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나이 걱정, 체력 걱정, 세상 쓸데 없는 짓이다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김종국 KIA 감독은 최근 자신이 세웠던 계획 하나를 수정해야 했다.
에이스 양현종(34)에 관한 일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 쉼 없이 전반기를 달려온 만큼 휴식을 주려 했었다.
하지만 양현종이 정중히 거절하며 없던 일이 됐다. 양현종은 계속 등판 일정에 맞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양현종이 마운드를 내려 오며 관중 황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현종이 풀 타임을 소화하는 것이 2년만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몇 경기 던져 보지 못했다. 1년의 공백은 공 던지는 체력이 떨어트릴 수도 있다.
때문에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닌 양현종이 조금 쉬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종국 감독도 모두 듣고 있는 소리들이다.
그러나 양현종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등판이 거듭될 수록 더 강력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볼 끝은 더 강력하고 묵직해졌다.
4월과 6월의 데이터를 비교해 봤다. 여기서 양현종은 확실한 변화를 보였다.
스포츠 투아이 투구 추적 시스템(PTS)의 도움을 받아 양현종의 4월과 6월 패스트볼 구위를 비교해 봤다.
양현종은 이 비교에서 뚜렷하게 페이스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는 2542.8rpm에서 2612.7rpm으로 70rpm 정도 더 회전하는 공을 던졌다. 그만큼 공이 묵직하고 강하게 포수 미트에 꽂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달 사이 70rpm을 상승 시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힘과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수직 무브먼트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수직 무브먼트가 31.4cm에서 31.8cm로 0.4cm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타로 맞아 나가던 공이 빗맞아 나가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변화였다.
좀 더 회전이 걸린 묵직한 공이 보다 높게 비행해 타자 앞에서 떠오른 것이다. 여름철 체력 승부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현종의 공 던지는 체력에 대해 걱정을 덜어 놓아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현종은 4월 평균 자책점이 1.71이었다. 하지만 6월 평균 자책점은 3.30으로 올라갔다.
이를 두고 양현종의 체력 걱정을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엔 착시가 들어 있다.
4월에도 실점은 모두 11점이었다. 실책이 동반 되며 자책점이 줄었을 뿐 4월이나 6월이나 실점은 똑같았다.
6월 들어서는 꾸준히 퀄리티 스타트를 끊어주고 있다. 최근 5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해주고 있다.
여기에 보다 묵직하고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이 장착되고 있다. 앞으로의 양현종에게 좀 더 기대를 걸어도 좋은 대목이다. 지금 구위만 유지한다면 양현종은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누구나 '에이징 커브'를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양현종은 말이 아닌 실력으로 잡음을 정리하고 있다. 보다 힘 있고 강력한 구위를 보여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하고 있다.
양현종의 체력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좋을 듯 싶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