은땀이 흐르고 심한 공복감과 함께 무기력·현기증 등이 발생한다.


볼(뺨)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것은 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볼이 통통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폐가 튼튼하며 볼이 홀쭉한 사람은 폐가 약한 편이다. 폐 상태가 나빠지면 피부도 약해진다. 면도할 때 면도날에 피부가 쉽게 베인다면 폐 상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유독 턱이나 입 주변에 뾰루지가 잘 나는 사람은 방광이나 생식기 상태가 썩 좋지 않음을 뜻한다.


집게손가락 손톱에 세로 또는 가로로 뚜렷한 선·반점이 생기거나, 손톱 끝이 갈라지거나, 손톱 표면이 자주 벗겨지면 장(腸)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혀 표면에 이끼처럼 끼는 설태(舌苔)는 엷은 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할 때는 병세가 점점 심해지고, 색깔이 진할수록 몸에 열이 있고 염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나 손바닥 등의 피부가 습하다면 음료수, 주스, 우유 등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습관을 점검해봐야 한다. 피부가 습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현기증이나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마나 콧등, 두피, 손발에 유난히 유분이 많은 사람은 기름을 많이 사용한 요리를 즐겨 먹었거나 지방대사 작용이 활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성 기름이 몸에 축적되면 모공으로도 배출되기 때문에 겨드랑이, 음부 등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


야마무라 박사는 "망진을 하면 피부에 생긴 것을 보고 상태가 나쁜 장기가 어딘지 알 수 있다"면서 "생활 습관을 재점검하고 식생활을 개선해 과잉 축적된 것을 배출시키고 부족한 것을 섭취한다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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