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주도 가볼만한곳 :: 어쩌면 우리는 노을이지 않을까
고단했던 하루 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미소가 지어진다. 특정한 색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 붉게 물든 두 뺨 같기도 한 노을. 보고 있노라니 덩달아 수줍어지고 가슴이 설렌다. 붉어진다는 것은 긍정일 수도, 부정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노을은 좋은 의미로 붉어짐을 의미한다. 노을은 언제나 옳으니까.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도 노을은 낭만적이다.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이다. 노을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노을이지 않을까'
오늘 내 속도가 조금 빠르거나 느려도, 맑은 날을 기대했지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도 괜찮다. 그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 한순간에 지나가 금세 잊혀져버려도, 사실 낭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 의식해서라도 낭만을 느껴보자. 노을을 쫓아 담아본 제주에서의 기록, 지금부터 소개해본다.
1. 영주산
제주의 오름 중에서는 산이라는 이름이 붙는 오름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주산. 신선이 살았던 산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오름 봉우리에 아침 안개가 끼면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안개가 끼다 말았나 보다.
길을 새롭게 정비해 정상으로 바로 향하는 이들은 정상길로, 영주산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 싶은 이들은 둘레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표지판을 설치했다. 나는 한라산 너머로 저무는 노을을 담고 싶어 정상길을 택했다.
해발 326m, 높이 176m. 쉽지 않은 높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움을 담기에 좋다. 정상을 오르는 동안 오른쪽으로는 목장, 왼쪽으로는 성읍마을, 뒤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펼쳐진다. 소를 방목하는 여름에는 더욱 제주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소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모습에 무섭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탐방로가 계단으로 바뀌는 지점이 있다. 하늘로 뻗어있는 계단이 천국으로 향하는 길처럼 보여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이것. 그 이름에 버금가는 풍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끝없는 계단에 조금 지친다면 잠시 멈춰 서 뒤를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조용하고 한적해 이 순간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영주산. 제주 최대 용량의 저수지라는 성읍저수지를 물들인 노을빛이 아름답다. 그 빛은 어느덧 내 마음까지 물들여 내내 울렁이게 한다.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한라산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잠시 붙잡아본다.
2. 그랑블루 요트
제주 바다는 유난히 반짝인다. 낮에는 맑고 푸른빛을, 어스름이 깔리면 찬란하게 반짝이다 금세 깊은 물빛을 띄는 제주 바다. 이런 바다라면 종일 헤엄칠 수 있을 듯하다.
여러 곳에서 노을을 담아봤지만, 아직까지 요트에서 담아본 적은 없다. 요트라는 단어에서부터 선천적인 낯가림이 느껴지지만, 왠지 제주 바다라면 아깝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막상 찾아보니 요트에 대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었기에.
상품 이름처럼 선셋을 투어하는 것이 목적이다. 출발지는 서귀포 대포항. 요트를 타고 한 시간여를 항해한다. 단지 요트만 타고 경치를 담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중간에 낚시 체험도 할 수 있고, 선상에서 맥주와 와인, 다과, 라면 등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 일몰뿐만 아니라 주상절리도 함께 담을 수 있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을은 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기에 언제나 아쉬운 법이다. 짧은 순간을 더욱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엄마와 딸, 사랑하는 연인, 오랜 우정을 나누고 싶은 친구, 누구든 좋다.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여유라니 더욱 달콤하고 즐겁다. 무엇보다 시원한 여름바다를 느끼며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하는 것. 상상만으로 좋지 아니한가. 파도가 이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주듯 내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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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월봉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 제주. 만 8천 년 전,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는데, 이때 터져 나온 화산재들이 쌓여 커다란 봉우리를 만든 것이 수월봉이다.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이면서 지금은 해안 절벽 형태로 남아있는데,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의 해는 동쪽인 성산일출봉에서 가장 먼저 떠올라 제주의 서쪽 끝인 수월봉 바다로 떨어진다. 노을을 가장 마지막까지 보고 싶다면 수월봉으로 가면 된다. 정상에서는 차귀도, 누운섬, 당산봉을 비롯해 광활한 고산평야와 산방산, 한라산이 두루 보이고, 맑은 날에는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수월봉과 함께 꼭 따라오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차귀도. 수월봉에서 보는 차귀도의 풍경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다. 특히 차귀도로 떨어지는 노을의 풍경은 손에 꼽힐 정도다.
제주의 독특한 지질 자원들을 엮어 도보길로 만든 지질트레일 코스에서는 바다를 벗 삼아 노을을 즐길 수 있다. 아래쪽에서 보는 노을은 더 가깝고, 더욱 선명하다. 마치 노을과 내가 하나 되는 기분이랄까.
제주에서 만난 노을 중 수월봉의 노을이 특별한 이유는, 예상치 못했던 장면을 만났기 때문. 그저 노을을 담고 싶었을 뿐인데, 갑자기 돌고래가 출몰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춤추는 돌고래의 모습에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깜짝 선물 같은 풍경의 여운은 생각보다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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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창풍차해안도로
이번 제주 여행에서 하루 종일 비가 온 날이 있었다. 여행 중에 비 소식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울적해지지만, 이날만큼은 비가 와서 감사했다. 종일 흐린 날씨에 '오늘 노을은 틀렸구나' 확신했지만,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기 때문.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마주했을 때 기쁨은 배가 된다. 맑은 날에 같은 풍경을 봤더라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바다 위에 세워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 노을이 깃든 풍경이 라라랜드 속 한 장면 같다. 조금씩 빛을 내다가 점점 붉고 짙어져 색채가 최고조에 이를 때, 바로 태양과 바다가 극적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마치 하늘에서 난 불이 바다까지 번지는 것처럼 보인다.
우산도 없이 서있는 커플의 뒷모습은, 비가 아닌 노을에 젖고 있는 듯하다. 이날 나는 이 모든 것에서 위로를 얻었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저물어가는 때에도, 어둠 가득한 밤에도 우리는 여전히 빛나고 있으므로.
드라이브를 하며 노을을 담고 싶다면, 바다 가까이서 노을을 만나고 싶다면, 그리고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다면 이곳으로 떠나보자.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노을은 황혼을 가리키곤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노을은 우리들의 젊은 날이다. 언제나 빛나고 찬란하며 쓸쓸하고 슬픈 시절. 나의 노을과 함께 당신의 노을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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