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요즘 대세 ‘힙량리’엔 맛집도 많다…경동시장 맛집 탐방

서울의 오래된 전통시장인 청량리 경동시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좋은 노포들이 입소문을 타고, 레트로(Retro, 복고) 트렌드를 겨냥한 ‘핫플’이 들어서며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싸고 맛있는데 인심까지 후하다. 가벼운 주머니로 맛있게 즐기는 경동시장 한 바퀴.

만원이면 충분해, 인심 넘치는 한 끼

경향신문

‘안동집 손칼국시’의 손국시와 배추전. 콩가루를 섞어 만든 국수면이 담백하고 향긋하다. 노정연 기자

경향신문

경동시장 신관 지하에 위치한 ‘안동집 손칼국시’. 노정연 기자

직장인들 점심 한 끼가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요즘 1만원짜리 한 장에 푸짐한 한 그릇을 내어주는 시장 맛집이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경동시장 신관 지하 1층에 있는 35년 전통의 ‘안동집 손칼국시’는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 노포다. 슴슴하고 담백한 멸치국물에 얼갈이배추가 들어간 ‘손국시’가 8000원. 국수를 주문하면 자리에 앉자마자 말아먹기용 기장밥과 알배추를 포함한 기본 한 상이 차려진다. 국수만 먹기 심심해 배추전(8000원)이나 수육(1만2000원)을 곁들여도 2만원이 넘지 않는다. 같은 지하상가에 ‘호남식당’은 비빔밥(9000원) 맛집이다. 매일 새벽 시장에서 공수한 10여가지 싱싱한 나물이 듬뿍 올려져 나온다. 사장님이 직접 담은 집된장은 이 집 맛의 비결. 진하면서도 짜지 않은 집된장과 달짝지근한 고추장을 입맛대로 넣은 후 들기름을 두르고 계란프라이를 터뜨려 쓱쓱 비비면 입에 넣기도 전에 맛있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경향신문

경동시장 신관 지하 ‘호남식당’의 보리비빔밥. 노정연 기자.

매운 냉면으로 유명한 ‘할머니냉면’은 보통 냉면이 7000원, 곱빼기는 9000원이다. 국물 없는 냉면에 빨간 양념이 올려져 나오는데, 우선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비빔냉면으로 맛본 후 육수와 식초, 설탕 등을 넣어 매운맛을 조절하면 새콤달콤한 물냉면으로 변신한다. 더운 여름 이만한 별미가 없다. 주문할 때 요청하면 매운 양념을 따로 주니 참고하자. ‘경동시장 평양냉면’도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육향이 진하고 감칠맛이 돌아 ‘평냉’ 초보자나 ‘함흥냉면파’들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맛. 가격은 1만원을 유지하다 최근 1만1000원으로 올랐다. 피가 얇고 속이 꽉 찬 촉촉한 평양만두(1만원)도 함께 먹어보길 추천한다.

요즘 제일 핫해, 줄 서는 ‘힙’량리 맛집들

경향신문

‘남원식당’ 양념·후라이드 반반. 함께 튀겨져 나오는 꽈리고추와 떡, 고구마도 별미다. 노정연 기자

최근 경동시장을 포함한 청량리 시장 일대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청량리는 ‘힙량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남원통닭’은 청량리종합시장 내 통닭 골목에 가장 긴 줄이 늘어서는 곳이다. 매장 앞에서 주문과 함께 즉석에서 닭을 튀겨내는데 튀김옷이 얇고 바삭함이 살아 있는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함께 튀겨져 나오는 꽈리고추와 떡, 고구마도 치킨만큼 입을 즐겁게 하는 별미. 2명 이상이면 프라이드와 양념 반반 대자(2만원)를 많이 먹고 프라이드만 대자(1만8000원)로 먹는 사람도 많다. 약령시장 쪽에 위치한 ‘경동연탄돼지갈비’는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좋은 돼지갈비 맛집이다. 연탄불에 구워져 불향을 듬뿍 입은 돼지갈비가 한입 크기로 잘려 나오는데, 달큼 짭조름한 양념에 야들야들 부드러운 갈빗살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입에 ‘착붙’이다. 1인분(300g)이 1만6000원. 후식 비빔국수(9000원)에 두툼한 갈빗살을 올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경향신문

‘고향집’ 순대정식. 1인분에 1만2000원으로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 술국이 함께 나온다. 노정연 기자.

순대 마니아들의 성지, ‘고향집’도 빼놓을 수 없다. 촉촉한 피순대와 머릿고기, 간, 허파 등 부속 부위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순대정식을 1만2000원(1인분)에 맛볼 수 있다. 맛과 신선도는 물론 가격 면에서도 훌륭하다. 오소리감투까지 추가되는 수육모듬순대도 술꾼들의 단골 메뉴다.

이 가격 맞아? ‘갓성비’ 간식거리들

경향신문

쫄깃하고 느끼하지 않는 찹쌀도너츠는 경동시장의 인기 간식거리다. 4개에 1000원, 10개에 2000원. 노정연 기자.

시장 구경에 주전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저렴하고 맛있는 간식거리가 많은 경동시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진상회’ 옆 도너츠집에서는 100% 국산 찹쌀도넛을 4개에 1000원, 10개에 2000원에 판다. 마침 운 좋게 기름에서 갓 건져낸 도넛을 받아들었다. 적당히 식혀 입에 넣어보니 팥 없는 도넛이 쫄깃하고 바삭하다. 순식간에 5개가 사라졌다. ‘40년전통그시절그맛’도 꽈배기와 찹쌀도넛 ‘달인’ 맛집으로 유명하다. ‘기태만두’, ‘짱구네 야끼만두’는 최근 젊은 고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오른 곳이다. ‘야끼만두’로 통하는 수제 튀김만두를 30개에 1만원에 판매한다. 당면으로 속이 꽉 찬 못난이만두(10개 4000원)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냉동 보관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요리에 넣어 먹어도 좋다.


경향신문

순대 1㎏를 4000원에 파는 ‘황해도 순대’. 다양한 순대 부위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노정연 기자

청량리전통시장 5번 입구 쪽에 있는 26년 전통의 ‘황해도순대’에서는 순대 1㎏을 4000원에 판다. 최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가 됐지만 인근 자취생이나 주민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 순대를 비롯해 머릿고기, 오소리감투, 허파, 염통, 곱창 등 내장 부위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1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무겁게 순대 쇼핑을 할 수 있다. 포장만 가능. 평일에도 오후 늦게 가면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 3시 이전에 가는 것이 좋다.

과거로 시간여행, 경동시장 ‘핫플’

경향신문

오래된 폐극장을 개조해 만든 ‘스타벅스 경동1960’. 노정연 기자

2022년 경동시장 안에 문을 연 ‘스타벅스 경동1960’은 오래된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개점하자마자 MZ들의 ‘핫플’로 떠올랐다. 1960년대 지어진 이후 사용되지 않던 경동극장을 개조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극장 문을 그대로 사용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웅장한 규모와 독특한 구조에 놀라게 되는데, 극장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또 다른 세계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스타벅스와 이어져 있는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에서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LG전자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한 소품과 공간으로 꾸며져 경동시장을 방문했다면 들러볼 만하다.

■ 경동시장 찾아가는 길

경동시장은 서울 1호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에 있다. 제기동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걷다 보면 ‘경동시장’ 간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량리종합시장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청량리역에서 나와 청과물종합시장을 통과해 경동시장으로 가도 된다. 시장 내 식당들은 오후 5시 전에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영업시간을 꼼꼼히 확인해본 뒤 찾아가는 것이 좋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khan
채널명
경향신문
소개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다, 말하다